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헉! 헉!”
촌장이 급하게 도망쳤다. 신우의 벼락같은 호통에 깜짝 놀라서 정신없이 도망쳤다.
한참을 도망친 후, 뒤를 돌아다봤다. 저승사자 같은 신우는 보이지 않았다.
“다, 다행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촌장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뒤이어 철구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
늦은 밤이었다. 잠자리에 들었던 촌장이 계속 한숨을 내쉬며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휴우~!”
그러다 답답한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문을 스르륵 열고 마루로 나갔다.
초승달이 구름에 가려서 무척 어두웠다. 별빛도 오늘은 쉬는지, 밝지 않았다.
“저 양반이 왜 저러지?”
촌장 부인도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에 누운 남편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심히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밖에 나간 남편이 괴로운 표정으로 마루에 앉자, 결국 몰려오는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로 향했다.
부부가 마루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때 마석이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다. 문을 조용히 닫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뒷간은 마루 뒤에 있었다.
“괜찮아요? 여보! 안색이 좋지 않아요.”
촌장 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신우 그놈만 보면 심장이 벌렁거려서 못 살겠어.”
촌장이 부인한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마석이 걸음을 멈췄다. 아버지의 괴로운 음성을 듣고 그 자리에 섰다.
‘신우라고?’
그의 두 눈이 커졌다. 신우를 두려워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부모의 말을 몰래 엿듣기 시작했다.
“신우 아빠하고 엄마가 그렇게 죽은 건 당신 책임이 아니잖아요, 독립군과 내통했다면서요.”
촌장 부인이 촌장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그게, 사실은 … 내가 다 꾸며낸 거야. 임자도 알잖아. 우리 마을에 무슨 독립군이야. 다 헛소리지.”
“네에? 뭐라고요?”
촌장의 갑작스러운 실토에 촌장 부인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왜 고발했어요?”
촌장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일본군 중대장이 불령선인 삼십 명을 당장 불지 않으면 우리 가족부터 먼저 죽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
“그,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헉!”
촌장의 놀라운 고백에 촌장 부인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이고!”
촌장이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한지 주먹을 꼭 쥐더니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촌장 부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남편의 말에 정신이 아찔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건,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당신은 우리 가족을 살리려고 거짓말을 한 거예요. …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살리려고 부득이한 선택한 거예요, 단지 그거뿐이에요.”
“아무리 그렇다 쳐도, 꿈에 죽은 자들이 보여서 미치겠어. 어젯밤 꿈에 … 신우 아빠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어.”
촌장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아이고, 이를 어째!”
촌장 부인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남편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그를 꼭 껴안았다.
그녀도 남편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촌장의 옷자락을 적시기 시작했다.
“다 지난 일이에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죽을 수는 없잖아요.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일본군, 그 못된 놈들이 저지른 일이에요.”
촌장 부인의 울먹이는 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서 마석의 귀에 박혔다.
마석이 명호의 말을 떠올렸다.
명호가 말했었다. ‘마을 사람들이 촌장을 의심한다.’고 그 말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신우, 그놈이 눈에 걸려. 그놈만 없어지면 살 것 같아. 분명 죽었는데. 흙구덩이에 매장됐는데 … 두 눈으로 똑똑이 봤는데, 살아 돌아오다니 이건 말도 안 돼. 그놈을 보면 신우 아빠가 살아서 돌아온 것 같아.”
촌장이 신우를 원망하며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 신우 놈을 멀리 내보내면 되잖아요. 뭐, 필요하면 돈을 좀 줘서라도 내보냅시다.”
촌장 부인이 촌장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가 걔 부모들을 죽게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 난 못해! 차마, 그렇게까지는 ….”
촌장이 마지막으로 남은 양심을 부인에게 고백했다.
“아이고, 이 양반아!”
촌장 부인이 남편을 책망하는 듯 그의 등을 때렸다. 하지만 딱함을 느꼈는지 손을 내렸다.
마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숨을 죽이며 부모의 말을 몰래 다 엿들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이에 뛰는 심장을 달래려 담벼락에 몸을 기대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크게 내쉬며, 쿵쿵 뛰는 심장을 달랬다.
만약, 이 사실이 밖으로 새나간다면 마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아버지는 자기 살자고 무고한 사람을 고발한 파렴치한이 될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날의 유일한 생존자인 신우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반드시 자기와 부모를 해코지하려 물불을 가리지 않을 거 같았다.
그가 생각했다.
