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허식 포도대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자네에게 무슨 방도가 있는가?”
윤진이 급히 방도를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홍장군 일당은 한성을 뒤흔들 만큼 흔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개성을 흔들려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20년 전 홍장군 난이 일어났던 평안도를 흔들려는 거 같습니다.
반란의 기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 20년 전 홍장군 잔당이 준동하는 거군. 홍장군 죽음을 복수하려는 거야. 이를 두고만 볼 수는 없지.”
허식 종사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생각을 마치고 윤진에게 명을 내렸다.
“윤생원, 자네가 개성으로 가게. 가서 홍장군 사건을 조사하게. 임혁 종사관, 김척 포교가 자네를 도울걸세.”
“포도대장 영감, 명을 받들겠습니다.”
윤진이 고개를 숙이고 명을 받들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 흉측한 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성에서 휘젓고 다니는 홍장군이었다. 머리통이 없는 홍장군이 개성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뒤쫓았다.
사람들이 기겁해 까무라치고 자빠지기 일수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이놈들!’
윤진이 각오를 다졌다. 홍장군 일당의 음모를 분쇄해야 했다. 그가 허식 포도대장에게 말했다.
“영감. 한성부판윤 대감이 예전부터 마르셨나요?”
허식 포도대장이 답했다.
“대감은 원래 좀 마르신 편이셨어. 그런데 근래 들어 살이 더 빠지셨어. 그래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조정에 나돌았어.”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윤진이 감사를 표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정황상 한성분판윤과 홍장군은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근래 들어 한성부판윤 가족의 살이 빠졌다는 점도 수상했다.
뭔가가 분명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게 뭔지 알 수는 없었다.
*
임혁 종사관 집무실에서 대책 회의가 열렸다. 윤진, 임혁 종사관, 김척 포교. 예인, 돌이가 참석했다.
윤진이 먼저 검은 엿을 돌렸다.
“이 엿은 뭔가?”
임혁 종사관이 엿을 들고 윤진에게 말했다. 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엿을 팔길래 엿을 사 왔습니다. 엿이 아주 맛있습니다.”
“그렇군.”
임혁 종사관이 엿을 보고 군침을 삼켰다. 엿을 좋아하는 거 같았다.
“엿 좋지!”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엿가락을 입에 쑥 넣고 맛있게 먹었다.
예인도 엿을 먹으며 그 맛이 꿀맛인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맛있게 엿을 다 먹었다. 곧바로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임혁 종사관이 말했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개성으로 가야 하네. 다행히 개성은 한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200리가 채 되지 않네. 말과 마차를 타고 가면 하루 정도면 도착할 수 걸세.”
“그렇군요. 다행히 한성에서 그리 멀지 않군요.”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한시가 급했다. 개성으로 빨리 가야 했다. 그가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이 사건은 분명 20년 전 홍장군 난과 관련됐습니다. 그때 일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거 같습니다.
그때 일을 자세히 알아야 놈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답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20년 전 홍장군의 난은 유언비어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사특한 홍장군 세력이 거짓 소문을 퍼트렸어. 백성들이 그 거짓말에 속아서 난에 가담한 거야.”
“그게 정녕 확실합니까?”
“확실해! 내가 그때 문서를 쭉 살폈어. 장계에 다 그렇게 적혀 있었어.”
윤진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말했다.
“모든 장계에 그렇게 적혀 있었나요?”
“응. 그렇게 적혀 있었어. 왜 내 말을 믿지 못하나? 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은가?”
임혁 종사관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진의 눈초리에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 윤진이 상관의 말을 믿지 않는 거 같았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계에 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장계가 진실을 말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 놈들이 그걸 노릴 수 있어. 홍장군 난을 더욱 악랄하게 꾸밀 수 있어.
조정에 올리는 장계는 공을 치켜세우고 과오는 감추기 마련이야.
일단 홍장군 사건을 자세히 살펴야 해. 북방에 가면 홍장군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그런데 내일 가야 할 곳은 북방이 아니라 개성이야. 개성에 홍장군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임혁 종사관에게 물었다.
“종사관 나리, 헉 개성에 홍장군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임혁 종사관이 답했다.
“그야. 개성을 책임지는 개성 유수 영감이 잘 아실 거야.
영감은 20년 전 토벌군에 참여하셨어. 그래서 조정에 상세한 장계를 올리신 분이야. 내가 그 장계를 확인했어.”
“그렇군요. 참 잘됐네요.”
윤진이 미소를 지었다. 홍장군 난을 잘 아는 자가 다행히 개성에 있었다. 그것도 요직이었다. 그는 개성을 책임지는 종2품 개성 유수였다.
김척 포교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집에 가서 짐을 챙겨야겠네요. 오랜만에 집에 가는데 또 나가야 하네요.
참! 올해는 일복이 터졌습니다. 한 시도 쉴 틈이 없어요! 젠장!”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거 같았다. 고단한 포교의 삶이었다.
반면 예인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개성에 가서 큰 공을 세우고 싶은 거 같았다. 그녀는 홍장군 일당 셋을 잡는 데 공을 세웠다. 이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앞으로 더 많은 공을 세워야 했다. 자신과 가족의 면천을 위해서!
돌이가 ‘아이고!’를 외치고 말했다.
“그럼, 일찍 자야겠어요. 그래야 내일 일찍 출발하죠.”
“그렇지.”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오늘 푹 쉬게. 내일 일찍 개성으로 가야 해. 마차를 타고 가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마차는 덜컹거리기 마련이야.
