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20년 전 홍장군 난의 진상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이 간곡한 목소리로 개성 유수에게 말했다.


“저, 영감. 20년 전 홍장군 사건에 대해 잘 아신다고요?”


황헌 유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지. 20년 전, 토벌군에 참여했으니 ··· 나처럼 잘 아는 사람도 드물지. 그때 참전했던 사람 중 대다수가 저세상으로 갔으니.

최근에 우포도대장 영감 소식을 들었네. 홍장군한테 당해서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네.”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아, 돌아가신 우포도대장 황인수 영감을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그분이 내 상관이었어. 당시 커다란 난이라 문무백관을 총동원했네. 우포도대장님이 큰 공을 세우셨어.”


“그렇군요.”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다.


동료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그중에 이우찬 종사관도 있었다. 이종사관은 동료였지만, 불청객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윤진이 황헌 유수에게 말했다.


“영감과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


황헌 유수가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을 쭉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물러가게. 홍장군 일당 사건을 책임지는 윤진과 얘기를 나누겠네.”


“어, 그게 ···.”


이우찬 종사관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종2품 개성 유수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집무실에서 나갔다.


개성 유수 집무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윤진과 황헌 유수만 남았다. 윤진이 고개를 돌렸다. 사방이 고요했다. 이제 중요한 말을 꺼내야 했다.


윤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20년 전 홍장군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황헌 유수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 어서 말하게. 뭘 알고 싶은가?”


윤진이 양 입술에 침을 묻히고 말했다.


“20년 전 홍장군 난이 왜 일어났죠? 한성에 올라온 장계에 따르면 평안도 백성들이 자기들을 차별한다는 유언비어에 속아서 난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실이 맞나요?”


황헌 유수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말하기가 힘들 거 같았다. 그도 주변을 살폈다.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이 생각했다.


‘분명 뭔가가 있어. 진실을 알아야 해. 20년 전의 진실을!’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개성 유수에게 말했다.


“영감, 사실대로 말해 주셔야 홍장군 일당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황헌 유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 말이 맞네! 자네는 여명을 받고 여기로 온 사람이네. 이제는 사실대로 말할 때가 됐네. 그래야 다시 발발한 홍장군 난을 막을 수 있어.”


황헌 유수가 결정을 내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시 20년 전, 난 장계를 썼었네. 처음 장계는 자네가 아는 사실과 다르네.”


“다르다고요?”


윤진의 말에 황헌 유수가 고개를 숙였다. 그때 일이 부끄러운 거 같았다. 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당시 평안도 수령들 중 탐관오리가 많았네. 백성들을 온갖 방법으로 수탈해서 그 분노가 하늘을 찔렀네.

수령들이 온갖 세금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요구했네.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렸네. 그래서 죽은 사람이 수를 셀 수 없었네.

이는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이를 막는 사람이 없었네. 수령들을 감시해야 할 평안도 관찰사도 똑같은 사람이었네.”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처음 장계는 사실대로 올렸지만, 곧 조정에서 반려됐네. 상관이었던 우포도대장 영감이 2차 장계를 올렸네.”


“그 장계는 무슨 내용이었죠?”


윤진이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황헌 유수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본 대로네. 평안도 백성들이 홍장군의 요술에 속아 난을 일으켰다는 내용이네.

홍장군이 도술을 부리고 점을 잘 쳤는데 그 점에 따라 이씨가 무너지고 홍씨가 왕이 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는 장계네.”


“그게 사실인가요?”


황헌 유수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내가 부하들과 함께 조사한 내용은 그렇지 않았네. 홍장군은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선비였네.

과거에 계속 낙방하고 집에 칩거했는데 어느 날, 옆집 사람이 관아에 끌려가 매를 맞고 옥사했네.

홍장군은 그 일을 듣고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모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상소문을 올렸네.

그런데 그 상소문을 중간에 누군가가 가로챘네. 그래서 상소문이 조정에 올라가지도 못했네.

그 일을 안 홍장군은 격노했고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난을 일으킨 거네.

평안도의 탐관오리들과 주상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조정의 간신들을 척결한다는 명분이었네.”


“그후 어떻게 됐죠?”


“많은 사람이 홍장군의 난에 가담했네. 굶주리고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과 과거에 붙어도 관직을 얻지 못하는 선비들이 울분을 참지 못했네.

당시 평안도 출신 과거 급제자 중 관직을 얻은 사람이 거의 없었네. 그리고 상인들도 대거 참여했네.”


“상인이라고요?”


“그렇지. 당시 조정에서 북쪽 상인인 만상(의주 상인), 송상(개성 상인), 유상(평양 상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네. 당대 권신이었던 한기수 대감이 이를 주도했네.

당시 주상 전하의 춘추가 어리셨네. 십 대 초반이셨어. 선왕께서 한기수 대감께 주상 전하를 잘 보필하라는 말을 남기고 승하하셨네.

그래서 주상 전하 즉위 당시, 한기수 대감이 아주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네. 선왕의 유지를 따르는 고명대신이었네.”


“그렇군요, 한기수 대감이라고요? 그분이 지금도 살아계시나요?”


“그분은 예전에 돌아가셨네. 그분 사위가 지금 조정에 있지.”


“그 사위가 누구죠?”


“이칠성 한성부판윤이네.”


“네에? 그, 그분이라고요?”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칠성 한성부판윤은 홍장군 일당과의 내통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자였다. 그자가 과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권신 한기수 대감의 사위였다.