‘신우! 그놈을 쫓아내야 해, 반드시! 그러면 사람들도 그날을 잊을 거야.’
마석은 입을 꽉 다물고 다짐했다. 아버지 눈엣가시인 신우를 반드시 마을에서 내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앙숙이었던 신우를 더는 봐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사건건 자기와 대립했던 그놈을 이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학교가 쉬는 날이었다.
마석이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아침도 먹지 않고 부리나케 집에서 나왔다.
목적지는 위 마을 장터였다. 집에서 장터까지는 장장 30리 길이었다.
가파른 산길을 타야 해서 3시간 이상 걸렸다.
정오가 되기 전에 장터에 가려면 빨리 걸어야 했다.
그렇게 마석이 쉬지 않고 열심히 걸어가 장터에 다다랐다. 험한 산길을 급하게 오른 탓에,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동수 형이 어디에 있지?”
마석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면 동수 패거리를 찾았다.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여쭙자, 도박장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저기구나. 저 도박장이야.”
마석은 부리나케 도박장으로 향했다. 도박장은 마석 같은 열다섯 소년이 갈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최소 열여덟은 되야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개의치 않는 듯 도박장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이 열리고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박장에 소년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도박에 열중하던 어른들이 놀라서 마석을 쳐다보았다.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마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왼쪽 구석에서 도박하는 동수를 발견했다.
“동수형!”
마석이 크게 외쳤다.
“누구지?”
동수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마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걸음을 옮겼다.
“마석아! 여기 웬일이냐? 넌 도박하기에 나이가 어려.”
동수의 말에 마석이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형한테 할 말이 있어요.”
“그래? 그럼, 밖으로 나가자.”
동수가 마석을 데리고 도박장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패거리도 같이 밖으로 나왔다.
“동수형! 아버지 눈에 들고 싶어요?”
마석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뭐? … 아! 그럼, 당연히 촌장님 오른팔이 되고 싶지, 말해 뭐해. 흐흐흐.”
동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촌장의 오른팔이 돼서 큰소리를 칠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실실거렸다.
“내 부탁을 들어주면 아버지께 잘 말할게요.”
마석이 동수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오! 그래. 무슨 일인지 말해봐. 힘깨나 쓰는 일이면 우리 만한 사람들이 없지, 암!”
동수가 입맛을 다시며 두 손을 비볐다.
마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석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마석이 고개를 끄떡이고 크게 웃었다. 그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이라면 우리가 안성맞춤이지.”
동수가 걱정하지 말라며 호언장담했다.
이에 마석이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짓고 동수 패거리와 함께 장터를 떠났다.
**
늦은 오후가 되었다.
신우가 산속에서 칡과 버섯을 캐고 있었다.
칡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칡뿌리를 작게 잘라서 입에 넣으면 쌉쌀하면서도 단맛에 기분이 참 좋았다.
몸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여름에 제격이었다. 열이 많은 그에게 딱 맞는 음식이었다.
신우가 칡과 버섯을 한 아름 캐서 바구니에 가득 담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누렁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따랐다.
“다 왔다.”
저 앞에 오두막이 보였다. 그의 보금자리였다.
신우가 오두막 앞에 바구니를 내려놨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신발 한쪽을 벗었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네가 신우냐?”
오두막 앞 큰 나무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동수였다.
동시에 다른 청년들도 숲에서 튀어나왔다.
키 큰 청년 세 명이 신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우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신우가 깜짝 놀랐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제 이름이 신우가 맞아요. 그런데 형들은 누군데 저를 찾아요?”
“마을 사람들이 그러더라. 너 때문에 불안해서 못 살겠대 … 좋은 말할 때 저 멀리 딴 데 가서 살아라.”
동수가 신우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신우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지지않고 말했다.
“뭐라고요? 여기에서 나가라는 말이에요? 여기에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요.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어요.
동네 사람들한테 허락을 받았어요. 다 클 때까지 여기에서 살아도 된다고 했어요.”
“이젠 상황이 바뀌었어. 넌 불청객이야. 어서 떠나, 좋은 말 할 때. … 개처럼 맞고 떠날래 아니면 순수히 떠날래?”
“네에?”
동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신우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순간, 분노가 확 타올랐다. 그동안 마음속에 꾹꾹 숨겼던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그들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대들었다.
“형들 말은 믿을 수 없어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왜 거짓말하는 거예요?”
“이놈 자식 봐라, 말 많네! … 아주 웃긴 놈일세!”
동수가 화를 버럭 냈다. 신우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자, 성질이 확 났다. 그래서 본때를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건방진 놈아!”
