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봄날이라 날이 참 좋았다. 햇볕이 따뜻했고 바람이 시원했다. 무엇보다 놀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가벼운 봇짐을 메고 산에 오르기 좋았고 하천에 들어가 붕어 잡기에도 좋았다.
윤진 일행은 애석하게도 좋은 봄날을 즐길 수 없었다. 어서 빨리 개성으로 가서 홍장군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했다.
말발굽 소리가 계속 들렸다. 말과 마차가 쉬지 않고 개성을 향해 내달렸다.
마차가 계속 덜컹거렸다. 그 마차에 윤진, 예인, 돌이가 탔다.
돌이가 참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오늘 같은 날, 활쏘기하며 놀면 참 좋을 거 같은데 … 아쉽네요. 덜컹거리는 마차에 종일 있을 팔자네요.”
돌이의 말에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날이 좋아서 활 쏘기에 참 좋았다.
저 멀리에 있는 과녁이 아주 잘 보일 거 같았다. 그래서 힘차게 쏜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힐 거 같았다.
“홍장군 일당을 잡고 놀자. 마음껏!”
“헤헤헤! 그래요. 나리가 활을 쏠 때 수발을 들게요. 활쏘기는 보는 것만 해도 시원시원하더라고요. 얼음물 수박이 따로 없어요.”
“그래, 시원시원하지.”
윤진이 씩 웃었다. 그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였다.
“응?”
윤진이 말발굽 소리를 듣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눈에 흙먼지와 말 세 마리가 보였다.
무관 셋이 말을 타고 윤진 일행과 그들을 호위하는 군사들을 향해 달려왔다.
“정지!”
장군 최설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말과 마차가 멈췄다. 군사들도 걸음을 멈췄다.
타닥! 타닥!
말발굽 소리가 계속 들렸다. 무관 셋이 윤진 군사들 앞에서 멈췄다. 셋이 말에서 내렸다.
장군 최설과 임혁 종사관도 말에서 내렸다. 둘이 무관 셋을 향해 걸어갔다.
임혁 종사관이 무관 셋 중 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니,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임혁 종사관이 지목한 사람은 한성부판윤 대감 댁을 지키던 이우찬 종사관이었다.
이종사관이 씩 웃었다. 그가 장군 최설에게 예를 표하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 저는 우포도청 종사관 이우찬입니다. 명을 받고 한성부판윤 대감 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임혁 종사관을 도우라는 명을 받고 포교들과 함께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아, 그렇군. 어명을 받았군.”
장군 최설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우찬 종사관에게 말했다.
“잘 왔네. 임혁 종사관을 잘 돕게나.”
“네, 장군.”
이우찬 종사관이 답했다. 임혁 종사관이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일당을 잡으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라도 그 도움이 절실했다.
이우찬 종사관은 임혁 종사관과 함께 무과에 급제한 유능한 인재였다. 그는 우포도청에서 인정받는 무관이었다.
“하필 저 사람이!”
윤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도움을 주러 온 사람이 공교롭게도 한성부판윤 대감 댁을 지키던 이우찬 종사관이었다.
이우찬 종사관은 윤진의 수사를 알게 모르게 방해했다
윤진이 홍장군 일당과 추격전을 벌였을 때, 홍장군 일당 중 한 명이 등에 화살을 맞고 한성부판윤 대감 댁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우찬 종사관은 그자를 생포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그자가 저항해서 죽였다고 둘러댔지만, 이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큰 상처를 입은 자는 수많은 군사 앞에서 저항을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큰 상처를 입고도 용감하게 싸우는 건 삼국지연의나 수호지 같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예인이 윤진에게 말했다.
“저 종사관님이 좀 꺼림칙하세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응, 아주 꺼림칙 해. 우포도청 소속이지만, 홍장군과 결탁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한성부판윤의 사람인 거 같아. 그래서 믿을 수가 없어.”
“네에?”
돌이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윤진 일행을 도우러 온 사람이 매우 의심쩍다는 말이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이고, 나리. 이를 어떡하죠? 저 나리가 왜 왔을까요? 혹 우리를 감시하러 온 건가요? 한성부판윤 대감의 뜻에 따라 ….”
“아마, 그렇겠지. 한성부판윤 대감이 주상 전하께 청을 한 거 같아. 다른 유능한 인재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을 거야.”
“헉!”
예인과 돌이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우찬 종사관이 무관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척 포교가 예를 표하고 말했다.
“나리, 김척 포교입니다. 한성부판윤 대감 댁에서 한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 자네군. 그래, 다시 만나서 반갑네.”
이우찬 종사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났다. 말과 마차가 다시 움직였다. 개성을 향해 내달렸다. 갈 길이 멀었다. 어서 달려야 했다.
***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말고 마차는 쉬지 않았다. 곳곳에 있는 역(관리에게 말을 공급하는 곳)에서 말을 갈아타고 계속 내달렸다.
타닥! 타닥! 말발굽 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계속 울렸다.
그렇게 강행군을 한 끝에 윤진 일행이 개성에 다다랐다. 이제 객사에 짐을 풀어야 했다. 오전에 취침하고 오후에 개성 유수를 만나야 했다.
마차에서 내린 예인과 돌이가 찌뿌둥한 몸을 풀었다. 장시간 마차를 타서 몸 이곳저곳이 저린 거 같았다. 그건 윤진도 마찬가지였다.
셋이 허리를 돌리고 목을 돌렸다. 다리를 풀고 팔도 풀었다. 그렇게 마차에서 쌓인 피로를 풀었다.
말에서 내린 장군 최설과 임혁 종사관, 이우찬 종사관, 김척 포교가 서로 말을 나눴다.