윤진이 급히 생각했다.


‘홍장군 난은 고통을 당하던 백성들이 참다못해 일으킨 난이었어. 그런데 그 난을 백성들 탓으로 뒤집어씌웠어.

황헌 영감이 사실대로 1차 장계를 올렸지만, 조정에서 이를 반려했고 이에 황인수 영감이 2차 장계인 거짓 장계를 올렸어.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걸 받아들였어.

황인수 영감은 최근 홍장군 일당에게 죽은 사람이야. 하천 변을 거닐다가 죽고 말았어.

역시 20년 전, 홍장군 난에 비밀이 있었어. 어린 왕이 즉위하자, 조정 권신과 지방 탐관오리들이 마치 자기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쳤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야.’


윤진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20년 전 백성들이 당했을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는 얼마 전, 동길이 사건을 해결했다. 그 사건도 마찬가지 사건이었다.


색정에 눈이 먼 김진사가 동길의 처를 노리고 동길에게 절도죄를 뒤집어씌운 사건이었다.


그런 일이 20년 전 평안도에 비일비재했을 거 같았다. 당시 평안도 백성들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게 뻔했다.


왕 즉위 초기, 관리들의 기강이 흙탕물처럼 탁해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윤진이 한성부판윤 이칠성을 떠올리고 생각했다.


‘역시 그자가 중요한 인물이야. 장인어른의 뒤를 이은 간신배 같아. 장인은 도탄에 빠진 평안도 백성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죄를 뒤집어씌웠어.

사위는 홍장군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당과 손을 잡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어.

둘 다 보통 인물이 아니야. 그런데 양상이 달라.

장인은 홍장군 난의 진상을 감췄고 이는 납득이 가는 일이야.

당시 장인 한기수는 어린 주상을 대신해 나라를 책임지는 사람이었어. 홍장군 난은 그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었어. 일의 진상을 감출 만해.

그런데 사위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현재 한성부판윤 이칠성은 홍장군 잔당과 손을 잡은 거 같아.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윤진이 당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20년 전 권신이었던 한기수 대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사위인 한성부판윤 이칠성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헌 유수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홍장군 난이 다시 발발한 거 같아 마음이 무거운 거 같았다.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황헌 유수에게 말했다.


“평안도 탐관오리들을 어떻게 됐죠?”


황헌 유수가 답했다.


“난을 책임지고 대부분 삭탈관직됐네.”


“대부분이라고요? 아닌 사람도 있나요?”


“그야, 당대 권신이었던 한기수 대감 사람들은 화를 피했지.”


“그렇군요. 당연한 일이네요.”


“그중에 가장 악질인 탐관오리가 있었네. 그자는 반드시 처벌했어야 했는데 처벌받지 않았네. 그게 마음에 걸렸네.”


“그 사람이 누구죠?”


“당시 정주 목사였네. 한기수 대감의 조카였네. 그자가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했는데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네. 홍장군 난은 다른 곳이 아닌 정주목에서 일어났네.

바로 정주 목사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난이 일어난 거네, 그자가 커다란 화약에 불을 붙였어.

그자는 아직도 편안하게 살고 있네. 살기 좋은 평양에서 ···. 아주 커다란 부자라고 들었네.”


윤진이 급히 말했다.


“정주 목사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황헌 유수가 답했다.


“허진 영감이네.”


“허진 영감!”


윤진이 20년 전 정주 목사였던 허진의 이름을 외웠다.


홍장군 일당이 개성에서 난동을 일으키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평양 방향이었다. 그렇다면 20년 전 탐관오리로 유명했던 허진이 위험했다.


홍장군 일당이 허진을 노릴 수 있었다. 그들이 허진을 죽일 수 있다면 20년 전 일을 제대로 복수할 수 있었다.


허진의 부는 20년 전 백성들의 재산을 수탈해서 얻은 게 뻔했다. 그게 탐관오리들의 본모습이었다.


양심을 쓰레기통에 쳐 버리고 오직 이익과 쾌락만 취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진이 허진을 생각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자는 20년 전 홍장군 난에 큰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살기 좋은 평양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그자가 죽는다면 그건 인과응보, 사필귀정이었다.


‘허진, 그자를 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구하러 가야 해. 그게 내 일이야.’


윤진이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악인을 구하러 가는 걸 용납할 수 없었지만, 일단 홍장군 일당의 난동을 막아야만 했다.


윤진이 황헌 유수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가 뭔가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 영감. 백성들과 양반들, 상인들이 왜 난을 일으켰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최근에 다시 나타난 홍장군 일당이 한성에서 만상 대행수와 보부상을 죽였고 개성에서 송상 행수들을 죽였습니다.

그들은 홍장군 난에 가담한 자들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있는 거죠?

다시 등장한 홍장군 일당이 20년 전 난에 가담한 상인들을 왜 죽이는 거죠?”


황헌 유수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그들이 배신해서 그런 거네.”


“배신이라고요?”


“그렇지. 20년 전, 홍장군 난이 발발했을 때 만상, 송상이 난을 지원하다가 난이 불리해지자, 등을 올렸네. 관군에 착 붙었네. 그래서 그들을 죽이는 거 같아.”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만상, 송상 상인들의 죽음은 배신의 대가군요.”


“응. 그럴 거야. 그런 거 같아.”


황헌 유수가 말을 마치고 찻잔을 들었다.목이 많이 마른 거 같았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4화34화 개성 유수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