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신우가 깜짝 놀랐다.
자기가 장정 세 명을 순식간에 해치웠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어떻게?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
신우는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자기 능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두 손을 꽉 쥐고 몸을 숙이더니 순간, 위로 몸을 날렸다.
바람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보통 사람이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의 네 배, 아니 다섯 배 이상 뛰어올랐다.
믿을 수 없는 또 벌어졌었다.
이 정도 높이로 뛰어오를 수 있다면 아무리 높은 담벼락이라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공중에서 정점을 찍더니 마치 선녀가 부드럽게 땅에 내려앉듯 가볍게 착지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신우가 들뜬 마음에 두 손을 높이 쳐들고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야~!!”
우렁찬 함성에 초목이 흔들리고 산속의 새들이 놀라서 달아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신우가 신이 나서 오른손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옷 틈으로 불빛이 보였다. 이를 본 신우가 깜짝 놀랐다. 이에 저고리를 벗어젖혔다.
가슴팍에서 희미한 검은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몸에서 빛이 나다니!”
몸에 이상을 감지한 신우가 가슴팍 여기저기를 만졌다. 별 이상은 없었다.
“다행히 아픈 데는 없는데 ….”
순간! 검은빛이 강렬해지더니 격렬한 통증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윽!”
신우가 어떻게든 참으려 했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꼬꾸라지고 말았다.
“아이고!!”
비명이 들렸다.
신우가 한참 동안 몸을 뒤척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다 의식을 잃고 말았다.
엄청난 고통의 흔적인 듯 주변에 흙먼지가 가득했다.
잠시 후, 그의 몸을 감쌌던 검은빛이 이내 힘을 잃고 다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마석이 동수 패거리를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마침 촌장이 늦은 점심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
마석이 급하게 아버지를 불렀다.
“왜? 무슨 일인데 아들?”
촌장은 아들의 급한 부름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궁금해했다. 그러다 아들 옆에 있는 동수 패거리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촌장이 말했다. 화난 목소리였다.
“저놈들을 왜 데리고 왔냐? 저런 놈들하고는 상종하지 말라고 했잖아!”
동수 패거리는 마석을 괴롭혔던 청년들이었다. 이에 촌장이 그들을 찾아서 혼내 준 적이 있었다.
그런 못된 놈들하고 아들이 같이 다니는 것을 보고 심기가 불편했다.
마석은 아버지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사방을 둘러봤다. 집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에 잘됐다는 표정을 짓고 아버지에게 다가가 귓속말했다.
“아버지, 긴히 할 말이 있어요. 잘 들으세요.”
촌장이 아들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급히 마석과 동수 패거리를 사랑방으로 들였다.
“그래, 독립군을 봤다고!”
촌장이 입술에 침을 묻히고 동수에게 말했다.
“분명! 독립군이었어요. 군복을 입고 소총도 들고 있었어요. 탄띠에 탄창 여러 개가 있었어요!”
동수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마석이 가르쳐준 대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연기를 잘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됐어?”
촌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독립군들이 산속으로 올라갔어요. 거기에서 어떤 아이를 만났어요. 우리는 숲속에 숨어있었어요. 숨죽이며 숨어있었어요.”
동수가 아주 그럴듯하게 연기하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럼 그 아이가 누구야?”
“그래서 독립군이 떠나고, 산으로 내려와서 촌장 아드님하고 같이 산에 올라가서 그 아이를 확인했어요.
마석아, 걔 이름이 뭐라고 했지?”
동수가 마석에게 말을 넘겼다.
“그 아이는 신우였어요!”
마석이 단호하게 말했다.
“뭐, 뭐라고! 신우라고 … 아! 그렇구나. 역시 내통한 게 맞았어. 어쩐지 그 깊은 구덩이에서 어떻게 살아나와.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야.”
촌장이 무릎을 탁! 치며 기뻐했다. 신우를 쫓아낼 명분을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맞아! 신우 가족은 분명히 독립군과 내통했어. 괜히 전전긍긍했잖아. 하하하! 이제 발 뻗고 자겠네.’
촌장이 쾌재를 불렀다. 그가 급히 말했다.
“자! 빨리 이웃 마을에 있는 일본 헌병대로 가자. 거기에 무장한 일본군이 있어.
혹, 근처에 독립군이 있더라도 그놈들까지 싹 다 잡을 수 있어.”
촌장이 촌장이 동수를 쳐다보면 말했다.
“네가 지금 한 말을 그대로 헌병대에게 말해야 한다. 알았지!”
“그럼요. 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동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마석한테 눈짓했다.
마석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촌장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도 같이 갈게요!”
“그래, 너도 목격자니까 같이 가자!”
촌장은 훤하게 웃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이윽고 마치 기쁜 일이 있는 듯 촌장과 마석, 동수 패거리가 이웃 마을에 있는 헌병대로 달려갔다.
마을 사람들은 급하게 달려가는 촌장과 마석, 동수 패거리를 보고 ‘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고 불길 해했다.