“이제 쉬어야 해. 우리 군사들이 몹시 지쳤어. 강철 같은 군사들이지만, 쉴 때는 쉬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장군.”
넷의 대화가 끝났다. 김척 포교가 걸음을 옮겼다. 윤진에게 걸어가 말했다.
“윤생원, 오늘 수고했어. 이제 푹 자야 해. 내일 오후에 경성 유수 영감을 만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윤진이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까지는 일이 순조로웠다.
객사 앞에 윤진 일행이 도착하자, 객사를 관리하는 아전들과 관노들이 나왔다. 아전들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 저를 따라오세요. 방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고맙네.”
무관들과 윤진, 예인, 돌이가 걸음을 옮겼다. 객사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호위 군사 40명은 객사 밖에서 야영했다. 춥지 않은 날이라 밖에도 자도 큰 무리가 없었다.
다음날 5월 29일 미시(未時, 오후 2시)
윤진 일행이 취침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다. 객사에서 마련한 밥과 산나물 반찬이었다.
무관들은 쌀밥이었고 윤진과 돌이, 예인은 보리밥이었다.
돌이가 배가 고픈지 뻑뻑한 보리밥을 잘도 먹었다. 윤진도 마찬가지였다. 배가 든든해야 수사를 잘할 수 있었다. 예인은 산나물 반찬이 맛있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났다. 다음으로 개성을 책임지는 개성 유수를 만나야 했다.
윤진 일행이 개성 관아로 향했다. 이우찬 종사관도 따라왔다.
돌이가 뒤를 돌아다봤다. 요주의 인물인 이우찬 종사관이 맨 뒤에서 걷고 있었다. 돌이가 윤진에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다.
“나리, 저 종사관 나리가 계속 따라오네요. 정말 우리를 감시하는 건가요?”
윤진이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마! 귀가 밝으면 엿들을 수 있어.”
“아, 알겠습니다.”
돌이가 입을 꾹 닫았다.
예인도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우찬 종사관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말랐다. 얼굴도 가느스름했다. 임혁 종사관과 대비되는 체형과 얼굴이었다.
임혁 종사관은 중간 키에 당당한 체격이었다. 턱이 강한 대장부상이었다. 이우찬 종사관은 무관이라기보다는 선비 같았다.
개성 관아에 아전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이 윤진 일행을 환대했다. 아전이 말했다.
“유수 영감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죠.”
“알겠소. 앞장 서시오.”
임혁 종사관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윤진이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개성 유수 집무실에 윤진 일행이 도착했다. 아전이 공손한 목소리로 고했다.
“영감, 한성에서 임혁 종사관과 윤진 서리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알았네. 어서 들어오시라고 하게.”
아전이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윤진 일행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개성 유수, 황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50대 후반 남자였다. 키가 작고 통통했다. 긴 수염이 명치까지 내려왔다. 인상은 곰 같았다. 작은 눈에 코와 입이 컸다.
황헌 유수가 말했다.
“어서 오시게. 기별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네.”
“영감, 처음 뵙겠습니다. 좌포도청 종사관 임혁이라고 합니다.”
이우찬 종사관과 김척 포교도 공손히 예를 표하고 말했다.
“영감, 저는 우포도청 이우찬 종사관입니다.”
“영감, 저는 좌포도청 김척 포교입니다.”
이제 윤진 차례였다. 윤진이 공손히 예를 표하고 말했다.
“저는 주상 전하의 명을 받고 서산군에서 올라온 인재 윤진이라고 하옵니다. 홍장군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오우! 윤진!”
황헌 유수가 윤진을 보고 손뼉을 짝! 쳤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공을 세웠다고 들었네, 홍장군 일당 중 셋이나 잡았다고?”
“저 혼자 세운 공은 아닙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하하! 겸손한 인재군. 서산군에 이런 인재가 있었어. 충청도에 인재가 났어! 나도 충청도 출신이네. 자네를 보니 자랑스럽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아, 영감도 충청도 출신이군요.”
“응, 나는 대전 출신이네.”
“아, 그렇군요.”
그때, 다모가 들어왔다. 다모가 찻잔을 돌렸다. 황헌 유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윤진에게 말했다.
“그래, 나를 긴히 보고자 한 이유가 뭔가? 그게 궁금했네.
홍장군 일당은 어젯밤에도 출몰했네. 우리 군사들이 그 뒤를 쫓고 있어. 우리 종사관 보고에 따르면 북쪽으로 올라간 거 같네.”
“아, 그렇군요. 놈들이 개성에서 난동을 부리고 북쪽으로 올라갔군요. 혹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있나요?”
황헌 유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송상(개성에서 활동하는 상인) 상인들이 해를 입었네. 행수 둘이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
“사망자가 벌써 둘이나 있군요. 그런데 놈들이 개성에서 도망친 거 같다고요.”
“그렇다는 보고네. 놈들을 목격한 주막 사람들이 있어. 북쪽으로 도망쳤다는 진술이야. 그 주막에서 북쪽이면 평양 방향일세.”
“평양!”
윤진이 평양이라는 말을 듣고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일당은 한성에 있었다. 그러다 개성에 출몰했고 앞으로 평양에 출몰할 거 같았다.
홍장군 일당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북쪽은 20년 전 홍장군 난이 일어났던 곳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에 평안도에서도 홍장군이 출몰할 거 같았다. 그러면 평안도 백성들이 크게 술렁일 게 뻔했다.
평안도는 벌써 작은 난이 일어난 곳이었다. 아직 그 수가 삼십 명에 불과했지만, 다시 출몰한 홍장군과 함께 태풍처럼 커질 것만 같았다. 일이 점점 다급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