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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Oct 29. 2024

10_침입자 구형사를 잡아라!

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깊은 어둠을 깨는 발소리가 도로를 따라서 울렸다. 참가자 33번이 술래 집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렸다.


마치 오랫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린 듯 거침이 없었다. 그의 눈앞에 거액의 돈이 아른거렸다. 곧 4억이라는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철컥!”


이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예광BB탄이 참가자 33번을 향해 비 오듯이 발사됐다.


타타타타!


술래 집 근처에 있는 411동 출입구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최초 술래 한 명과 2차 술래 두 명이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허공을 가르며 참가자 33번을 향해 날아왔다


“헉!”


참가자 33번이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술래 셋이 은밀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는 듯 같았다.


뒤이어 페인트 탄이 날아왔다. 커다란 구슬 같은 페인트 탄이 참가가 33번의 가슴과 팔뚝, 헬멧을 때렸다.


탄이 터지며 형광 물질이 쫙 퍼졌다. 노란 형광 물질과 연두색 형광 물질이 옷과 헬멧에 착 달라붙었다.


“제, 젠장!”


참가자 33번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 차렸다. 술래 집이 30m 이내에 있었다. 어서 빨리 달리면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힘차게 참가자 33번이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건너편 403동 출입구에서 최초 술래 둘이 뛰어나왔다. 그들이 참가자 33번을 향해 달려오며 고무탄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


막강한 위력의 고무탄이 참가자 33번을 향해 마구 쏟아졌다.


“악!”


참가자 33번이 고무탄을 온몸에 맞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술래 집이었다. 어떻게든 참고 뛰어야 했다.


그가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술래 집을 향해 달려갔다. 핸드폰을 꼭 쥐고 이를 악물었다.


타타타타!


점점 고무탄이 가까운 거리에서 쏟아졌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고무탄의 위력이 한층 강해졌다.


술래들이 치밀한 팀플레이 했다. 먼저 예광탄으로 목표의 위치를 포착한 다음, 페인트 탄으로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후에 고무탄을 든 술래들이 목표에 집중해서 사격했다.


“아악!”


결국, 술래 집 5m 앞에서 참가자 33번이 풀썩 쓰러졌다.


고무탄이 주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보호장비를 철저히 갖췄지만, 집중포화에는 견딜 수 없었다.


참가자 33번이 술래 집 앞에 힘없이 쓰러지자, 최초 술래 둘과 진행 요원들이 걸어왔다. 진행 요원 한 명이 참가자 33번 앞에 걸음을 멈추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가자 33번 항복입니까?”


“…….”


참가자 33번이 고통에 힘겨워하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철철 흘러내렸다.


술래 집 5m 앞에서 쓰러진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가 거친 숨을 뱉어내고 말했다.


“하, 항복입니다.”


“참가자 33번은 지금부터 2차 술래 33번으로 전환합니다. 번호를 떼겠습니다. 어디 다친 데 있습니까?”


“무척 아픕니다. 좀 쉬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좀 쉬시고 그래도 아프면 의무대를 찾으세요.”


“네,”


상황이 종료되자, 최초 술래들이 고개를 끄떡이고 다시 어둠에 휩싸인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 게임을 무척 즐기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술래들이 사라지자, 통제관 세 명이 참가자 33번에게 달려왔다. 통제관 1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보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보물을 찾은 겁니까?”


“…….”


참가자 33번이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떨구었다.


통제관 2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잠시 핸드폰을 살피다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건 우리가 숨긴 보물이 아닙니다. 보물에는 다 표시가 있는데 … 이건 표시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보물에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뭐라고?”


통제관 1이 깜짝 놀랐다. 그녀가 급히 핸드폰을 살폈다. 통제관 2의 말이 맞았다. 이 핸드폰은 그들이 숨긴 보물이 아니었다.


통제관 2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마도 참가자 33번이 단지에 버려진 핸드폰을 주운 거 같습니다. 규정상 라이트에 불이 들어오면 어떤 핸드폰도 상관없잖아요. 이 핸드폰도 보물이 맞습니다.”


“그렇긴 하지 … 그런데 ….”


통제관 1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버려진 핸드폰이라면 이렇게 상태가 좋을 리 없어. 이건 최신형 핸드폰이야. 배터리도 충분하고 ….”


“네에? … 그래요?”


후임 통제관들이 서둘러 핸드폰을 자세히 살폈다. 통제관 1의 말이 맞았다.


이 핸드폰은 신상이었다. 재건축 현장에 버려진 핸드폰 같지 않았다. 배터리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 핸드폰의 정체가 심상치 않았다.


통제관 1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아서 쉬고 있는 참가자 33번을 내려다봤다. 이윽고 그에게 걸어가 말했다.


“참가자 33번님, 이 핸드폰을 어디에서 얻었습니까? 분명 우리가 감춘 보물이 아닙니다. 어디에서 얻었죠?”


