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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27_살인마 를 만나다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원룸에 있는 둘은 가석방된 죄수와 그의 보호 관찰관이었다.


보호 관찰관은 가석방된 죄수의 사회생활을 도와주고 한편으로는 그의 행실을 감시했다.


죄수는 사형을 선고받은 송창수였고 보호관찰관은 장민국이었다.


송창수의 나이는 60대 초반이었다. 젊은 나이에 중죄를 저지르고 30년 동안 감옥에서 살았다.


젊은 혈기를 감옥에서 소진한 탓인지 그의 몸은 80대 노인 같았다. 중년이 되자, 신장에 이상이 생겼고 지병이 악화하면서 급격한 노화가 찾아왔다.


“지금 시각이?”


장민국 관찰관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오후 4시 40분이었다. 유강인과 약속 시각이 점점 다가왔다. 그가 송창수에게 말했다.


“송창수씨,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겠습니다.”


숨쉬기도 힘들어하던 송창수가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밖에서 … 유강인을 만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대로변 커피숍에서 유강인 탐정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얘기를 나누고 … 유탐정님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송창수가 병석에 누운 채 고개를 끄떡였다.


장민국 관찰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투를 걸치고 원룸에서 나갔다. 이곳은 10층 빌딩이었다. 송창수가 거주하는 원룸은 3층이었다.


장관찰관이 걸음을 서둘렀다. 계단을 급히 내려갔다. 약속 장소는 원룸 근처 커피숍 ‘뭉크’였다.



*



뭉크 커피숍 문이 천천히 열렸다. 탐정단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뭉크는 대로변 커피숍으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손님 80명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다.


손님은 통창문 주변으로 많았고 가운데 자리에는 별로 없었다.


유강인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오자, 한 손님이 벌떡 일어났다. 가운데 자리 손님이었다. 일행은 없었다. 그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40대 남자였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40대 남자가 유강인에게 꾸벅 인사했다. 유강인도 맞절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40대 남자는 장민국 보호관찰관이었다.


“콜드 브루 레귤러 세잔 주세요.”


황수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친절한 목소리로 답하고 조리대로 걸어갔다.


“음!”


장민국 관찰관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저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 장민국 보호 관찰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유강인이 답했다.


“그렇군요.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조수들입니다. 황정수 선임 조수, 황수지 조수입니다.”


“만나서 반습니다. 조수님들.”


장관찰관이 조수들에게도 정중히 예를 갖췄다. 조수 둘도 같이 인사했다. 황정수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이네. 송창수한테도 잘 해 줄 거 같아.’


유강인이 장민국 관찰관에게 말했다.


“장관찰관님, 정형사한테 자초지종은 다 들으셨죠?”


“네, 다 들었습니다. 커피를 드신 후 송창수씨가 사는 원룸으로 가면 됩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송창수는 언제 가석방됐죠?”


“4개월 전입니다. 지병이 악화해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제 원룸을 방문한 주치의가 말했습니다. 이번 달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6개월도 살기 힘들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신장이 무척 약해졌는데 간도 심장도 무너졌습니다. 하나가 무너지자, 다 무너지는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면 … 돌아다닐 수는 없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가석방될 때부터 제 발로 돌아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기 스쿠터를 이용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최근에 벌어진 살인 사건은 며칠 전에 벌어졌어. 죽을 날을 코앞에 둔 송창수가 둘을 죽일 수 없어.

피해자는 모두 건장한 남자였어. 송창수는 범인이 아니야. 그는 그럴 힘이 전혀 없어.’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통창문으로 한 빌딩이 보였다. 바로 송창수가 사는 원룸 건물이었다. 그곳에 송창수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운명의 여신은 가차 없었다.


흉악한 살인마에게도 마지막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이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유강인이 솔솔 풍기는 콜드 브루의 향을 맡고 고개를 끄떡였다. 향이 참 좋은 거 같았다. 그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장민국 관찰관이 커피를 반쯤 마시고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더 물어보실 게 있나요?”


유강인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질문을 이었다.


“관찰관님이 … 송창수 옆에 항상 계신 건 아니죠?”


“네, 그렇습니다. 항상 옆에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수시로 통화하고 위치 추적기로 위치를 추적합니다. 이상이 있는 거 같으면 바로 달려갑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송창수는 병약해서 범행에 가담할 수는 없지만, 보호 관찰관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야.

누구랑 통화했는지는 통화 기록으로 알 수 있지만, 누구를 만나는지는 알기 어려워.

CCTV가 유일한 추적 방법이지만, 문제는 시간이야. 가석방된 지 벌써 4개월이나 지났어.

CCTV는 보존 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해. 보존 기간이 훌쩍 넘었어.

사건을 명백히 밝히기가 쉽지 않겠어.’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커피를 다 마시고 말했다.


