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편_19화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19화_혈투


촌장과 일본군 다섯이 급하게 산을 올랐다.


촌장의 눈에 신우의 오두막이 보였다.


“저깁니다. 저 오두막에 그 아이가 있어요.”


일본군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신우가 도망치기 전에 잡으려는 듯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정신 차렸다. 신우를 데리고 빨리 도망쳐야 했다.


명호가 주저앉은 신우를 내려다봤다.


신우는 넋이 나간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우야 정신 차려!”


“빨리 이곳에서 피해야 해!”


아이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신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몸을 마구 흔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물을 가져와!”


명호의 다급한 말에 기철이 오두막 옆 시내로 달려가 저고리에 물을 담았다. 신우에게 달려와 얼굴에 물을 뿌렸다.


“아!”


신우가 정신 차렸다. 차가운 물이 닿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컹! 컹!


누렁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일본군을 보고 놀란 나머지 흥분해서 짖어댔다.


“빨리 도망가야 해! 신우야 움직여.”


기철이 신우의 등을 떠밀었다. 덕대가 신우의 한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신우와 아이들이 일본군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생각했다. 그날, 운 좋게 신우가 살았지만, 이번에 잡히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누렁이도 주인을 따라서 옆에서 뛰었다.


그때!



탕!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총소리가 들렸다.


“헉!”


커다란 두려움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서로 쳐다봤다. 어쩔 줄 모르던 덕대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일본군 대여섯이 총을 겨누고 다가오고 있었다. 뒤에 촌장이 있었다.


촌장을 발견한 덕대가 용기를 내어 크게 외쳤다.


“촌장님! 대체 왜 이러세요!”


“신우만 빼고 나머지는 비켜라! 너희들도 다친다.”


촌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촌장의 경고에도 아이들은 신우한테서 떨어질 수 없었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맹수의 먹이로 전락한 친구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신우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기철이 두 눈을 꼭 감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맞아요! 신우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명호도 소리 높여 외쳤다.



탕!



총성이 다시 울렸다. 조용히 하라는 소리였다.


아이들이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 장교가 앞으로 나왔다. 신우만 남고 비키라는 듯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신우가 친구들을 쳐다봤다. 자기 때문에 친구들까지 다칠 거 같았다. 이에 어서 비키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 신우야!”


아이들이 신우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신우가 친구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간곡한 눈빛으로 친구들을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 뒤로 물러섰다.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일본군 서너 명이 총을 겨누고 신우에게 다가왔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일본군의 총열이 햇빛을 받아서 강렬하게 빛났다.


“저놈을 포승줄로 묶어라.”


장교의 명령에 병사 하나가 크게 답하고 요대에 매달리 포승줄을 풀었다. 풀린 포승줄이 마치 뱀처럼 요동쳤다.


이 모습을 본 누렁이의 눈빛이 반짝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이더니 포승줄을 든 병사한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누렁이는 주인 옆에 바짝 붙었다. 일본군의 시선이 총에서 포승줄로 쏠리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아이고!”


곧 비명이 들렸다. 누렁이가 병사의 다리를 꽉 물고 늘어졌다.


“아야!”


누렁이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물린 병사가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저 개새끼가!”


옆에 있던 병사가 일갈했다. 누렁이를 떼어내려고 개머리판을 힘껏 휘둘러댔다. 개머리판이 허공을 갈랐다.


폴짝하며 누렁이가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개머리판을 휘두른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아이고!”


그렇게 누렁이가 일본군을 공격했다.


누렁이의 날쌘 공격에 일본군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때를 틈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뛰어!”


이 한마디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총소리가 다시 들렸다.



탕! 탕! 탕!



총이 연속적으로 발사되었다. 총소리와 함께 커다란 나뭇가지가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이들 앞에서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더 움직이면 쏴버리겠다는 엄포였다.


“제발 도망가지 마라!”


촌장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걸음을 멈췄다. 도망갈 데가 없었다.


그때,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렁이가 우는 소리였다.


“누렁아!”


신우가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장교가 누렁이의 목덜미를 꽉 잡고 들어 올렸다. 누렁이가 발버둥 쳤지만 억센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던 장교가 요대에서 권총을 꺼냈다. 권총을 누렁이의 머리에 겨누더니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울리지 말아야 하는 총성이 울렸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신우가 보고 말았다.


누렁이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네 발을 사시나무처럼 떨다가 천천히 굳어갔다. 꼬리가 축 처졌다.


“누, 누렁아!”


죽어가는 누렁이의 모습에 신우의 무릎이 꺾였다.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꼬꾸라지고 말았다.


누렁이한테 혼났던 병사들이 누렁이한테 달려왔다. 마치 화풀이를 하듯 누렁이를 걷어차 버렸다. 이윽고 신우에게 눈을 돌리더니 한발 한발 그에게 다가왔다.


“흐흑!”


신우가 흐느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내주신 누렁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커다란 무력감에 닭똥 같은 눈물이 계속 흘러나와 맨땅을 흥건하게 적셨다.


포승줄을 든 병사가 신우 앞에 섰다. 포승줄을 팽팽하게 당기더니 신우를 묶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은 사방을 감시했다. 혹 독립군이 나타날까 봐 경계를 철저히 섰다. 사방에 총을 겨누고 주위를 살폈다.


잠시 후, 한 소년이 포승줄에 묶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날 어머니와 함께 묶였던 포승줄에 다시 묶이고 말았다.


