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문을 나오자 내리째는 태양이 그녀를 강렬하게 맞이했다. 효리는 그런 태양을 보고 마치 자신에게 다시 감방 안으로 밀어 넣는 우스운 생각이 스치자 대뜸 턱 쳐 올리며 침을 뱉고 태양을 보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침의 일부분이 효리의 얼굴에 묻자 효리는 오른손으로 지저분한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 냈다. 그런 다음 다시 하늘로 고개를 향해 먼가 어색한 듯한 욕지거리를 내뱉은 다음 향방 없는 걸을음 걸었다. 교도소 안에서 무수히 생각했던 출소 후의 세상은 효리에겐 하나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고, 자신같은 전과자가 먹고살수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파도처럼 그녀의 온몸과 영혼을 덮었다.하지만 그보다 더한 죄책감과 자신만 아는 땅에 묻어둔 그들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그녀를 내리 눌렀다. 누구 하나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은 낙엽하나 없이 깨끗했고 그녀는 초라하고 비참한 마음을 가지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갈 곳 없어 정처 없이 떠돌기를 몇 시간째 하던 그녀는 교도소에서 일해서 받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마음은 지옥 같지만 김밥을 말아주는 천국으로 들어갔다. 음식점에 들어가 효리에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대의 음식들을 보고 그녀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전에 배가 부담감으로 가득 찬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밥 한 줄을 고르고 나서 주인장의 눈치를 한번 살핀후 셀프음식대에 있는 김치와 단무지를 각각 그릇에 고봉으로 담았다. 그걸 본 주인장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고 김밥 한 줄 사면서 그렇게 많이 푸면 어떡하냐며
쏘아붙이자 효리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김밥이 나오기 전에 잔반찬으로 허기진 배를 얼추 채웠다. 여기서 더해 우동국 또한 건더기를 국그릇에 반이상 채우고 국물을 채워 조금 과장하자면 국이 있는 통이 바닥이 될 때까지 왔다 갔다 셀프리필을 하면서 이제 갓 나온 김밥한줄과 함께 야무지게 해치웠다. 효리는 창피했지만 가게 사장과 눈을 감히 마주치지 못하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한 후 서둘러 가게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저녁놀이 모습을 감추고 칠흑 같은 어둠이 가로등의 불빛이 간신히 밝히고 있는 거리를 거닐며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고민해 왔던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효리는 어떤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을 걷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머뭇거림과 비애가 그 걸음걸이에 느껴졌다. 효리는 수많은 유흥주점들 앞 '그대들의 천국'이라는 간판을 건 술집 문 앞에 섰다. 효리의 겉모습을 본 문 앞에 가드는 흔히 말하는 입구컷을 했고 효리는 자신의 이름을 대면 사장님이 알 거라며 힘없이 말했다. 그때 세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세단이 실랑이를 하고 있는 효리와 가드 앞에 섰다. 그러자 가운을 입은 훤칠한 기사가 내리더니 차 뒷문을 열며 허리를 숙여 감히 내가 당신이 내릴 수 있게 문을 열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듯이 허리를 정확히 구십 도로 꺾어 주인님을 예우했다. 차 안에서 내린 보스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가게 앞에 웬 거지 같은 여자가 서있는 것을 보고는 앞에서 있는 가드에게 야단을 치며 빨리 치우라고 말한 후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효리는 그 남자를 보고 소리쳤다.
"야 박동민"
가게 안으로 들어간 남자는 자신의 성까지 부르며 반말하는 생쥐꼴의 여자의 부름에 다시 뒷걸음치며 효리를 쳐다 봤다. 주변의 팔과 온몸에 문신을 하며 나 깡패요라고 홍보하는 듯한 여러 명의 남자들은 전부 얼어붙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동민은 효리를 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효리에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며 그녀를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그 일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룸사롱 사장실로 효리를 데려갔다. 효리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가는 동민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뒤따랐다. 동민은 그런 효리의 행동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탁한 버건디색의 불빛과 오만가지 색들이 불쾌하게 비춰대는 가게 복도를 지나갔다. 그곳에는 이른 저녁인데도 자신의 욕정을 이기지 못해 가정을 내팽게 치고 아내에게 돈을 벌어 준다는 궁색하고, 쪼잔한 명분을 삼아 자신의 회포를 푸는 남자들이 옆에 자신의 딸뻘되는 여자들의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효리의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동민은 자신의 사무실로 효리를 데리고 가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효리는 갑자기 자신이 사라전 일에 대해 거짓말을 둘러대며 갑자기 해외에 여행을 갔다 왔다는 얘기를 지어냈고 거짓말에 그럴듯함을 부여하기 위해 이 지옥 같은 삶에서 잠시 나마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일이 그립다며 이곳으로 오고 싶었다며 거짓말을 덧붙였다. 동민은 다른 일을 알아보라며 효리를 타일렀다.
"효리야 그건 아닌것 같다. 내가볼땐
우선 내가 필요한 돈을 줄 테니까 갚으라고 안할께 그러니까 해외에 나가서 살아 제발 한국에 있지 말고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 왜 또 이짓거리를 하려고 하는 건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이 지옥 같은 일이 나 같은 여자에게는 어울리는
일이라고요. 내가 뭔 고상하고, 높고, 우아하고, 어디 내나도 부끄럽지 않을 일이 어울리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저씨 그렇게 생각하냐고 아닌 거 알잖아" 효리의 말에 동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실랑이 끝에 동민은 효리에게 백기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불타오르는 간절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정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 앞의 앉아있는 여자가 이토록 이일을 해야만 하는 모종의 심리적 이유가 있을 거라고 동민은 짐작했다. 하지만 간사하게도 동민의 머릿속을 채운 생각은 효리에 대한 동정과 함께 이 기회를 통해 큰돈 좀 만져보자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요 근래 이상한 요구를 하는 돈 많은 기업회장이 동민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지꼴을 한 차림의 여자를 잠자리 상대로 원하는 괴상한 패티쉬를 가진 중년의 남자였다. 처음에 동민은 회장에게 완강히 거절했지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끝까지 거절했어야 하는 후회가 있긴 했지만 그 상황에 돈에 혹한나머지 수락하고 말았다. 가게 안에 있던 아가씨들에게 부탁했지만 아무리 돈이 궁하다지만 그런 더러운 짓은 안 하겠다며 다들 손사래를 쳤다. 동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효리에게 그 제안을 해봤다.
"할게요"
동민은 잠시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 분명히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단번에 승낙하는 것이 동민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수요를 채우고 나서 효리에게 연락을 준다고 말한 뒤 효리는 가게밖을 나갔다. 동민은 효리가 나간후 여러 감정을 교차했다. 또한 효리의 무뚝뚝하고 호전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걱정은 됐지만 어찌 되었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처리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은 내쉬었다. 같은 시간 효리는
가게밖을 걸으면서 사장실에서 나온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웨이터와 썩은 표정과 웃는 표정이 한데 섞여 생존을 위해 향수와 암내가 섞인 뚱뚱한 xy들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가는 xx들의 모습이 효리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복도를 걸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모종의 가학을 자신에게 가하고 싶다는 욕구에 이끌려 계단을 타고 천천히 올라 갔다. 그러면서 구두를 신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라는 혼잣말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그녀에 머릿속은 칠흑 같은 어둠보다는 어떤 초목도 없고, 집도 없는 허허벌판에 재가 전부를 덮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텁텁하고, 희망이 사라진듯한 느낌이 웃음뒤에 그녀에 뒤에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