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솟을대문 앞에 군사 넷이 서 있었다. 군사들이 임혁 종사관에게 예를 표하고 말했다.
“종사관 나리, 어쩐 일이십니까?”
임혁 종사관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우리는 한성부판윤 대감님의 안위를 살피러 온 좌포도청 사람들이네.
홍장군 일당이 한성부판윤 대감 집으로 들어갔다고 들었네. 이는 우리 수사가 미흡해서 벌어진 일이야. 매우 송구스러운 따름이네.
이에 한성부판윤 대감님의 안위를 살피고 사죄하러 왔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고하러 찾아왔네.”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군사 하나가 말을 마치고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윤진 일행이 초조한 표정으로 솟을대문 앞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키가 크고 몸이 마른 종사관 하나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그는 한성부판윤 대감 집을 지키는 이우찬 종사관이었다. 윤진과 김척 포교가 집 안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이우찬 종사관은 개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홍장군 일당을 살려두지 않았다. 상처를 입어서 저항이 불가한 자를 죽였다.
임혁 종사관이 이우찬 종사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말했다.
“아니, 자네가 한성부판윤 대감 집에 웬일인가?”
이우찬 종사관이 씩 웃고 답했다. 둘은 같이 무과에 급제해 잘 아는 사이였다.
“나는 전하의 명을 받고 한성부판윤 대감 댁을 지키고 있었네.”
“그렇군. 그새 명을 받았군.”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우찬 종사관이 말했다.
“우포도청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네. 좌포도청이 한성부판윤 대감님 안위를 살피고 사죄하러 왔다고 들었네. 이 말이 맞는가?”
“그렇네. 우리 불찰이니 사죄하러 왔네. 송구할 따름이네.”
“그래?”
이우찬 종사관이 좀 탐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번 헛기침하고 임혁 종사관 옆에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그러다 윤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 저자는 왜 데리고 왔는가?”
“누구를 말하는 건가?”
임혁 종사관의 말에 이우찬 종사관이 오른손 검지로 윤진을 콕 가리키고 말했다.
“저자 말일세. 서산군에서 온 인재라는 자 말일세.”
“아, 윤생원을 말하는 거군. 윤생원은 우리 포도청 서리일세. 임시직이기는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자네. 오늘 일을 기록하려고 데리고 왔네.”
임혁 종사관이 기지를 발휘해 둘러댔다.
“서리라고?”
이우찬 종사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씩 웃고 말했다.
“뭐, 그래. 기록을 적으려면 서리가 필요하지. 자네가 서리 윤생원이라고?”
윤진이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네, 나리. 좌포도청 서리 윤진이라 하옵니다.”
“자네, 오늘 일을 잘 적어야 할 거야. 좌포도청이 한성부판윤 대감님께 공손하게 사과했다고 분명하게 적게.”
“알겠습니다, 나리.”
윤진이 공손한 목소리로 답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우찬 종사관의 거만한 태도에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이를 내색할 순 없었다.
지금 수사 중이었다. 그것도 홍장군 일당과 유착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한성부판윤 대감 조사였다. 경거망동은 금물이었다.
“어서 들어가게. 이 일을 대감께 알리겠네.”
“고맙네.”
임혁 종사관이 감사를 표하자, 이우찬 종사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임혁 종사관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가자고.”
“네, 나리.”
윤진 일행이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성부판윤 대감 집 수사가 시작했다. 정식 수사는 아니었다. 적의 방심을 틈탄 일종의 정탐이었다. 적의 낌새와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좌포도청의 탁월한 수였다.
긴장감 넘치는 발소리가 들렸다. 윤진 일행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넓은 마당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군사들과 집안사람이었다.
무장한 군사들 한가운데 한 사람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이 두 눈에 확 들어왔다.
그는 의관을 갖춰 입었다. 입은 옷들은 아주 비싸 보였다. 청나라제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옷이었다. 옷감이 아주 부드러웠다. 옥구슬이 스르륵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딱 봐도 정2품 대신, 한성부판윤이었다.
임혁 종사관이 윤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보이는 의관을 갖춘 분이 한성부판윤 대감이시네.”
“그렇군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한성부판윤을 유심히 살폈다.
한성부판윤은 중간 키에 무척 말랐다. 눈썹이 진했고 코는 매부리코였다. 양 볼이 푹 들어갔다.
‘음, 무척 말랐군.’
윤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위세가 대단한 대감이 서민들처럼 제대로 못 먹는 거 같았다. 마치 며칠간 굶은 거 같은 모습이었다.
윤진 일행이 한성부판윤 대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못 보던 사람이 보이자, 한성부판윤 이칠성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삐쩍 마른 얼굴이라 크게 뜬 두 눈이 더욱 크게 커 보였다.
임혁 종사관이 예를 표하고 정중히 말했다.
“대감, 좌포도청에서 나왔습니다. 소인은 홍장군 수사를 맡은 임혁 종사관이라 하옵니다.”
이철성 대감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그래, 좌포도청에서 나왔군. 이우찬 종사관에게 얘기를 들었네.”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윤진이 그 목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야. 빈틈이 없는 사람 같아. 쉽지 않은 상대야.’
