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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30_피해자 주미희 영업 사원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이 분노

by woodolee

우동식 형사가 답했다.


“대장, 세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어.”


“확실합니까? 연쇄살인과 관련된 게 맞나요?”


“응, 세 번째 피해자가 맞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보고했어.

시신 목에 밧줄 같은 거로 강하게 졸린 자국이 있고 목덜미 한가운데에 동그란 자국 두 개가 있대.”


“그렇다면 … 세 번째 피해자가 맞습니다. 놈들이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이런 젠장!”


유강인이 화를 참지 못했다. 송창수를 만나러 간 사이에 세 번째 피해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 정형사가 현장으로 출동했으니, 좀 있으면 연락이 올 거야. 전화 기다리고 있어.”


“알겠습니다. 전화가 오면 저도 현장으로 출동하겠습니다. 선배님은 나은성 비서한테 연락하세요. 2차 참고인 조사를 해야 합니다.”


“알았어.”


“나비서는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사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도 조사해야 합니다.”


“OK! 걱정하지 마. 대장님 말씀인데 내가 잘 따라야지. 나비서한테 바로 연락할게. 혹 참고인 조사를 거부하면 어떡하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거부하면 … 체포 영장을 신청해야 합니다.”


“알았어. 그리하지.”


유강인이 전화 끊었다. 그가 미간을 확 모으더니 이를 악물었다.


세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랐지만, 그건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범인들이 멈추지 않았다.


탐정의 안색이 변하자, 조수 둘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런 식이라면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었다.


인간 세상사에서 원한은 흔한 일이었다. 그 사무친 원한을 … 원수의 피로 다 갚으려면, 세상의 피가 모자를 지경이었다.


잠시 후



삐리릭!



유강인의 핸드폰이 다시 다급하게 울렸다. 기다리던 전화였다. 발신자는 정찬우 형사였다. 유강인이 급히 전화 받았다.


“정형사!”


“선배님, 새로운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있어. 우선배님한테 보고 받았어.”


“시신을 살핀 결과, 세 번째 피해자가 확실합니다. 송상하 부회장, 최인식 교수처럼 밧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했습니다.

목덜미를 살펴보니 매듭 자국 두 개가 아주 선명했습니다.”


“역시 그렇군, 제기랄!”


유강인이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사태가 점점 용납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차 안에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혹감과 분노의 침묵이었다.


“선배님 … 듣고 계세요?”


정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려 퍼졌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정신 차렸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탐정의 최대 무기는 차분함과 냉정함이었다. 이를 놓친다면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형사, 시신을 발견한 장소가 어디지?”


“장소는 서울 석인동 호수 공원입니다. 사건 현장 CCTV를 확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CCTV가 공원 전체를 비춘답니다. 범인의 모습이 찍혔을 겁니다.”


“아, 그래. 그건 다행이군. 시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직도 공원에 있어?”


“네, 공원에 있습니다. 선배님이 현장으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시신을 확인하면 곧 병원으로 이동해서 사망 판정을 하고 부검의가 부검할 예정입니다.”


“알았어. 석인동 호수 공원으로 당장 갈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고 조수 둘에게 급히 말했다.


“지금 당장 서울 석인동 호수 공원으로 가야 해. 거기에 세 번째로 죽은 시신이 있어.”


“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세요.”


황수지가 말을 마치고 시동을 걸었다.


차에 시동이 걸리자, 유강인이 외쳤다.


“어서 가자고!”


탐정단 밴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석인동 호수 공원을 향해 내달렸다.


석인동 호수 공원은 서울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탐정단도 한 번 방문한 곳이었다.


1년 전, 황정수가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석호 근처에 맛있는 순댓국밥집이 있다고 거기서 점심 먹자고 졸라댔다. 그래서 그곳에서 식사한 적이 있었다.



**



탐정단 밴이 석인동 호수 공원, 석호에 도착했다. 근처에 유료 주차장이 있었다.


“저기에 주차하자고.”


“알겠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황수지가 차를 유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했다.


차에서 내린 탐정단이 근처에 있는 호수 공원 안내판을 살폈다. 입구 위치를 확인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호수 공원 둘레길에 사람들이 많았다. 저녁 산책하는 사람들이었다.


현재 시각은 저녁 6시 40분이었다. 서울 교통이 수월해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호수 공원 입구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권형사였다.


권형사가 유강인을 보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유강인 탐정님!”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더욱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조수 둘도 그 뒤를 따랐다.


권형사 앞에서 걸음을 멈춘 유강인이 급히 입을 열었다. 숨이 찼지만, 숨을 고를 여유조차 없었다.


“권형사님 … 시신 앞으로 안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유탐정님. 먼저 숨을 좀 고르세요. 숨이 너무 급합니다.”


“알겠습니다. 휴우~!”


유강인과 조수 둘이 잠시 숨을 골랐다. 셋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권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넷이 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우측 둘레길을 걷던 권형사가 한 손으로 저 앞을 가리켰다.


“사건 현장은 저깁니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그곳을 살폈다.


저 멀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호수 둘레길 수풀이었다. 수풀은 꽤 우거졌다. 수풀 위로 큰 나무들이 많았다.


“저기군!”


유강인이 위치를 파악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100M 이상을 내달려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둘레길에 급한 발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서울청 형사들과 관할 경찰서 경찰들이었다.


“저기 누가 오네요.”


“아! 선배님.”


