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어. 이게 대체 뭔 소리지?”
돌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아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흡입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윤진이 이를 악물었다. 정황상 아편 흡입과 홍장군 일당의 난동이 관련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시기가 딱 들어맞았다. 북방에 아편을 흡입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의 숫자가 불어나자, 홍장군 일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윤진이 생각했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군. 아편은 진통 효과가 좋은 약재인데 그걸 쾌락의 도구로 쓴다는 말이군. 천국이라고? 천국에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은 건가?
그런데 그걸 흡입한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커다란 쾌락이 커다란 고통으로 변했어.’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오의원에게 말했다.
“아편 중독을 치료할 방법은 있소?”
오의원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처방을 했는데 효과가 좋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대체 뭐요?”
“그건 … 홍삼입니다. 요즘 들어 홍삼 처방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홍삼값이 많이 뛰어올랐습니다.
홍삼이 아편 중독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직 단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아, 그래서 홍삼값이 많이 오른 거군.”
윤진이 말을 마치고 울고 있던 아이를 생각했다. 그 아이는 어머니 치료약으로 홍삼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홍삼값이 많이 올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홍삼 값이 오른 이유는 점점 늘어나는 아편 중독 때문이었다.
유명한 의원인 오의원이 아편 중독 치료제로 홍삼을 사용하면서 홍삼 수요가 급증했고, 그래서 그 값이 치솟았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군. 다 이유가 있었어.’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아픈 어머니 걱정에 하염없이 울고 있던 아이 덕분에 사건의 진상에 한층 다가갈 수 있었다.
윤진이 생각을 이었다.
‘지금 제2의 홍장군 난을 일으키려는 놈들이 있어. 놈들은 조정 대신과 북방의 상단이 분명해. 그게 아편 흡입과 관련된 거 같아.
아편은 아주 귀한 약재가 아니야. 시중에 많이 있는 약재야. 그렇다면 아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아편을 흡입한다고? … 이건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청나라 의학 서적에 그렇게 적혀있다면 이는 빈말이 아니야.
그래, 아편 흡입이 중요한 거였어! 이에 집중해야 해.’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오의원에게 급히 물었다.
“아편 흡입을 어떻게 하는지 아시오?”
오의원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환자 중에 아편을 언급한 사람이 있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냥 증상만 말했습니다. 아편을 흡입했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증상만 보고 아편을 흡입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윤진이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편 흡입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거야. 아편을 흡입한 사람들이 이를 감추고 있어.
이를 왜 감추지? 관에서 이를 막을까 봐 그런 건가? … 그런 거 같군.
아편 흡입은 천국을 거닐다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과 같은 거 같아. 그러니 의원 집 앞에 저렇게 줄을 서지. 진짜 천국이라면 의원을 찾을 리 없어.
분명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어. 도박 중독처럼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도박은 한 집안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는 일이야. 아편 중독도 마찬가지일 거야.’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나리, 왜 그러시죠?”
오의원이 황급히 윤진에게 말했다. 차분했던 윤진의 모습이 갑자기 급해 보였다.
윤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뭔가가 떠오른 거 같았다. 그가 오의원에게 말했다.
“여기 평양 상인을 만나고 싶소. 소개해 줄 수 있겠소? 오랫동안 장사를 한 사람이어야 하오.”
오의원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하인들이 이곳 평양 상인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봐라! 꺽쇠야!”
오의원이 하인을 큰 소리로 부르자, 하인이 답했다.
“네, 의원님. 꺽쇠 여기 있습니다.”
오의원이 말했다.
“여기 나리님이 이곳 평양 상인들을 보고자 하신다. 우리랑 자주 거래하는 김행수에게 안내해라.”
“네, 알겠습니다. 의원님.”
“고맙소, 오의원.”
윤진이 오의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어명을 받고 오셨는데 제가 도와야지요.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아편 얘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편이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고려해주세요, 나리.”
“알겠소. 신중하게 처리하겠소. 자, 돌아! 밖으로 나가자.”
윤진이 돌이게 말했다. 돌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오의원에게 꾸뻑 인사했다.
오의원이 허연 턱수염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둘이 밖으로 나갔다. 하인 꺽쇠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진과 돌이가 꺽쇠를 따라갔다. 평양 상인 김행수를 만나야 했다.
한편 예인은 아이를 따라서 근처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향했다. 작은 마당이 있는 초가집이었다.
아이가 황급히 사립문을 열고 외쳤다.
“엄마! 홍삼을 사 왔어요!”
아이가 엄마를 찾자, 쿨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이 열리고 초췌한 여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인의 가슴이 아팠다.
자기처럼 관비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도 저렇게 초췌할 것만 같았다. 관노비는 관아에서 밤낮으로 일해야 했다.
여인은 아이의 엄마였다. 엄마가 침을 힘들게 삼키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니?”
아이가 큰소리로 답했다.
