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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_38_마석의 신고와 순사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앗! 아니에요. 전 그냥 시킨 대로 한 것뿐이에요!”


동수가 두 손을 연신 흔들며 주모자가 아님을 항변했다.


신우가 동수의 얼굴에 똑바로 바라보며 추상같은 호통을 쳤다.


“그러면 … 누가 너한테 그런 짓을 시킨 거냐?”


“그, 그건.”


동수가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촌장의 눈치를 살폈다. 촌장이 어서 말하라고 손짓하자, 고개를 떨구고 개미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이 시켜서 고발했어요.”


“도련님이라고? 도련님이라면 … 마석을 말하는 거냐?”


명호가 놀란 눈으로 동수를 쳐다보며 외쳤다.


“…….”


동수가 대답 대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어서 말해! 안 그러면 네놈의 숨통을 끊어 놓겠다.”


신우가 한 손을 높이 쳐들었다.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동수의 간이 콩알만 해졌다.


“마, 맞아요! 그때 마석이 시켰어요. 마석이!”


결국, 동수가 울먹이며 사실을 실토했다.


“마석! 이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반드시! 끝장내겠다.”


신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그 무고 때문에 덕대와 누렁이가 죽었다. 자기도 22년간 맹인 신세였다.


“뭐, 뭐라고? 마석이 시켰다고?”


촌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우에게 달려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제발 신우야! 마석을 용서해라. 차라리 나를 죽여라. 제발!”


촌장이 울면서 신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신우가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놈의 세 치 혀 때문에 내 친구가 죽고 말았어! 그것도 일본군 총탄에 비참하게 죽었단 말이야!”


신우가 촌장을 뿌리치고 명호와 함께 마석을 찾기 시작했다.


“이놈이 어디에 있지? 아까 안에 있었는데!”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차가 급하게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건!”


명호가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하고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종로 경찰서 소속 차 한 대가 마석 상회 앞에 서 있었다. 마석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었다. 차 문이 열리고 순사들이 내렸다.


이 모습을 본 명호가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행히 빨리 왔구나!”


차 소리를 들은 마석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웃집에 숨어있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순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순사가 오자, 밖으로 뛰어나왔다.


명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신우야! 순사들이 가게 앞에 나타났어!”


“뭐라고? 이것들이! 또 신고했구나.”


신우가 촌장을 찾았다. 촌장을 얼굴을 매섭게 쏘아보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아니야! 내가 신고하지 않았어.”


촌장이 부인하며 급하게 두 손을 흔들었다.


명호가 다시 밖을 살폈다. 순사 옆에 있는 마석을 발견하고 이를 갈았다. 그가 신우에게 말했다.


“마석이 순사랑 같이 있어. 저놈이 예전처럼 또 신고한 거야.”


명호의 말에 신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석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분을 삼키고 명호에게 말했다.


“명호야! 뒷문으로 빠져나가라.”


“아니! 왜? 나가려면 같이 나가야지!”


“넌 일단 피해 있어. 순사들은 내가 상대할게. 굳이 너까지 나설 필요가 없어. 내가 마석 저놈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 그때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는 알 때가 됐어.”


신우의 말에 명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래! 저 순사 패거리는 … 너한테 한주먹거리도 아니지.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없지. 암, 맞는 말이야, 친구!”


명호가 오른손을 들었다. 신우의 왼쪽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둘이 서로를 쳐다봤다. 명호가 잘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고 신우는 걱정하지 말라고 고개를 끄떡였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럼, 간다.”


명호가 씽긋 웃고 뒷문을 향해 달렸다.


“아이고! 이게 대, 대체 ….”


촌장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일이 점점 커져만 갔다. 순사까지 나타나자 망연자실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신우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밖에 순사 두 명과 순사 보 두 명이 마석 상회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옆에 마석이 있었다.


“저놈입니다! 저놈이 우리 아버지를 해쳤어요!”


마석이 순사에게 신우를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마석! 저놈이!”


신우가 마석을 보고 이를 갈았다.


순사들이 신우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키가 크고 건장한 사내가 등장하자, 긴장한 거 같았다.


그러다 안도하고 입맛을 다셨다. 신우는 맨 몸이었다. 어떤 무기에 들지 않았다. 이에 얕잡아 보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이놈! 감히 지역 유지인 카야마(佳山) 선생님에게 해코지하다니! 저놈을 당장 체포해라!”


순사 선임이 순사 보 두 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순사 보 둘이 몽둥이를 들고 신우에게 다가왔다.


“아이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 청년이 무슨 잘못을 했나?”


주민들이 계속 몰려왔다. 마석 상회 근처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를 어째!”


“저 아저씨, 큰일 난 거 같아.”


주민들이 순사의 표적이 된 신우가 안타까웠다. 경찰서에 끌려가면 모진 고초를 당할 게 뻔했다. 몇몇이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


“어서 빨리 도망쳐!”


“맞아, 도망쳐야 해!”


신우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순사 보 두 명이 신우를 앞뒤로 에워쌌다.


신우는 씩 웃기만 할 뿐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순사 보가 신우에게 다가와 손목에 수갑 채웠다. 철컥하며 수갑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순순히 잡히자, 그를 끌고 마석 앞으로 갔다.


“선생님. 이 자가 분명 맞지요.”


순사 보가 마석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이자가 우리 가게에 몰래 들어와서 우리 아버지를 해쳤습니다. 아주 고약한 놈입니다. 그 죄를 단단히 물어야 합니다.”


