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수 만든 뜨개 목도리가 비록 볼품없고 보푸라기도 나고 구멍이 송송 나 있다 해도, 나는 그런 목도리를 꺼내어 가슴에 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과는 사랑하고 싶지 않다.
내 부족함과 거친 면을 모두 알아도 실망하지 않고, 그것들을 고치려 하지 않으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다. 나의 모난 부분까지 애정으로 덮어주는 그런 사람과 나는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빠져나온 털실 한 올까지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이 시대에, 그 사람과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싶을 것 같다. 그 사람 자체의 존재가 나의 삶을 깊고 의미 있게 채워줄 것 같기 때문이다.
졸음이 쏟아져도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화를 놓지 못하고, 헤어지기 싫어 같은 길을 몇 번이고 돌아가고 싶어질 때, 그래서 그 사람을 놓치게 된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마도 나는 그 사람에게 서로의 삶의 종착역이 되어주면 어떨까, 조심스레 묻고 싶을 것만 같다.
앞이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몇 바퀴나 돌고 돌아 다리가 저리더라도, 나는 꼭 그 사람과 같이 가고 싶어 질 것만 같다. 그 사람이 혼자일 때, 지칠 때, 잠시 멈추고 힘들어할 때, 나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고 꼭 말해줄 것이다. 비록 길은 보이지 않아도, 함께라면 그 어떤 어둠도 두렵지 않을 테니까. 내가 당신의 옆에 있을 거라는 그 한마디로,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조금 더 밝아질 수 있기를 바랄 것만 같다.
닳고 닳은 목도리처럼, 때로는 구멍이 나고, 보푸라기가 떨어져도 서로에게 든든하게 감싸주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난 사랑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난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해어지고 닳아도, 여전히 서로를 위해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