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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Oct 25. 2024

08_구형사 보물을 빼앗기다

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참가자 33번이 말했다.


“우리가 하는 게임은 술래라는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보물찾기와 술래잡기를 서바이벌 게임에 접목한 겁니다.”


“보물찾기와 술래잡기를 서바이벌 게임에 접목했다고요? 어떻게요?”


“게임 규칙은 간단합니다. 먼저 보물을 여기저기에 숨겨놓고 술래 집에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참가자가 보물을 찾으러 흩어지면 1분 후, 시작부터 술래 역을 맡은 최초 술래가 참가자를 잡으러 돌아다닙니다.

보물을 찾은 참가자가 술래를 피해 술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큰 상금을 받습니다.”


“참가자가 술래에게 잡히면 어떻게 되죠?”


“참가자가 술래에게 잡히면 바로 2차 술래가 됩니다. 2차 술래는 최초 술래처럼 다른 참가자를 잡아야 합니다. 다른 참가자를 잡으며 혜택이 있습니다.”


“술래에 최초 술래, 2차 술래가 있군요. … 마지막까지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참가자들은 어떻게 되죠?”


“그 사람들도 혜택이 있습니다. 잘 숨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이 있습니다.”


구나정 형사가 게임 규칙을 듣고 잘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그렇군요.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데 보물찾기와 술래잡기를 같이 하는 거군요. 이거 재미있는 게임이네요.”


“재미있죠. 아주 재미있습니다. 상금을 타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최초 술래에게 잡히더라도 2차 술래가 돼서 다른 참가자를 잡으면 되니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게임입니다.”


구형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게임이 끝나기 직전에 잡힌 참가자만 얻는 게 아무것도 없군요. 2차 술래가 돼도 다른 참가자를 잡을 시간이 없으니 ….”


참가자 33번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그렇죠. 가장 운이 없는 경우입니다. 어쩔 수 없죠. 세상 이치란 게 간혹 불행한 자들이 있잖아요. 접싯물에 코 박고 죽거나 아니면, 대낮에 날벼락 맞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긴 하죠.”


구나정 형사가 게임 규칙을 이해하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술래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아주 고요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구형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참가자 33번에게 물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어디에 있죠?”


참가자 33번이 말했다.


“아파트 안에 들어갔거나, 아니며 인도, 도로, 나무를 뒤지며 보물을 찾고 있을 겁니다.”


보물이라는 말에 구나정 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보물이 대체 뭐죠?”


“보물이요? 그건 ….”


참가자 33번이 말을 아꼈다. 그는 고글과 마스크로 얼굴을 완벽히 가린 상태였다. 그래서 속으로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스크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로 여자라는 정도만 짐작할 수 있었다.


구나정 형사가 참가자 33번의 실루엣을 쭉 살피고 말했다.


“저, 여자가 맞죠? 목소리를 들으니, 남자가 아닌 거 같은데 … 키도 그렇고.”


“하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게임이 시작하면 … 게임과 관련된 게 아니면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서약했습니다.”


“아! 그래요. … 이거 철저하네요. 그런데 다른 참가자들하고 팀플레이는 하지 않나요? 그게 보물찾기도 쉽고 술래를 상대하기도 쉬울 거 같은데 ….”


“그런 사람들도 있지요.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 게임 하려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서 … 몇몇 사람들이 팀을 짜는 걸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다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커다란 이익이든 작은 이익이든 그걸 얻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이득이 적어지거나 아예 없을 수 있어요. 

여기는 큰 이득이든 작은 이득이든 이를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곳입니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보물이 뭔지 정말 궁금하네요. 제가 어릴 때 어린이집에서 보물찾기했는데 … 쪽지 같은 걸 숲속에 숨겨놨어요.” 


“쪽지요? … 너무 옛날얘기를 하네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뭐, 과학기술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한 시대죠. 이렇게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도 있으니 … 어릴 적 쓰던 데스크탑 컴퓨터보다도 이렇게 작은 스마트폰이 성능이 더 좋으니 말 다 했죠.”


“맞습니다. 아주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 핸드폰으로 전화하려고 했나요?”


참가자 33번의 말에 구나정 형사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꺼내든 핸드폰이었다. 갑자기 게임 참가자를 만나는 바람에 신고하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구형사는 지금 당장 신고하고 싶었지만, 게임 참가자가 바로 앞에 있어서 전화를 걸 수 없었다.


참가자 33번이 오른손 검지로 구나정 형사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본인 핸드폰인가요?”


“네에?”


구형사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 33번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서 군침을 꿀컥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서 주운 거 아니죠?”


“아니, 주운 거라뇨? 제건데.”


구나정 형사가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고 답했다.


“그래요. 그럼 … 배터리는 충분한가요?”