“이제 가시죠.”


“네, 저를 따라오세요.”


장민국 관찰관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탐정단이 장관찰관을 따라갔다. 5분 정도 거리를 걷자, 저 앞에 10층 빌딩이 보였다. 최신식 원룸 빌딩이었다. 3층에 송창수가 살고 있었다.


장민국 관찰관과 탐정단이 빌딩 출입구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갔다.



딩동댕!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네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송창수가 사는 집은 두 번째 집, 302호였다.


장민국 관찰관이 302호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비빅!



시끄러운 디지털 음이 들리며 현관문이 열렸다.


“아이고, 이 집에 ….”


황정수와 황수지가 침을 꿀컥 삼켰다. 긴장한 듯 보였다. 넷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거 같았다.


송창수는 광동구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잔혹한 연쇄살인마였다. 그 잔인함과 광기가 지금도 여전할 거 같았다.


장민국 관찰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강인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크게 숨을 내쉬고 그 뒤를 따랐다.


원룸이라 집이 작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집 전체가 잘 보였다. 창가 쪽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닥에 두꺼운 요를 깔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딱 봐도 80대 노인 같았다. 머리가 아주 훤했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 별로 없었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듬성듬성 있었다.


몸에서 생기가 사라지자, 수염도 이가 빠지듯 우수수 빠지고 말았다.


“저자가 바로 ….”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누워있는 자는 송창수가 분명했다.


송창수 사건 파일에 범인의 사진이 있었다. 송창수는 매부리코였다. 누워있는 자도 매부리코였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젊은 시절 모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매부리코만은 여전했다.


“휴우~!”


유강인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전 네 명을 죽인 살인마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가 송창수를 살폈다. 송창수는 두 눈을 꼭 감고 누워있었다.


작은 원룸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탐정단이 숨을 죽였다.


그건 차디찬 살기(殺氣) 때문이었다. 송창수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나왔다. 쥐죽은 듯 누워있었지만, 그 냉혹함만은 여전했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타오르는 긴장감에 침을 꿀컥 삼켰을 때


송창수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북극 빙하 같은 목소리였다.


“당신이 … 유강인이요?”


그 소리를 듣고 조수 둘이 깜짝 놀랐다. 저승사자의 목소리를 들은 듯했다. 황정수가 안절부절못했다.


“바, 밖으로 나가야 하나?”


황정수의 말에 황수지가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황수지도 떨렸지만, 여기에서 나갈 수는 없었다.


유강인도 송창수의 말에 움찔했지만, 수많은 범죄자를 잡은 탐정답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습니다. 내가 유강인입니다.”


그러자 송창수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이 가뿐해진 거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유강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 쓱 미소를 지었다.


살인마의 미소였다. 먹이를 잡아먹기 전, 늑대가 실실 웃는 거 같았다.


“흐흐흐!”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유강인도 깜짝 놀랐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그때 긴장감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콜록! 콜록!”


송창수가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서둘러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붉은 피를 보고 조수 둘이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듯 뒤로 물러섰다. 유강인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피가 긴장감을 더했다.


“이런!”


장민국 관찰관이 서둘러 움직였다. 물티슈 각에서 물티슈 여러 장을 꺼내서 송창수에게 건넸다.


송창수가 떨리는 손으로 물티슈를 받고 입을 닦았다. 입을 닦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물티슈가 붉게 물들어갔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송창수 상태가 몹시 안 좋아. 눈도 흰자가 별로 없어. 검은자가 대부분이야.

정말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아. 이건 쇼가 아니야.’


송창수가 어깨를 축 늘였다. 기침을 많이 해서 몸을 가누기 힘든 거 같았다.


그가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러다 유강인을 쳐다봤다. 잠시 뚫어지게 쳐다봤다.


송창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가 작았다.


“벌써 찾아오다니 ….”


그 소리가 유강인 귀에 들렸다. 아주 희미한 소리였다.


“응?”


유강인이 두 귀를 쫑긋했다. 송창수의 말을 더 들으려 했지만, 더는 들리지 않았다. 송창수가 입을 닫았다.


유강인이 희미하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그건 ‘벌써’였다. 벌써 빼고는 다른 말은 들리지 못했다. 그가 생각했다.


‘이자가 벌써라고 말한 거 같은데 … 그 뒤는 모르겠어.

뭘 말하려고 한 거지? 벌써 왔다는 말인가? 정황상 그런 거 같기는 한데. 내가 일찍 와서 놀란 건가?’


유강인이 생각을 정리하고 송창수에게 말했다.


“유강인 탐정입니다. 송창수씨죠?”


송창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작고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맞습니다. … 제가 송창수입니다. 이렇게 … 유강인 탐정님을 뵙게 돼서 …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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