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으으으~!”
커다란 고통이 몰려왔다. 구나정 형사가 바닥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흘러갔다.
“…… 이, 이것들을 반드시 잡아야 해! 반드시.”
구형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지나자, 고통이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는 참을 만했다.
“휴우~!”
길게 숨을 내쉬고 구형사가 일어났다. 약간 휘청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바닥을 구르는 바람에 손과 얼굴, 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여기는 완전 도둑놈, 도둑년 소굴이잖아! 용서할 수 없다. 모두 잡아서 유치장에 집어넣어야 해.”
구나정 형사가 각오를 다지고 옷에 묻은 흙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사방을 살폈다.
교활한 꾀로 핸드폰을 훔쳐서 달아난 참가자 33번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 쪽으로는 오지 않았는데, 그건 분명해. 그럼, 앞에 있는 흙길을 따라서 쭉 달렸다는 말인데 … 아니면 옆에 있는 아파트 쪽으로 들어갔나?
그 작자가 무슨 보물을 찾는다고 했는데 … 왜 내 핸드폰을 훔쳐서 달아난 거지? 내 핸드폰이 보물이라도 되는 건가? 도대체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네.’
구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발걸음을 옮겼을 때 아차!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파트 동 사잇길에 두고 온 배낭이 생각났다. 배낭 안에 도둑이 사용했던 갈고리와 로프가 들어있었다.
‘밧줄! 그래, 도둑을 잡으려면 밧줄이 필요하지. 도둑놈들을 잡아서 아주 꽁꽁 묶어야 해.’
구나정 형사가 생각을 마치고 아파트 동 사잇길로 돌아갔다. 배낭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배낭을 다시 메고 걸음을 재촉했다.
밤 12시 10분
여기저기서 펑! 펑!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타타타타! 총소리도 들렸다. 술래와 참가자들이 서로 쫓고 쫓기며 술래잡기했다.
아이들 술래잡기는 가볍고 귀여운 놀이였지만, 어른들 술래잡기 놀이는 살벌했다.
사방에서 소금탄과 페인트탄, 예광 BB탄, 고무탄 등이 날아다녔다. 모두 보호대를 착용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맞으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 12번이 2차 술래 12번이 됐습니다.”
“참가자 5번이 2차 술래 5번이 됐습니다.”
“2차 술래 6번이 최초 술래와 함께 참가자 39번을 잡는 데 공을 세웠습니다.”
“알았습니다.”
4단지 중앙에 있는 통제 센터 요원들이 무전을 접수했다. 통제 센터는 술래 집 근처 도로에 있는 대형 트럭이었다.
겉보기에 화물 트럭 같았지만, 화물칸 안에는 각종 첨단 장비가 즐비했다.
통제 요원들이 감시 카메라로 게임장인 단지 전체를 감시하고 조명 상황과 게임 상황을 체크했다.
그중에서 게임 상황이 특히 중요했다. 술래와 참가자들의 위치를 일일이 추적하고 그들의 공을 계산했다.
게임을 총괄하고 통제하는 감독관과 통제관은 게임 진행 요원 다섯과 함께 술래 집에 있었다.
술래 집은 그냥 간이 테이블에 불과했지만, 참가자가 라이트가 켜진 핸드폰을 들고 이곳에 도착하면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한 지 40여 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보물찾기에 열중할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물을 찾아서 술래 집으로 온 참가자는 아직 없었다.
지루한지 껌을 질겅질겅 씹던 통제관 2가 통제관 1에게 말했다.
“선임 통제관님, 저번 대회 기록이 어떻게 되죠?”
통제관 1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왜, 그게 기억이 안 나?”
“그게,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른 대회보다 훨씬 일찍 온 거 같은데 ….”
“게임 시작하고 한 시간 만에 참가자가 보물을 들고 왔어. 정확하게 1시간 3분 14초야. 이전 최고 기록을 훨씬 뛰어넘었어. 이전 기록은 1시간 58분 48초였어.”
“아! 이제 기억이 나네요. 그때 놀란 기억이 납니다. 너무 빨리 술래 집에 도착해서 ….”
통제관 2가 말을 이었다.
“그때 정보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 너무나 빨리 보물을 찾아서 ….”
유출이라는 말에 통제관 1이 발끈했다.
“그건 다 헛소리야! 정보가 유출되다니 … 보물의 위치는 감독관이 좌표를 찍으면 통제관과 게임 진행 요원이 적당한 장소에 숨기는데 … 그럼, 감독관과 통제관, 진행 요원 중에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는 말이야? 너희들 지금 제정신이야!
회장님들과 대표님들이 거액을 투자해서 즐기는 놀이야. 자제분들이 슈퍼카 타고 위험하게 노는 대신 이 게임을 하는 게 좋다고 내가 건의해서 시작한 일이야. 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으면 안 돼!”
선임 통제관 1이 눈을 부라리며 후임 통제관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후임 통제관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헛소리 그만하고 게임 상황이나 잘 살펴. 통제관 2는 통제 센터에나 가봐. 보고만 기다리지 말고 직접 확인해. 통제 똑바로 하라고 거액의 월급을 주는 거잖아.”