신우가 친구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친구들은 얼음이 된 듯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들은 누렁이의 처참한 죽음과 신우의 체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막혔고, 움직이고 싶었지만, 사지가 마비된 것 같았다.


신우의 두 다리와 목이 굳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친구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친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기 위해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이동해!”


장교가 태산처럼 굳은 신우를 보고 성질을 냈다.


이에 병사 하나가 신우의 등판을 발로 걷어찼다. 병사의 발길질에 신우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자식아! 빨리!”


병사가 넘어진 신우를 보고 욕지거리하면서, 개머리판을 높이 쳐들었다.


개머리판이 높이 쳐들리자, 신우가 치를 떨었다. 엄마가 맞았던 개머리판이 생각났다.


이윽고 개머리판이 가차 없이 날아왔다. 일본군한테 저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듯이 쉴 새 없이 개머리판이 날라왔다.


신우의 눈이 점점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무쇠로 만든 개머리판을 맞으며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분노가 한계점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아, 안돼!”



덕대가 크게 울부짖고 신우를 향해 달려갔다.


덕대가 달려가자, 남은 아이들도 달려들었다. 친구가 눈앞에서 처참하게 매 맞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일본군에게 외쳤다. “때리지 마라!”. “살려 달라!”고 간곡하게 외치며 신우에게 날라오는 개머리판을 온몸으로 막았다.


그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탕!




총성 한 발이 울렸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게 오발인지, 아니면 작정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총소리가 났다.


“억!”


한 명이 쓰러졌다.


덕대가! 덕대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신우의 눈앞에서 절친인 덕대가 가슴에 총을 맞고 선혈을 흘리며 쓰러졌다.


신우가 배고플까 봐 가장 좋아하는 빈대떡도 반 뚝 잘라서 나눠주던 정 많은 친구 덕대가 고개를 떨구었다.


고요했다.


어린 소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 누구도 감히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피비린내에 익숙해지자,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촌장이 자리를 피했다. 덕대가 죽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신우만 쫓아낼 심산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자 당황하고 말았다.


덕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산속에서 부는 찬 바람에 피 묻은 옷자락이 나풀거렸다.


바람 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가혹한 매질에 피투성이가 된 소년이 바닥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분연히 일어났다.


신우가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이제 그는 더 울 일이 없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지금,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는 여기서 일본군과 싸우다 죽을지언정 덕대와 누렁이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었다.


“반드시 갚겠다! 이 원수를!!”


신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었다.


그가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의 불꽃을 삼키더니 포승줄에 묶인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대담한 행동에 일본군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총구가 신우를 향했다. 방아쇠에 검지가 걸렸다. 여차하면 쏠 기세였다.


신우가 다섯 개의 총구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양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투~욱!


두꺼운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의 손목을 꼼짝달싹 못 하게 옭아매던 포승줄이 엿가락처럼 툭 하며 끊어졌다.


“아, 아니, 어떻게? ”


신우의 괴력에 일본군이 깜짝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놀란 나머지 지금, 이 순간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때 신우가 단전에 힘을 모았다. “아야~!” 고함을 지르며 날아올랐다. 성난 표범처럼 위로 솟구쳐 올랐다. 높디높은 성벽을 뛰어넘을 기세로 위로 솟구쳤다.


“헉!”


일본군이 깜짝 놀랐다.


“총을 쏴!”


장교의 명령에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허공에다가 마구 총질을 해댔다.


“탕! 탕! 탕!


매콤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자욱한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


그때 신우가 허공을 가르며 번개처럼 내려왔다. 마치 송골매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쏜살같이 내려왔다.


재빠르게 왼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발뒤꿈치로 앞에 있는 병사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으악”


뒤통수가 터진 병사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꼬꾸라졌다.


땅에 착지한 신우가 떨어지는 총을 잽싸게 붙잡았다. 옆에 병사가 있었다. 병사의 머리통을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너무 세게 친 모양인지 소총이 박살 났다.


“악!”


무지막지한 개머리판을 맞은 병사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때, 병사 하나가 대검을 뽑아서 신우를 찌르려고 했다. 대검이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칼날이 심장에 닿으려는 순간, 신우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몸을 왼쪽으로 싹 돌려 칼을 피하고 오른 손날로 대검을 내리쳤다. 이윽고 왼 주먹으로 병사의 인중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아악!”


병사의 앞니가 부러졌다. 병사가 엄청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병사가 총을 떨어트렸다. 신우의 믿을 수 없는 활약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커다란 두려움에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때, 불덩이가 다시 날아왔다.


탕!


총소리와 함께 총알 한 발이 신우 뒤편에서 날아왔다.


“윽!”


탄두가 신우의 등판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엄청난 고통을 참지 못한 신우가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더 들렸다. 세 발이 등판을 관통했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신우는 어떻게든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버티고 버텼던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자존심을 회복한 듯 장교가 고개를 쳐들었다.


쓰러진 부하들을 바라보더니 이를 갈았다. 신우를 향해 권총을 겨누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척 긴장한 듯 가쁜 숨을 연거푸 내쉬었지만, 사로 잡은 사냥감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꽉 깨물었다.


남은 건 확인 사살이었다.


장교가 신우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긴장감에 양 입술이 흔들거렸다. 방아쇠 앞에 있는 검지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신우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억울하게 죽은 엄마, 아빠, 마을 사람들, 덕대, 누렁이를 생각하면서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 짜냈다. 온몸이 부서져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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