그들 중에 정찬우 형사가 있었다. 그가 유강인을 알아보고 크게 외쳤다.


“여깁니다, 선배님!”


30초 후, 유강인이 숨을 헐떡이며 정찬우 형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말했다.


“정형사, 시신은 어디에 있지?”


“시신은 저 수풀 속에 있었습니다. 3시간 전, 산책하던 주민이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알았어.”


유강인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문제의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사각사각 풀 밟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 경찰 셋이 있었다. 그들이 절도있게 경례를 붙이고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수풀 속에 누워있던 시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원한에 사무친 악귀한테 죽은 자였다.



첫 번째 송상하 부회장

두 번째 최인식 교수

그리고 세 번째 시신이었다.


유강인이 어느 때보다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시신을 확인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여자군.”


다시 사각사각! 풀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유강인이 시신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았다.


시신은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키는 중간이었고 몸매는 통통했다. 인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헤어스타일은 단발이었다.


유강인이 먼저 피해자의 목을 살폈다. 밧줄로 목을 감고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얼굴에 구타 흔적도 있었다.


다른 사건과 양상이 같았다. 연쇄살인마의 솜씨였다.


“목덜미!”


유강인이 목덜미를 외치자, 경찰 하나가 시신을 향해 걸어왔다. 그가 조심스럽게 시신을 뒤집었다.


풀밭에서 시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곧 목덜미가 보였다. 하얀 목덜미였다. 목덜미에 동그란 자국 두 개가 있었다. 이전 살인처럼 목덜미 한가운데에 난 자국이었다.


범행 수법이 이전 두 사건과 똑같았다. 세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맞는군!”


동그란 자국 두 개를 확인한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피해자 얼굴을 살폈다.


얼굴에 피멍이 많았다. 팔뚝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피해자도 모진 구타를 당한 게 분명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도 원한을 산 모양이군. 그래서 죽은 거야.”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그 처참한 모습에 고개를 푹 숙였을 때


정찬우 형사가 걸어왔다. 그가 태블릿 PC를 보며 말했다.


“선배님, 피해자 지문을 감식한 결과, 37세 주미희씨로 밝혀졌습니다.

사망 시간은 대략 오늘 새벽인 거 같습니다. 정확한 건 부검을 통해 밝혀질 겁니다.

방금 주미희씨 가족이랑 연락이 닿았습니다. 주미희씨는 독신이고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랍니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독신이고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라고? … 드디어 공통점이 하나 나왔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애타게 찾던 공통점이 나왔다. 그건 병원이었다.


두 번째 피해자는 우영 병원 산부인과 의사였고 세 번째 피해자는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영업 사원이었다.


둘 다 병원과 관련이 깊었다.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두 피해자한테 병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그렇다면 병원에서 또 억울한 일이 생긴 건가?

살인 동기는 분명 원한이야. 두 사건 모두 병원과 관련된 거라면 … 바로 그거야. 의료사고야!

의료사고가 바로 단서야. 그래. 이걸 꽉 물자. 절대 놓치지 말자.’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벌떡 일어났다. 그가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피해자가 어떤 병원을 방문해 영업했는지, 그거부터 조사해. 이게 제일 중요해. 병원을 무엇보다도 먼저 조사해야 해.

그 병원에 의료사고가 있었는지 알아봐.”


“병원이요? … 아,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니, 병원 출입이 잦았겠네요. 알겠습니다. 의료사고를 조사하겠습니다.”


정형사가 답을 하자, 유강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전반적인 수사 상황을 살폈다.


살인 동기는 사무친 원한이었다. 그 진한 냄새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풍겼다.


범행 수법은 30년 전 연쇄살인마인 면도날 송창수의 수법과 많이 닮았다.


그 점에서 카피캣이 연상됐지만, 밧줄과 함께 면도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인은 카피캣이 아니었다.


수사 결과, 범인은 카피캣이 아니라 공범의 사냥개 같았다.


송창수한테 범행을 지도한 공범이 있는 건 확실했다. 공범은 머리가 좋은 브레인이었다. 송창수는 공범의 사냥개에 불과했다.


송창수가 이를 증명하듯, 공범을 ‘선생’이라고 불렀다.


정황상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악귀들이 선생과 연이 닿은 게 분명했다.


송창수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그가 가석방되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자들이 있는 거 같았다.


그들의 사무친 원한과 간절함에 감복한 송창수가 범죄의 브레인, 선생을 소개한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결론을 내렸다.


‘송창수는 곧 죽을 몸이야. 남에게 뭔가를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야. 그래서 공범, 선생을 소개한 거야. 그게 타당해.

송창수는 한마디로 브로커야. 이빨 빠진 호랑이는 사냥에 나설 수 없어.

30년 전, 베일에 싸였던 선생이 원한을 가진 이들과 손을 잡은 거야. 그래서 30년 전 사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거야.

범인은 송창수의 카피캣이 아니라 선생의 제자야. 송창수도 선생의 제자였어. 그래서 제자가 선생을 지킨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선생의 30년 전 사냥개 송창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였어, 약한 자를 괴롭히고 죽이는 걸 즐겼어.

반면 두 번째 사냥개는 전혀 그렇지 않아. 이들은 피맺힌 원한을 갚기 위해 움직이는 자야.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들을 처단하고 있어.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고 있어.

여기 세 번째 피해자도 분명 무슨 잘못을 지질렀을 거야.’


유강인이 피해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 구타의 흔적을 통해 범인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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