마석이 말을 마치고 신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고소하다는 듯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네 놈이 아무리 힘이 세도 순사한테는 안 된다며 비웃는 거 같았다.


그때! 신우가 눈을 부릅떴다. 마석의 면상을 성난 호랑이처럼 쏘아보다니 순간! 우레와 같은 고함을 질렀다.



“마석! 덕대와 기철, 누렁이의 죽음에 책임을 져라!!”



“헉!”



갑자기 터져 나온 크나큰 소리였다. 고막이 터질 거 같은 소리였다. 마석이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화들짝 놀란 나머지 몸이 얼음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분위기 반전됐다.


수갑을 찬 청년이 순사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손에 땀을 쥐었다. 무슨 반전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마석이 겨우 정신 차리고 입을 열었다.


“너, 넌 누군데 … 내 이름을 알지?”


신우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답했다.


“넌 내가 누구인진 아직도 모르냐? 난 신우다. 이신우다! 네 어릴 적 동무다.”


신우라는 말에 마석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뭐? 신우라고? … 걔는 예전에 죽었어! 이놈이 감히 사기를 치고 있어!”


마석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벌떡 일어났다. 두 눈을 부라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사기꾼을 잡으려는 듯 신우의 멱살을 꽉 잡았다.


그때, 신우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투둑!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의 손목을 감쌌던 수갑이 단번에 끊어져 버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마석과 순사들이 깜짝 놀랐다. 쇠로 만든 수갑이 엿가락처럼 가볍게 끊어졌다.


신우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목에 걸친 수갑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쨍그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시끄러웠던 가게 앞이 조용해졌다. 주민들이 떨어진 수갑을 보고 몸을 떨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쇠를 엿가락처럼 끊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신우의 괴력에 순사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동안 아무 짓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하하하! 순사들 좀 보소!”


“그새 꼬랑지를 내렸네?”


“임자를 만난 거 같은데 … 흐흐흐!”


여기저기서 순사를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순사 선임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저놈을 체포해! 빨리!”


이에 순사 보 둘이 침을 꿀컥 삼켰다. 방망이를 꼭 쥐고 신우에게 걸어갔다.


신우가 고개를 돌렸다. 앞과 뒤에 순사 보가 있었다.


그때 큰 소리가 들렸다.


“간다!”


앞에 있던 순사 보가 신우의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힘껏 내리쳤다.



빡!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의 머리가 아니라 몽둥이가 두 동강이 났다.


신우는 멀쩡했다. 장터에서 차력사를 할 때처럼 간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순사 보에게 말했다.


“다했나? … 순사 나리, 이젠 내 차례군.”


아주 차가운 목소리였다. 신우의 얼굴에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움직였다.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순사 보의 몽둥이를 빼앗더니 그들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빡!

빡!



신우의 호된 몽둥이질에 순사 보 머리에 불꽃이 팍 튀었다.


“으악!”


“악!”


불같은 몽둥이맛을 본 순사 보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듯 자지러지다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젠장!”


“이럴 수가!”


순사 보들이 맥없이 쓰러지자, 순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 전열을 다듬었다. 타오르는 긴장감에 입술에 침을 묻히고 칼손잡이를 잡았다. 서슬 퍼런 긴 칼을 쑥 뽑아 들었다.


긴 칼의 광채가 빛났다. 차디찼고 섬뜩했다.


순사들이 신우의 주변을 맴돌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공격할 기회만 노렸다.


신우가 순사들을 보다가 지루한 듯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신우의 방심을 틈타 순사들이 신우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끝의 냉기가 신우의 살갗에 닿을 순간!


신우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칼끝을 피했다. 몸을 재빠르게 낮추더니 순사들의 정강이를 발로 힘껏 걷어 차버렸다.



뚝!



“아이고! 다리야!”


순사들의 정강이가 똑 부러지고 말았다. 그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저놈을 쏴 죽여버려!”


순사 선임이 소리쳤다. 이에 후임 순사가 재빠르게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가 신우를 겨냥하려는 순간!


신우가 번개처럼 그에게 달려들었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알이 허공으로 발사됐다. 번개처럼 달려온 신우가 순사의 권총을 꽉 잡고 있었다. 총구가 신우가 아닌 하늘을 향했다.


“총을 뽑았으니 책임을 져야지. 네 목숨으로 갚아야 해.”


신우가 말을 내뱉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놔라!”


순사가 용을 썼다. 신우에게 총을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신우가 다른 손으로 순사의 멱살을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렸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순사가 허공에서 발버둥 치며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다.


“우와!”


“멋지다! 대단하다!”


모여든 주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신우의 활약에 신나 했다. 그동안 호랑이처럼 위세를 떨던 순사들이 신우한테 혼쭐이 나자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기분이었다.


한편, 순사 선임은 한 발을 절뚝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살기 위해 한쪽 다리가 부러졌지만, 몸부림쳤다. 그렇게 기를 쓰고 도망쳤다.


신우가 도망치는 순사를 보고 말했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시나? 여기 동료가 있어요. 같이 가야지.”


“헉!!”


순사 선임이 깜짝 놀랐다. 그가 더욱 서두를 때,


신우가 괴력을 발휘했다. 들고 있던 순사를 도망치는 순사를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순사가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가 도망치는 순사 선임과 쾅! 부딪혔다.


“악!”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사들이 서로 뒤엉켜 나동그라졌다. 엄청난 충격에 정신을 잃고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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