한편 한동안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신우가 정신을 차렸다.
이마에 찬 기운을 느끼고 힘들게 두 눈을 떴다. 그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대, 기철, 명호가 그를 걱정하며 간호하고 있었다.
덕대가 찬물에 적신 수건을 꼭 짜더니 신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신우야, 괜찮아?”
덕대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신우에게 물었다.
“날이 아직 쌀쌀한데 저고리를 왜 벗었어? 그러다 감기 걸려.”
덕대가 신우 얼굴에 묻은 먼지까지 꼼꼼히 닦으며 물었다.
신우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게,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숨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어.”
신우가 말을 마치고 매우 아팠던 가슴을 만졌다.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 멀쩡했다. 그러다 불현듯 가슴에서 발했던 검은빛이 생각났다.
이에 급히 몸을 일으키고 가슴팍을 여기저기 살펴봤다. 검은빛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우의 행동이 이상했다.
“먹는 게 부실해서 그런가?”
덕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신우가 요즘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거 같은데. 저번에 신우가 모은 나무를 짊어지고 집에 가다가, 너무 무거워서 오십 보도 못 갔어.
그래서 이웃 아저씨들과 나눠서 가져갔어. 그렇게 무거운 나무를 혼자서 짊어지고 내려왔으니 그래서 탈이 난 것 같아.”
명호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그건 아니야. 나무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신우가 말을 흐렸다. 자기에게 일어난 불가사의한 일을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대충 둘러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괴이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구덩이에 파묻혔는데 살아났고, 총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후 혼자서 장정 세 명을 물리쳤다. 그리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이후 가슴팍에서 난데없이 검은빛이 발하더니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대단한 일이 분명하지만, 그만큼 두려웠다. 힘을 쓰자, 큰 고통이 몰려왔다.
잠시 후 신우가 기운을 차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명호가 장기 장기인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마석과 싸운 무용담을 자랑했다.
“그래서 내가 한 방을 보기 좋게 날렸지. 마석 그놈이 저 멀리 날아갔어. 살려달라며 벌벌 기더라고.”
덕대와 기철은 명호의 허풍에 기가 찼지만, 신우가 재미있어하는 거 같아 가만히 있었다.
누렁이가 귀를 쫑긋했다. 명호의 얘기가 재미있는지 신우 곁에서 그의 수다를 들어주었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덕대가 옆에 있는 바구니를 척 들었다. 바구니에 감자가 잔뜩 들어있었다.
“야, 우리 감자 구워 먹자!”
덕대가 감자를 구워 먹자고 아이들을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럼, 불 피워야 하잖아. 넌 먹기만 할거고.”
“내가 감자 가져왔잖아. 불은 너희가 피워야지. 어서 불피워. 감자 구워 먹게. 아주 맛있는 감자야.”
“아, 알았어.”
명호와 기철이 덕대의 성화에 못이며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러 숲속으로 향했다.
산속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줍던 기철이 갑자기 멈칫했다.
인기척을 느낀 듯, 몸을 일으키더니 누가 오나 하고 사방을 둘러봤다. 저 멀리서 일련의 사람이 보였다.
“이상하네. 여기는 우리 말고 올 사람이 없는데.”
기철이 중얼거렸다. 그가 무척 이상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신우는 마을 사람들이 꺼리는 아이였다. 신우랑 엮이면 일본군한테 추궁당할 거 같았다.
그래서 길동이 아빠와 신우 친구 세 명 외에는 오두막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신우야! 누가 찾아오기로 했니?”
기철이 신우에게 물었다.
이 소리를 듣고 신우가 횡포를 부렸던 왈패들을 떠올렸다. 그가 생각했다.
‘이놈들이 복수하러 또 왔구나. 더 호된 맛을 보여주마. 아주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야 해.’
신우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장터 왈패 놈들이 찾아왔었어. 여기에서 멀리 나가라고 협박했어. 그래서 내가 그놈들을 혼쭐을 내줬지.”
신우의 두 눈이 번뜩였다.
친구들이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신우의 눈빛이 너무나도 무섭게 돌변했다.
그리고 신우의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왈패들을 보면 퍼뜩 도망가야지 싸우다니, 이는 크게 다칠 일이었다.
신우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놈들이 아무리 많이 오더라도 내가 다 혼내줄 테니.”
친구들이 불길함을 느꼈다. 신우의 말과 행동이 이상했고 점점 다가오는 사람들이 심상치 않았다.
그때 명호가 크게 외쳤다.
“초, 총이 보이는데. 일본군 같은데!”
“뭐라고?”
명호의 말에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그래서 누구라 할 것 없이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길로 달려갔다.
명호의 말대로 총, 군모, 군복이 보였다.
분명히 일본군이었다. 그것도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총열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순간, 아이들의 몸이 굳어버렸다.
저승사자로 불리는 일본군이 갑자기 등장했다.
신우가 몸을 마구 떨기 시작했다.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눈이 수박처럼 커졌다. 그러다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