중간에 말을 갈아타고 쉬지 않고 개성으로 갈 거야.”
“네, 알겠습니다.”
윤진이 답했다. 그렇게 대책 회의가 끝났다.
윤진과 김척 포교, 예인, 돌이가 종사관 집무실에서 나왔다.
김척 포교가 동료에게 말했다.
“내일 보자고! 난 집에 갈게. 오랜만에 처자식을 봐야 해.”
김척 포교가 말을 마치고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만나는 처자식이었다.
예인이 윤진에게 예를 표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쇤네는 돌아가겠습니다. 다모들에게 내일 개성으로 떠난다고 알려야 합니다.”
“그래, 어서 가봐라.”
윤진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인이 총총걸음으로 부뚜막으로 향했다.
“그럼, 좀 쉬죠. 어제 밤을 새워서 졸려 죽겠어요.”
돌이가 하품을 크게 하고 말했다. 윤진이 빙그레 웃었다. 그가 돌이에게 말했다.
“돌아, 먼저 들어가서 쉬어라. 난 생각할 게 좀 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저는 먼저 들어가서 좀 잘게요.”
돌이가 말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윤진은 혼자서 포도청 마당을 거닐었다. 그가 생각에 잠겼다.
‘홍장군 일단은 귀신이 아니었어. 주상 전하와 한성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심으려고 등장한 자들이 분명해.
그들은 한성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어. 그러다 개성에도 등장했고 평안도에서는 그 수가 적지만, 난이 일어났어.
정황상, 홍장군 일당은 한성을 책임지는 한성부판윤 대감의 비호를 받는 거 같았어. 그래서 그동안 잡히지 않고 한성에서 활개 쳤던 거야.’
윤진이 계속 생각을 이었다.
‘겉보기에 홍장군 일당은 20년 전 죽은 홍장군의 복수를 하려는 거 같았어.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야.
홍장군이 억울하게 죽었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홍장군 일당이 다른 사람도 아닌 한성부판윤과 엮인 게 참 이상해. 조정 대신이 반군과 결탁했다는 말인데 …
한성부판윤은 주상 전하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사람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한성부를 책임지는 사람이야.
이게 반란이 맞는 건가? 반란이 아니라면 다른 게 있는 건가?
이 사건이 반란이 맞는다면 어려운 사건이 아니야. 만약 반란이 아니라면 뭔가를 노린다는 건데 …
그래! 단순하게 생각하자. 반란이라면 모의한 놈들을 잡으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그 배후에 있는 자들을 잡으면 돼.’
윤진이 생각을 마쳤다. 그렇게 수사의 방향을 정했다.
수사의 방향은 두 개였다. 하나는 조정에 반기를 드는 역모였고 다른 하나는 역모로 위장한 어떤 수작이었다. 뭔가를 노리고 벌이는 짓이었다.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사건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커져만 갔지만, 그의 생각은 두 가닥으로 정해졌다.
다음날 5월 28일
윤진 일행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말과 마차를 타고 개성을 향해 떠났다.
좌포도청 포졸과 다모들이 그들을 배웅했다.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댔다.
예인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잘 다녀오겠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돌이는 아침부터 힘이 넘쳤다. 어제 푹 자서 그런지 활력이 넘쳤다.
반면, 김척 포교는 좀 우울해 보였다. 오랜만에 처자식을 만났는데 또 오랫동안 헤어지게 돼서 가슴이 아픈 거 같았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포도청 포교는 항상 일이 많았다. 범인을 잡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임혁 종사관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말을 타고 선두에 섰다. 무척 늠름한 모습이었다. 예인이 마차에 있어서 그런 거 같았다.
윤진 일행이 돈의문(서대문)으로 다다랐다. 대문 앞에 많은 군사가 있었다. 대략 40명이었다.
군사들 앞에 한 장수가 서 있었다. 그는 장군 최설이었다. 한성부판윤 대감 댁을 지키던 장군이었다.
장군 최설이 앞으로 나왔다.
임혁 종사관이 말을 멈추고 말에서 내렸다. 그가 장군 최설에게 공손히 예를 표하고 말했다.
“장군.”
“그대가 임혁 종사관인가?”
“그렇습니다. 장군.”
“알겠네. 우리가 호위하겠네. 어서 움직여라! 임혁 종사관 일행이 도착했다.”
“예이!”
군사들이 크게 외쳤다. 곧 돈의문이 열렸다.
장군 최설은 어제 어명을 받았다. 임혁 종사관 일행을 호위하라는 명이었다.
이에 장군 최설은 군사 오백 중에서 정예 40명을 간추렸다. 460명은 한성을 남았다.
윤진이 장군 최설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딱 봐도 대단한 장군이었다. 산을 단번에 뽑을 거 같은 기세가 느껴졌다. 군사들이 대오를 갖추고 윤진 일행을 따라갔다.
용맹한 군사들을 보고 입을 쩍 벌리던 돌이가 윤진에게 말했다.
“와! 딱 봐도 엄청난 사람들인데요. 눈빛이 살아있어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그래, 그런 거 같다. 장군이 직접 40명을 뽑은 거 같아. 군사들 모두 몸놀림이 가볍고 눈빛이 매서워.”
“생각해보니 다행이네요. 이 군사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거잖아요!”
“그렇지!”
“히히히!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네요. 제가 이렇게 군사들 보호도 받고! 출세했어요!”
돌이가 늠름한 군사들을 보고 기뻐했다.
말과 마차가 쉬지 않고 개성을 향해 달렸다. 만 하루 안에 가려면 갈 길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