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마음일기
실행
신고
라이킷
17
댓글
1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더언니
Apr 30. 2022
이기려고 하지 않을게
다만 얌전하게 있어주라.
너의 이름은 슬픔.
많은 시간 너를 바득바득 이기려고 했어.
내가 집을 나설 때
나를 지독히 따라 나오며 곤란하게 만들고,
내가 화장을 할 때면 거울 안
내 눈동자에 앉아있었지.
집에 돌아와 어두운 방안에 불을 켤 때면,
잔뜩 웅크린 채 나를 맞이하고,
내가 잘 때엔,
눈물로 내 머리카락을 한없이 쓰다듬었지.
너의 이름은 슬픔.
좌절,
아픔,
상처,
괴로움.
너를 이기는 것이 옳다고 믿었어.
너는 너무 아프니까,
내 인생에서 없어져주길 바라 왔어.
오히려 해사하게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기다리는 너를
애써 무시하려 했어.
못 본 척 더 크게 웃기도 했어.
너는 그래도 항상 어느 순간 나를 찾아왔지.
이제 나는 너를 이기려 하지 않을 거야.
너를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지도,
너를 무시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공들여 막지 않을게.
너의 이름은 슬픔,
이제는 이기려고 싸움을 걸지 않을게.
이대로 너를 인정할게.
나의 친구로 평생 곁을 떠나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나를 크게 덮치지 않고,
얌전하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적당하게
지내주면 좋겠어.
김한나 작가
keyword
슬픔
상처
일기
스더언니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크리에이터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저자
인도, 프랑스, 중국. 18년 떠돌이 스더의 지구 생생 적응기
구독자
5,621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이 사랑 끝에 무엇이 있던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