“홍삼값이 모자랐는데 어떤 나리가 돈을 보태줬어요. 이 누나는 그 나리를 모시는 사람이에요.
누나가 장에서 소고기를 사 왔어요. 소고기국을 끓인다고 했어요!”
“뭐, 뭐라고? 정말이야?”
엄마가 아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들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부족한 홍삼값을 보태준 것도 믿을 수 없는데 소고기국을 끓인다는 말에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인이 미소를 지었다.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한성에 있는 좌포도청에서 일하는 다모예요. 우리 나리께서 여기 평양에 일이 있어 객사에 머물고 계세요.
평양에 온 겸 나들이하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의원 집 앞에서 울고 있었어요. 나리께서 그 사연을 물어봤어요.”
“그, 그래요?”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나리께서 그 사연을 듣고 딱히 여기셨어요. 홍삼값을 보태주셨어요. 그리고 어머니 쾌차를 위해 소고기국도 끓이러 왔어요.”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앞에 있는 처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한성 관아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녀가 송구한 나머지 급히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지러운 듯,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거동하기가 불편한 거 같았다.
“아주머니, 일어나지 마세요. 푹 쉬고 계세요. 제가 소고기국을 끓일게요. 제가 국을 잘 끓여요.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예인이 말을 마치고 부뚜막을 찾았다. 총총 걸음을 옮겼다.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오늘 큰 도움을 받았다. 그가 홍삼이 든 종이 뭉치를 꼭 붙잡았다.
“흑!”
엄마가 울기 시작했다. 세상이 침 모질고 험했지만, 착한 사람들이 간혹이지만, 있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다. 오늘 그런 사람을 만났다.
예인이 기쁜 마음으로 소고기국을 끓였다. 관노비로 고생하고 있을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두 주먹을 꼭 쥐었다.
그녀에게는 목표가 있ᅌ겄다. 반드시 혁혁한 공을 세워 가족이 다 면천해야 했다.
그 소망은 무척 소중했다. 그녀가 하루하루 버티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렇게 예인이 맛있는 소고기국을 다 끓였을 때
윤진과 돌이가 걸음을 멈췄다. 평양 상인, 유상이 운영하는 상점에 도착했다.
상점은 무척 컸다. 안에 별의별 물건이 다 있었다. 진열대가 꽉 찼다.
그릇, 숟가락, 문갑, 빗, 소반, 병풍, 촛대 같은 일상용품뿐만 아니라 귀한 물건도 잔뜩 있었다. 값비싼 청나라 비단과 자기가 그 모습을 뽐냈다.
꺽쇠가 점원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그러자 점원이 김행수를 데리고 왔다. 김행수는 이 상점을 관리하는 자였다. 중간 키에 통통한 체격이었다. 40대 중반 남자였다.
김행수가 윤진과 돌이를 보고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무척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 한성 좌포도청에서 오셨다고요?”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네, 나는 어명을 받고 평양에 온 사람일세. 홍장군 일당을 잡으러 왔어.”
“호, 홍장군 일당이요?”
김행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도 머리가 없는 장수, 홍장군 소문을 익히 들었다. 그 소문이 평양성 내에 파다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차를 곧 내오겠습니다.”
“그러지.”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셋이 상점 안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김행수가 사무를 보는 곳이었다.
셋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점원이 차를 갖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김행수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저, 나리. 궁금하신 게 대체 뭐죠?”
윤진이 차를 쭉 마시고 찻잔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행수, 20년 전 홍장군 난이 일어났을 때, 그때 벌어졌던 때 일들을 잘 기억하는가?”
“네에? 20년 전 홍장군 난 때 일이라고요?”
김행수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윤진이 느닷없이 20년 전 일을 물었다. 그때 김행수는 20대 중반이었다. 젊은 점원이었다. 참 할 일이 많은 나이였다.
“아주 중요한 일일세.”
윤진의 말에 김행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때,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윤진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평양 상인들이 홍장군 난을 지원했고 나중에 이를 사죄하는 의미로 조정에 거액을 바쳤다는 데 그게 사실인가?”
김행수가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며 답했다.
“다 사실입니다. 큰 잘못을 저질러서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모아서 조정에 바쳤습니다. 그때 참, 사정이 어려웠습니다. 손실이 엄청났습니다.”
“그때 왜 홍장군 난을 지원했는지 아는가?”
“그건 ….”
김행수가 말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봤다. 방 안에는 윤진과 돌이, 자신밖에 없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 난은 사실, 우리 북쪽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는 걸 조정에 알리는 난이었습니다.
난이 일어나면 조정에서 우리 사정을 헤아려 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단에서 난을 지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판이었습니다. 난 이후, 사정이 더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 종일 뼈 빠지게 일해도 보리죽 한 그릇도 먹기 힘들었습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였다. 김행수가 사실대로 말하는 거 같았다. 김행수의 눈빛에 아쉬움과 서러움이 서려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