“아, 알겠습니다.”
통제관 2가 급히 대답하고 통제 센터 차량을 향해 달려갔다. 50m 달려 트럭 앞에 도착했다.
트럭 뒤에는 지프 두 대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의무 차량과 지원 차량이었다.
통제관 2가 나타나자, 트럭 운전사가 운전석에서 내려서 화물칸 문을 열었다.
화물칸이 열리자. 안에 세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캔 커피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 통제관 2가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야! 지금 잡담이나 하고 놀고 있을 때야! 무전과 모니터에 집중해!”
“아이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일하려고 했습니다.”
통제 센터 요원들이 급히 헤드셋을 끼고 모니터를 살폈다. 감시 카메라가 게임장 곳곳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통제관 2가 화물칸 안으로 들어가 통제 상황을 살폈다. 그가 참가자들의 실적을 살피다가 말했다.
“다친 사람이 있나?”
“아직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의무 차가 아직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중에서 2차 술래가 된 사람이 몇 명이지?”
“현재 10명이 2차 술래가 됐습니다.”
“보물을 찾은 사람은 있고?”
“아직 없는 거 같습니다. 보물 근처에 간 참가자는 있는데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여기는 큰 게임장이야. 항상 안전에 주의해야 해. 그래야 게임이 원활하게 진행돼. 통제 센터가 그 어느 게임장보다도 중요한 곳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감시해. 하루 일당이 얼마인데 … 어디에서 한눈을 팔고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통제관님.”
“통제관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눈알이 빠지도록 집중해서 모니터를 살피겠습니다.”
“좋았어. 그래, 그렇게 해야지.”
통제관 2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군대에서 칼날 같은 군기를 잡는 부사관 같았다.
그렇게 느슨한 분위기를 잡고 통제관 2가 차 밖으로 향했을 때, 모니터를 보던 통제 요원 한 명이 급히 말했다.
“통제관님! 지금 한 명이 술래 집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33번입니다.”
“뭐라고? 지금 시각이 몇 시지?”
“
지금 시각이 밤 12시 15분입니다.”
“뭐, 45분 만에 참가자가 술래 집으로 오고 있다고? 보물을 찾은 거야?”
통제 요원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답했다.
“보물 신호는 잡히지 않습니다.”
“뭐라고? 보물도 없이 참가자 33번이 술래 집으로 오고 있다고?”
“혹, 게임을 포기하려는 걸까요?”
“그건 아니야. 게임에서 포기란 없어. 술래에 잡혀서 2차 술래가 되거나 게임이 끝날 때까지 숨어있어야 해. 현재 참가자 33번 위치가 어디야?”
“현재 412동에 있습니다. 좀 있으면 411동으로 도착할 겁니다.”
“411동 앞 도로에 술래 집이 있는데 거의 다 왔다는 말이잖아.”
“네, 그렇습니다.”
“참가자 33번 응급 신호를 보냈나?”
“신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응급 신호를 보내지 않았고 저렇게 잘 움직이고 있으니 다친 건 아니야. 계속 잘 살펴봐.“
“알겠습니다.”
통제관 2가 급히 트럭에서 나와 술래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참가자 한 명이 보물도 없이 술래 집에 접근하는 게 이상했다.
그렇게 통제 센터와 술래 집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411동과 412동 사잇길을 한 사람이 은밀하게 걷고 있었다.
바로 참가자 33번이었다. 구나정 형사한테 훔친 핸드폰을 꼭 쥐고 숨을 죽이며 걷고 있었다.
깊은 어둠에 잠긴 사잇길이었다. 참가자 33번이 사잇길 끝에 다다르자,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살폈다.
앞에 인도와 차도가 있었다. 차도를 따라서 올라가면 술래 집이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 술래 집이 선명하게 보였다. 술래 집은 게임을 시작할 때 모였던 곳이었다.
“휴우~!”
참가자 33번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혹 누가 근처에 있나 온 신경을 집중해서 살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다행이라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렸다.
그는 구나정 형사에게 소금탄을 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길이었다. 오는 중에 2차 술래를 만났지만, 용케 뿌리치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술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좀 전에 2차 술래를 만났다는 점이 꺼림칙했다. 2차 술래가 최초 술래에게 보고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이제 목표 지점에 거의 다 온 상황이라 여기에서 주저할 수는 없었다. 감독관이 말했었다. 라이트 불이 들어오는 핸드폰은 그 어떤 거라도 보물로 간주한다고 게임 전에 분명히 말했었다.
그의 손에 핸드폰이 있었다. 그것도 배터리가 충분한 신상 핸드폰이었다. 이제 50m 정도만 달리면 거액의 상금이 그의 몫이었다.
“이제 다 왔다. 전력 질주해서 상금을 타자! 자그마치 4억이다.”
참가자 33번이 각오를 다지고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고대하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다리가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도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마치 거센 태풍에 마구 흔들거리는 작은 낚싯배 같았다.
“좋다!”
호흡을 가다듬고 참가자 33번이 조심스럽게 사잇길에서 나왔다.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서 저 앞에 보이는 술래 집을 향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구나정 형사의 핸드폰을 오른손에 꼭 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