참가자 33번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통제관들이 무서운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그게 보물을 찾다가 한 사람을 만났어요.”


“한 사람을 만났다고요? 그 사람이 누구죠?”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참가자가 아니었고 술래도 아니었어요. 게임 관계자도 아니었어요.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뭐라고요?!”


참가자 33번의 말에 통제관 1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침, 침입자인가?”


참가자 33번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젊은 여자였어요. 단발머리였어요. 키가 컸어요. 170 정도는 되는 거 같아요. 아파트 동 사잇길에서 숨어서 어딘 가에 전화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핸드폰을 빼앗아서 여기로 온 겁니다.”


“알겠습니다.”


통제관 1이 말을 마치고 통제 센터를 바라봤다. 그녀가 즉시 통제 센터 트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후임 통제관들도 그 뒤를 따랐다.


갑자기 통제관들이 부리나케 움직이자, 감독관들이 불안감을 느꼈다. 감독관 1이 말했다.


“우리도 통제 센터로 갑시다.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선임 감독관님.”


감독관 둘도 빠른 걸음으로 통제 센터 트럭으로 향했다.



밤 12시 35분


통제관의 지시에 통제 요원들이 감시 카메라를 뒤로 돌렸다. 그렇게 게임장에 침입자가 들어왔는지 살폈다. 잠시 후 한 요원이 크게 말했다.

“침입자가 있습니다. 그것도 두 명입니다. 남자와 여자입니다.”


통제관 1이 모니터를 살폈다. 게임을 시작할 무렵에 북문 근처 펜스를 두 명이 넘었다.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통제 요원들에게 소리쳤다.


“이 자식들아! 너희는 그동안 대체 뭐한 거야? 침입자가 저렇게 버젓이 들어왔는데 … 왜 보고를 하지 않은 거야? 한눈을 판 거야?”


통제 요원들이 마치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들이 방심한 탓에 감시 카메라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여태까지 침입자 없었고 그래서 철저하게 모니터를 살피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감독관 2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침입자를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선임 통제관께서는 너무 화내지 마세요.”


통제관 1이 화를 꾹 참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이제 어떡하죠? 이 게임은 그동안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습니다. 세상에 알려지는 걸 회장님들과 대표님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게임장 총책임자인 감독관 1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통제관님, 이 게임이 불법이라 그렇습니다. … 총의 위력이 너무 세서 합법적인 게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초 술래들이 이를 고집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침입자를 잡아야 합니다. 게임을 앞으로도 계속하려면 그자들을 잡아서 입을 틀어막아야 합니다.

큰돈을 주고 입을 놀리지 말라고 경고하면 가만히 있을 겁니다. 혹 그래도 건방을 떤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알겠습니다. 침입자를 바로 잡겠습니다.”


통제관 1의 답을 하자, 감독관 1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비상 상황입니다. 10차 게임을 종료하고 모든 참가자를 2차 술래로 전환하세요. 침입자 둘을 잡으라고 최초 술래와 2차 술래에게 지시하세요.

참가자들에게 다음번 대회 출전권을 자동으로 부여한다고 말하세요. 상금도 두 배라고 말하세요.

현재 상금을 받은 사람이 없으니 모두 수긍할 겁니다. 주최 측 잘못을 사과하고 합당한 배상을 한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참가자 전원을 2차 술래로 전환하겠습니다. 최초 술래, 2차 술래, 진행 요원, 경비 요원 모두가 침입자 둘을 쫓겠습니다.”


통제관 1이 답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가 게임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긴급 사항을 전달했다.


“긴급 사항입니다. 10차 대회를 종료하겠습니다. 지금 게임장에 침입자 둘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입니다. 그 둘을 잡아야 합니다. 이에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참가자들도 모두 2차 술래로 전환합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침입자를 잡아야 합니다. 통제 센터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여 주세요.

이는 주최 측 잘못입니다. 이에 참가자 전원에게 다음 대회인 11차 대회 출전권을 부여하겠습니다. 11차 대회는 상금이 두 배입니다. 행사 차질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침입자들을 잡는 데 공을 세운 분들에게도 합당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현재 침입자들은 보호구가 없습니다. 등과 하체를 공격하세요. 반드시 침입자를 생포해야 합니다.”


게임 참여자들에게 통제관 1의 무전이 전달됐다. 그러자 곳곳에 숨어서 보물을 찾던 참가자들이 속속들이 도로로 나왔다. 참가자 40명이 모두 2차 술래로 전환되었다.


2차 술래들이 게임 진행 요원에게 무기와 탄환을 받았다. 이제 최초 술래 6명과 2차 술래 40명이 통제 센터의 지시에 따라서 침입자 둘을 잡아야 했다. 바로 구나정 형사와 다리를 다친 도둑이었다.


구형사는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50명이 넘는 사람이 자신을 침입자로 간주하고 쫓는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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