임혁 종사관이 매우 공손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홍장군 일당 체포는 좌포도청 소관입니다. 깊은 밤, 홍장군 일당이 대감댁 담을 넘어서 침입했습니다. 이는 좌포도청의 커다란 불찰입니다. 이에 대감의 안위를 살피고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이칠성 대감이 무척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죄하려면 좌포도대장이 직접 와야지 왜 자네가 왔는가? 자네는 종사관에 불과해.”
임혁 종사관이 더욱 고개를 조아리고 답했다.
“좌포도대장 영감은 입궐하셨습니다. 주상 전하께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소인이 좌포도대장 영감을 대신해 왔습니다.”
“그렇겠군. 좌포도대장이 바쁘기는 하겠군.”
이칠성 대감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혁 종사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밤에 그 난리가 났으니 좌포도대장이 몹시 바쁠 게 뻔했다.
이칠성 대감이 말을 이었다.
“알겠네. 그 사죄를 받아들이겠네. 앞으로 수사를 제대로 좀 하게. 홍장군 잔당이 도망쳤다고 들었네.
그자들을 어서 잡게! 도성이 더 시끄러워지면, 자네 상관인 좌포도대장이 위험해져. 좌포도대장이 걱정이 돼서 진심으로 하는 소리네.”
“네, 알겠습니다. 영감.”
임혁 종사관이 공손히 답했다.
윤진은 한성부판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가 두 눈을 치켜떴다. 앞에 서 있는 대감의 얼굴을 살폈다.
한성부판윤은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 홍장군 일당 하나가 집 안으로 몰래 들어와 소란을 피웠고 그래서 그를 주살했는데도 아주 침착했다. 이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군. 놀라는 기색이 하나도 없군.’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물러가게.”
이칠성 대감이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예인이 할 일이 있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이고 입을 열었다.
“대감, 매우 놀라신 부인께도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있는 다모가 좌포도대장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이칠성 대감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예인을 바라봤다. 젊은 다모였다.
“그리하게.”
이칠성 대감이 시원한 목소리로 허락했다.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가서 잘해야 한다. 최대한 공손히 사죄하고 부인의 안색을 살펴야 해. 따님이 있으면 따님한테도 사죄하고 그 안색을 살펴. 명심해!”
“알겠습니다, 나리.”
예인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를 따라오게.”
한성부판윤 여종이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이 여종을 따라서 움직였다. 안채 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주 커다란 방이었다.
그 방 상석에 부인과 따님이 앉아있었다. 예인이 절을 하고 예를 표했다. 그녀가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쇤네는 좌포도청에서 일하는 다모입니다. 밤에 벌어진 흉측한 일은 좌포도청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에 좌포도청 영감을 대신해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마님과 따님께 송구할 따름입니다.”
부인과 딸이 그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좌포도청에서 온 다모가 참으로 예의가 발랐다. 딱 봐도 천민 같지 않았다.
부인이 예인에게 말했다.
“참 예의가 바른 아이구나. 그래, 알았다. 그 사죄를 받아들이마.”
“감사합니다. 마님.”
예인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에 두 여인이 보였다. 중년 여인은 한성부판윤 대감의 부인이었고 옆에 앉은 처자는 한성부판윤의 딸이었다. 딸의 나이는 예인과 비슷했다.
예인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녀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큰 집에서 살았고 안방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사이좋게 담소를 나눴다.
‘응?’
순간, 예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마님과 따님의 얼굴이 좀 이상했다. 핼쑥한 볼과 흐릿한 눈빛이 공허했다. 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았다.
‘이상하네.’
예인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위세가 당당한 대감의 부인과 딸의 얼굴이 가난한 평민보다 못했다.
잠시 후, 예인이 안방에서 나갔다. 그녀가 마당을 걸었다.
예인이 돌아왔다. 사방을 살피던 임혁 종사관이 윤진에게 말했다.
“집 경계가 너무 삼엄하네.”
윤진이 맞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맞습니다. 다른 곳은 갈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갔다간 의심만 살 거 같습니다.”
“알았네.”
임혁 종사관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제 나가지.”
“네, 나리.”
윤진 일행이 걸음을 옮겼다. 한성부판윤 대감 집은 안팎으로 경계가 삼엄했다. 군사들과 집 안 사람이 곳곳을 지켰다.
솟을대문 밖으로 윤진 일행이 나왔다. 앞에 달구지가 있었다. 말이 끄는 커다란 수레였다. 포졸들이 시신 세 구를 달구지에 실었다.
임혁 종사관이 달구지 놓인 시신 세 구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자, 좌포도청으로 돌아가자.”
윤진 일행이 걸음을 옮겼다. 달구지 바퀴가 천천히 돌아갔다.
윤진이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마님과 따님을 만났니?”
예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만나서 사죄드렸습니다.”
“두 분 인상이 어땠니?”
예인이 입술에 침을 묻히고 말했다.
“두 분 다 몹시 마르셨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핼쑥하셨습니다. 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았고 마치 꿈을 꾸는 거 같았습니다.”
“뭐, 뭐라고?”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한성부판윤의 얼굴을 떠올렸다. 대감의 얼굴도 무척 말랐다. 마치 며칠간 굶은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