동수가 소리를 지르며 신우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냅다 따귀를 힘껏 갈겼다.
짝!
“아야! 아이고 손이야!”
따귀를 맞은 신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었다. 오히려 신우를 때린 동수가 손바닥이 너무나도 아픈지 비명을 질러댔다. 마치 바위를 때린 거 같았다.
동수가 부하들에게 크게 외쳤다.
“야! 저놈 두들겨 패서 끌어내 버려!”
그 소리에 청년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은 신우를 때린 동수가 오히려 아파서 죽으려 하자, 황당하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두목인 동수가 명령을 내리자 이내 몽둥이를 들고 신우에게 다가갔다.
신우의 눈빛이 송골매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예전의 신우였다면 왈패들의 위협에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온 그였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부쩍 힘이 세지는 자기 모습에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래 한번 해보지 뭐.’
속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 악한 기운을 신우가 온몸으로 느꼈다. 죄 없는 사람을 때리고 속이는 불량배였다.
누렁이도 자세를 낮췄다.
몽둥이를 들고 주인에게 다가오는 낯선 이들에게 위협을 느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맹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컹! 컹!
누렁이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마구 짖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면 물 듯이 짖어대자, 청년들이 순간 멈칫했다.
이에 동수가 누렁이를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저놈의 개자식이! 좋아, 다 방법이 있지.”
동수가 실실 웃으며 바닥에 있는 돌을 쥐어 들었다. 누렁이를 향해 돌을 던지며 살살 약을 올렸다.
“이 개자식아! 약올라 죽겠지?”
동수의 약 올림에 누렁이가 화를 참지 못했다. 그만 성질이 나서 동수를 잡으러 뛰쳐나갔다.
“이때다! 저놈을 때려잡아!”
동수의 명령에 청년 두 명이 신우의 앞뒤를 에워 샀다.
신우가 숨을 멈추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긴장감이 넘쳤다.
바로 그때! 청년들이 앞과 뒤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면 덤벼들었다.
신우가 재빨리 움직였다. 앞에서 날라오는 몽둥이를 고개를 숙여 피하고,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마치 발에 튼튼한 용수철이 달린 듯했다.
공중에서 정점을 찍더니 솔개처럼 하강하며 청년의 턱을 오른 무릎으로 내리찍었다.
“악!”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이윽고 몸을 획 돌리더니 뒤에서 공격하는 청년의 관자놀이를 왼발로 내리쳤다. 번개 같은 솜씨였다. 그런 다음 가뿐하게 착지했다.
“아이고!”
청년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나동그라졌다. 그 자리에 혼절했다.
“아,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동수가 깜짝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렁이가 바짓가랑이를 꽉 물고 늘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신우가 동수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아주 무서운 눈빛이었다. 이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이 아주 가벼웠다.
동수가 어쩔 줄 모르다가 누렁이한테 바짓가랑이를 잡힌 걸 이제야 깨달았다.
“이놈의 개자식이!”
동수가 몽둥이를 집어서 누렁이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누렁이가 날쌘 몸짓으로 몽둥이를 피하고 신우 옆으로 돌아왔다.
“잘했다. 누렁아.”
신우가 누렁이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천천히 동수에게 걸어갔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동수가 허공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신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무서운 눈빛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동수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동수가 몽둥이를 내팽개치고 도망쳤다. 쓰러졌던 청년 둘도 정신 차리고 동수를 따랐다.
그들의 신우의 괴력과 위풍당당한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발이 안 보일 정도로 급하게 도망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말이 돼?”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석이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부터 신우가 힘이 세고 몸이 날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열다섯에 불과했다. 열다섯 소년이 장정 셋을 가뿐히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
마석이 신우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천하장사였다.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동수 패거리가 마석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석이 이를 악물었다. 혼쭐이 난 동수 패거리를 보면서 신우를 반드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더 센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수형! 아버지한테 갑시다!”
마석이 무언가를 결심하듯 낮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왜? 촌장 어르신께 뭐라고 말하려고?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 잰 보통내기가 아니야! 우리도 한주먹 한다고! 그런데 저놈은 정말 대단하고 무서운 놈이야.”
동수가 몸을 벌벌 떨며 마석에게 말했다.
“형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
마석이 말을 내뱉었다. 신우를 두려워하는 동수의 눈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산에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늘한 바람이었다. 마치 마석의 모진 마음과 같았다.
마석이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동수 패거리가 그를 따랐다. 그렇게 산에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