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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더언니
Apr 30. 2022
이기려고 하지 않을게
다만 얌전하게 있어주라.
너의 이름은 슬픔.
많은 시간 너를 바득바득 이기려고 했어.
내가 집을 나설 때
나를 지독히 따라 나오며 곤란하게 만들고,
내가 화장을 할 때면 거울 안
내 눈동자에 앉아있었지.
집에 돌아와 어두운 방안에 불을 켤 때면,
잔뜩 웅크린 채 나를 맞이하고,
내가 잘 때엔,
눈물로 내 머리카락을 한없이 쓰다듬었지.
너의 이름은 슬픔.
좌절,
아픔,
상처,
괴로움.
너를 이기는 것이 옳다고 믿었어.
너는 너무 아프니까,
내 인생에서 없어져주길 바라 왔어.
오히려 해사하게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기다리는 너를
애써 무시하려 했어.
못 본 척 더 크게 웃기도 했어.
너는 그래도 항상 어느 순간 나를 찾아왔지.
이제 나는 너를 이기려 하지 않을 거야.
너를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지도,
너를 무시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공들여 막지 않을게.
너의 이름은 슬픔,
이제는 이기려고 싸움을 걸지 않을게.
이대로 너를 인정할게.
나의 친구로 평생 곁을 떠나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나를 크게 덮치지 않고,
얌전하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적당하게
지내주면 좋겠어.
김한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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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상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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