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그렇군.”
윤진이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세 명 다 공통점이 있어. 얼굴이 바짝 말랐다는 점이야. 모녀들은 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았어.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 대단한 대감집인데 아버지, 부인, 딸이 다 삐쩍 말랐다고? 이게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 그 가능성이 그렇게 큰 건 아니야.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건데 … 한성부판윤 대감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그 일이 혹 홍장군 일당과 관련된 건가? … 음~!’
윤진이 미간을 모았다. 조사 결과가 매우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힘이 없어서 한성부판윤을 조사하지 못했지만, 대감과 그 가족의 안색을 살피고 소득을 얻었다. 그걸 물고 늘어져야 했다.
윤진이 김척 포교에게 말했다.
“나리, 예인의 말에 따르면 마님과 따님 얼굴이 무척 마르셨답니다. 예전에도 그랬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척 포교가 그 말을 듣고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윤생원, 한성부판윤 부인과 따님이 예전에도 말랐는지 그걸 알고 싶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시전 상인들이 소식통이니 잘 알 거 같아. 내가 포졸들을 시전으로 보낼게. 포졸들이 조사를 마치고 보고할 거야.”
“감사합니다, 나리.”
윤진이 감사를 표하고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종사관 나리, 한성부판윤 대감이 예전에도 마르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건 포도대장 영감이 잘 아실 거네. 네 여쭈어보지.”
“감사합니다, 나리.”
윤진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이 착착 진행됐다.
돌이가 예인에게 말했다.
“예인아, 마님을 만났을 때 떨리지 않았어? 위세가 대단한 대감집 마님이잖아.”
“물론, 떨리기는 했지.”
예인이 답하고 빙긋 웃었다. 그 모습에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는 양반집에서 흐르는 여유같았다.
돌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예인에게 물었다.
“예인아, 오늘따라 양반집 따님 같은데 ….”
“그래? 그렇게 보여? … 기분 좋은데.”
예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속으로 다짐했다. 어떻게든 공을 세워서 부모님과 함께 면천하고 예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맹세했다.
윤진 일행이 좌포도청에 도착했다. 점심때였다. 이에 윤진, 김척 표고, 예인, 돌이가 근처 국밥집으로 향했다.
넷이 국밥을 맛있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만감에 큰길을 천천히 걷고 있을 때 뒤에서 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전령이 탄 파발마가 정신없이 큰길을 내달렸다. 그 모습이 무척 급해 보였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나? 저 전령은 외부에서 온 전령이야.”
김척 포교가 저 멀리 사라지는 파발마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윤진이 말했다.
“어디에서 온 전령이죠?”
“옷을 보니 지방에서 올라왔어. 북방 같아.”
“북방이라고요?”
북방이라는 말에 윤진이 깜짝 놀랐다. 그도 큰길을 따라서 저 멀리 사라지는 파발마를 바라봤다. 정황상 북방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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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서 긴급 어전회의가 열렸다.
보고를 받은 주상이 몸이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평안도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네, 그렇습니다. 주상 전하.”
병조 판서가 무척 송구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수가 적습니다.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주상이 그 말을 듣고 역정을 냈다.
“뭐, 뭐라고? 지금 반란이 있어 났는데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경은 언제까지 그렇게 태평할 건가? 과인이 입이 닿도록 심각성을 말했는데 어찌 그렇게 말하는가!”
병조 판서가 머리를 더욱 조아리고 답했다.
“평안 감사가 곧 토벌할 수 있다고 고했습니다. 평안 감사의 보고에 따르면 반란 세력은 소수입니다. 삼십 명에 불과합니다.”
“삼십 명이라고?”
“그렇습니다. 반란군이라기보다는 도적 떼입니다.”
“그러면 다행이군. 그래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 삼십 명이 삼백 명이 되고 더 불어나 삼천 명이 될 수 있어.”
주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이를 악물었다. 화가 치솟는 거 같았다. 그가 신하들에게 외쳤다.
“지금 홍장군 일당이 한성에 출몰하고 있는 건 경들도 알고 있소. 어젯밤 좌포도청과 한성부에서 적 셋을 죽였지만, 홍장군은 잡지 못했소. 경들은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 되오! 명심하시오!”
“네, 주상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도승지가 급히 들어왔다. 그가 급히 주상에게 아뢨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주상 전하, 어젯밤 개성 거리에 홍장군이 나타났다는 보고입니다.”
“뭐, 뭐라고? 홍, 홍장군이 개성에 나타났다고?”
주상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좌포도대장 허식에 말했다.
“좌포도대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경은 분명 홍장군 일당과 격전을 벌이고 셋을 주살했다고 보고했소. 한성에 있는 홍장군이 어떻게 개성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오!”
허식 포도대장의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경은 지체하지 말고 빨리 대답하시오!”
주상이 안달복달하기 시작했다. 고질병인 조급증이 다시 재발했다.
허식 포도대장이 급히 답했다.
“홍장군 일당은 교활한 집단입니다. 머리통이 없는 거인, 홍장군은 거짓에 불과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인 양 위장한 겁니다.
놈들의 세력이 개성에도 뻗쳤던 거 같습니다. 조정을 흔들기 위해 한성에 이어 개성에도 출몰한 거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주상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허식 포도대장에게 말했다.