구형사가 핸드폰 배터리 사용 시간을 확인했다. 건전지가 80퍼센트 정도 차 있었다. 그녀가 답했다.


“충분합니다. 퇴근할 때까지 충전해서 충분해요. 최근에 산 신상이라서 배터리 성능이 좋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참가자 33번이 짧게 답했다. 그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긴장감이 돌자, 구나정 형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앞에 있는 사람이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얼굴을 완벽히 가려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이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례지만, 고글하고 마스크를 벗어주실래요.”


참가자 33번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제 얼굴을 보고 싶나요?”


“그게, … 당신은 내 얼굴을 그대로 다 보고 있잖아요.”


“… 불공평하다는 말인가요? 누구는 얼굴을 완벽히 가리고 누구는 얼굴을 다 드러내서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


구나정 형사가 말을 흐렸다. 그러자 참가자 33번이 고개를 두 번 끄떡이더니 왼손으로 고글을 만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글하고 마스크를 벗겠습니다. 제 얼굴을 보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드려야죠. 이것도 인연인데 ….” 


참가자 33번의 말에 구나정 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긴장감을 느꼈는지 두 손바닥에 고인 땀을 바지에 닦았다.


참가자 33번이 왼손으로 고글 테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글을 벗기 시작했다. 


고글이 얼굴에서 벗겨지자, 날렵한 눈썹이 보였다. 정성껏 화장한 잘 정돈된 눈썹이었다. 여자 눈썹이 확실했다.


‘역시 여자가 맞는구나!’


구나정 형사가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떡였을 때!


바로 그때! 참가자 33번이 오른손 검지로 저 앞 차도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저, 저기 술래다!”


술래라는 말에 구형사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순간! 참가자 33번이 구형사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등을 돌리더니 재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헉!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구나정 형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참가자 33번이 자신을 속이고 손에 든 휴대폰을 빼앗아 갔다.


“이, 이것이! … 감히 도둑질을!!”


교활한 꾀에 속았다는 사실에 구형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풀쩍 뛰어올랐다. 이윽고 참가자 33번의 뒤를 쫓았다.


“이 도둑년아! 내 핸드폰 내놔!!”


두 사람이 아파트 뒤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흙길이었다. 나무와 잡초가 무성한 곳이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구나정 형사가 금방 참가자 33번을 따라잡았다. 


앞서 뒤쫓았던 도둑도 민첩한 남자였지만 결국, 따라잡았다. 핸드폰 도둑은 평범한 운동 신경의 여자였다. 구형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탁! 탁! 힘찬 발소리가 들렸다. 둘 사이의 거리가 3m에 불과했다. 곧 구형사가 참가자 33번의 목덜미를 잡을 수 있었다.


“넌 끝났어! 이 도둑년아!”


구나정 형사가 오른팔을 힘껏 내밀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쫙 벌렸다.


그때! 참가자 33번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뒤로 휙 돌아섰다. 산탄총 총구가 구형사를 겨누었다.


“헉!”


검은 총구가 구형사의 심장을 향했다. 검은 구멍을 보고 구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떤 보호장비도 없었다. 


규정에 맞는 서바이벌장에서도 고글과 같은 보호장비는 필수였다. 장난감 총에 사용하는 BB탄도 눈에 맞으면 큰일이었다.


“이, 이런!”


이번에는 구나정 형사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참가자 33번이 총을 겨누며 구형사에게 달려들었다.


“아, 안돼! 쏘지 마!”


위기를 느낀 구형사가 서둘러 뒤로 돌았다. 그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흐흐흐!”


웃음소리가 들렸다. 잔인한 웃음이었다. 구형사 뒤로 큰 이득을 노리는 승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 



펑!



큰 소리가 들렸다. 산탄총 총구에서 소금탄 한 발이 발사됐다. 탄피에 들어있던 돌소금(암염) 알갱이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돌소금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지만, 대략 건빵 별사탕 크기였다. 


“악!”


비명이 울렸다. 구나정 형사가 등 뒤로 돌소금을 맞고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사거리가 짧은 소금탄은 먼 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효율적이었다. 


둘 사이 거리가 채 10m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위력적이었다. 돌소금 수십 발이 마치 매서운 채찍처럼 구형사의 등을 인정사정없이 때렸다.


“아, 아이고~!”


구형사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바닥을 마구 나뒹굴었다. 그 정도로 등이 아팠다. 등뿐만이 아니었다. 햄스트링도 아팠고 목뒤도 아팠다. 


“하하하!”


곧이어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참가자 33번이 핸드폰을 꼭 쥔 채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구형사한테 획득한 건 바로 보물이었다. 규정상 게임장에 있는 핸드폰이라면 어떤 핸드폰도 상관이 없었다. 단 라이트 빛이 들어와야 했다. 


현재 구형사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충분했다. 라이트를 켜자, 그 빛이 아주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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