“과인이 경의 공을 치하했소. 홍장군 일당을 토벌하지 못했지만, 일당 중 셋을 잡을 점을 치하했소.
좌포도대장은 과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오! 어서 가서 홍장군 일당을 체포하시오. 개성유수와 협력하시오! 최설 장군이 그대를 도울 것이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상 전하.”
허식 포도대장이 답했다. 사건이 점점 확대되었다. 홍장군 일당이 한성뿐만 아니라 개성에도 출몰했다. 그리고 북방인 평안도에서 적은 숫자지만 반란이 일어났다. 조정의 근심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윤진은 좌포도청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그 옆에 돌이가 있었다. 돌이가 윤진에게 말했다.
“배가 금방 출출하네요. 달달한 엿을 먹었으면 좋겠는데 ….”
“엿이라고?”
“네, 달달한 걸 먹고 싶어요.”
“그래, 엿을 사 먹으러 나가볼까? 거리에 엿장수들이 있었어. 그 엿들이 맛나 보였어.”
“네, 좋아요. 혜헤헤!”
윤진과 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숙소에서 나왔다. 그때 포졸 하나가 달려왔다. 윤진에게 예를 갖추고 말했다.
“윤생원 나리, 김척 포교님 지시에 따라 시전 상인들한테 몇 가지를 물어보고 돌아왔습니다.”
윤진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 어서 말해보게.”
“한성부판윤 마님과 따님은 원래 통통한 편이셨는데 요새 들어 살이 많이 빠지셨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 살이 빠졌다고?”
“네, 그렇습니다.”
“알겠네, 수고했네.”
윤진이 포졸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성부판윤 대감과 부인, 딸 얼굴이 핼쑥한 건 분명 이유가 있는 거 같았다. 아직 그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요즘 벌어지는 홍장군 사건과 관련된 거 같았다.
윤진과 돌이가 좌포도청에서 나갔다. 근처에 엿을 파는 엿장수가 있었다.
“엿 하나 주시오.”
“네, 나리.”
엿장수가 가래떡처럼 긴 엿을 윤진에게 건넸다.
“흐흐흐!”
하얀 엿을 보고 돌이가 침을 흘렸다.
윤진이 엿을 두 동강 냈다. 긴 쪽을 돌이에게 건넸다. 돌이가 두 손을 흔들어댔다. 짧은 쪽을 달라는 거 같았다. 윤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서 엿을 받으라고 긴 엿을 떠밀었다.
“그럼, 감사합니다.”
돌이가 긴 엿을 받고 입에 넣었다. 그렇게 둘이 긴 엿을 뚝 잘라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엿이 달달한 게 참 맛이 있었다.
“우와 달달하고 쫀뜩쫀뜩 하네요!”
돌이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진도 매우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오랜만에 엿을 먹었다. 엿은 무엇보다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윤진이 돌이에게 말했다.
“몇 개 더 사 갔고 돌아가자. 예인이랑 나리들도 엿을 드셔야지.”
“네, 그래요. 우리만 맛있는 걸 먹을 수는 없죠. 히히히!”
윤진이 검은색 엿가락 두 개를 골랐다. 값을 치르고 좌포도청으로 향했다.
둘은 수사 때문에 항상 바빴지만, 엿을 먹으며 그 긴장감을 달랬다. 바쁠수록 머리를 식혀야 했고 잠시나마 여유가 필요했다.
윤진과 돌이가 좌포도청으로 돌아왔을 때 포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응? 무슨 일이 있나?”
윤진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
허식 포도대장과 임혁 종사관이 저 앞에 보였다. 둘이 긴히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윤진이 급히 움직였다. 허식 포도대장을 향해 달려갔다. 돌이가 엿가락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포도대장 영감.”
윤진이 허식 포도대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예를 갖췄다.
허식 포도대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입을 열었다.
“윤생원, 지금 일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어.”
“네에?”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새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허식 포도대장이 어전회의 결과를 윤진에게 말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이런! 하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일당 중 셋을 잡았지만,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었다. 그가 포도대장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평안도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그 수는 삼십 명이고 어젯밤 개성 거리에서 홍장군 일당이 나타났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주상 전하께서 토벌군을 보내야 한다고 명하셨네.”
“토벌군이요?”
“그렇지, 20년 전 일어났던 홍장군 난이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계셔.
미연에 이를 막아야 한다며 대규모 토벌군을 준비하라고 병조 판서에게 명을 내리셨어.”
윤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토벌군은 안 됩니다. 놈들이 주상 전하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토벌군은 놈들의 계획에 말려드는 거 같습니다.”
“뭐? 놈들의 계획에 말려든다고?”
허식 포도대장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윤진이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홍장군이 한성에 이어 개성에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평안도에서 작지만, 반란도 일어났습니다.
이는 일을 크게 만들려는 놈들의 계획입니다. 그 계획에 말려들면 안 됩니다. 그러면 큰일이 생길 게 뻔합니다.”
“정녕 그렇게 생각하는가?”
“네, 그렇습니다. 정황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임혁 종사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허식 포도대장에게 말했다.
“윤생원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거 같습니다. 놈들이 일을 크게 벌리려는 거 같습니다.”
“그렇군.”
허식 포도대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윤진의 말이 타당했다. 윤진이 놈들의 수를 꿰뚫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