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쟤 아비와 어미가 독립군과 내통했잖아요!”
촌장 부인이 갑자기 톡 쏘아붙였다.
“아!”
“아이고.”
순간, 마을 사람들은 뒤가 따끔했다. 누구라 할 거 없이 입을 다물었고 신우한테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때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신우는 아무 관련이 없잖아요!”
신우 엄마와 친하게 지냈던 감 나무집 순이 엄마가 말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일본군이 쟤도 끌고 갔을까요?”
촌장 부인이 매서운 표정으로 순이 엄마에게 되물었다.
“그, 그게 ….”
일본군이라는 말에 순이 엄마가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분위기가 싸늘해졌을 때 촌장 목소리라 들렸다.
“여러분! 이걸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저 아이를 받아주는 건 … 너무나 위험한 일이오!”
부인 뒤에 숨어있던 촌장이 고개를 쑥 내밀고 말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신우가 독립군과 관련이 있다니요? 신우는 아직 나이가 어려요!”
길동이 아빠가 신우를 위해 항변했다.
“글쎄요. 일본군이 그 말을 믿어줄까요?”
촌장 부인의 비수 같은 한 마디에 사람들이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두려움이 올라왔다.
“쟤도 뭔가를 알고 있으니까 끌고 간 거예요!”
촌장 부인이 다시 한번 비수를 날렸다. 신우가 독립군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했다.
“이를 어쩌지?”
“그렇게 말이야.”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한테 큰 공포심을 가졌다.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일본군의 비위를 거스른다면 마을이 다시 풍비박산 날 거라 여겼다.
이에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는 살아 돌아온 신우를 환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회의를 합시다.”
“맞아요. 쟤를 어떻게 할지 정합시다.”
사람들이 신우한테서 멀찍이 떨어져 웅성거렸다.
“이게 대체!”
신우가 그 모습을 당황했다. 의심하고 적대시하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덕대, 명호, 기철은 신우한테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앞을 막아섰다. 이에 신우만 안타깝게 쳐다볼 뿐이었다.
“어떻게 하죠?”
“쟤 때문에 일본군이 다시 돌아오면 어떡해요?”
“난감하네요.”
“촌장 어르신은 현장에 있었잖아요. 혹, 다른 사람들은 본 적이 없어요?”
“혹, 몰래 숨어있던 독립군이 쟤를 꺼내 준 거 아니에요?”
“맞아! 그런 것 같다. 수상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아.”
촌장이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일본군이 다시 돌아올까 봐 몸서리를 쳤다.
“신우를 마을에 둘 수 없어요. 그러면 우리도 위험해져요!”
“그러면 마을에서 추방하자는 말이에요? 신우는 아직 어린데 …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고요?”
사람들이 옥신각신했다.
회의 결과, 대부분 사람이 신우를 적대시했다. 신우를 마을에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신우를 변호했다.
“…….”
신우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정다웠던 마을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자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
신우가 걸음을 옮겼다. 마을 밖으로 걸어갔다.
“신우야!”
“이를 어째, 신우가 마을을 떠나려나 봐.”
덕대, 명호, 기철이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격렬한 언쟁이 계속됐다.
신우가 자리를 비웠지만, 그의 거취를 두고 어른들이 핏대를 세우며 말싸움했다. 그를 잡는 사람이 없었다.
“신우야!”
덕대가 점점 멀어져가는 신우를 보고 더는 참지 못하고 걸음을 뗐다. 그때 덕대 엄마가 그의 팔뚝을 꽉 잡았다.
*
신우의 발걸음이 마을 어귀로 향했다. 터벅터벅 혼자서 마을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고향 마을을 돌아보았다.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쾌청한 날이었다.
이런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자치기하며 신나게 놀곤 했다.
아빠는 열심히 농사일하고, 엄마는 집안일로 바빴을 날이었다.
누렁이는 신우를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랬을 거 같았다.
“으으으~”
신우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피로감과 허탈감 때문에, 나무 그루터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어제 점심 이후로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속 쓰림을 심하게 느꼈고 허기도 졌다.
그렇게 한 참의 시간이 흘러갔다.
신우가 무거운 마을을 달래고 있을 때,
그때, 저 멀리서 사람 하나가 급하게 달려왔다.
신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달려오는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아!”
신우가 탄성을 질렀다.
덕대였다.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신우의 절친 덕대가 신우를 향해 달려왔다.
신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야!”
신우가 반가움에 소리쳤다.
“덕대야!”
두 친구가 만났다. 둘이 서로 껴안았다. 마치 오십 년에 만난 회포를 푸는 듯 격하게 부둥켜안았다.
“난! 네가 죽은 줄만 알았어!”
덕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우가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엄마 몰래 나오느라, 좀 늦었어. 다른 아이들도 곧 올 거야.”
덕대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괜찮아.”
신우가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덕대가 신우의 몰골을 살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이었다. 검붉은 핏자국이 낭자했고 흙투성이였다.
이에 한 손을 저고리 품에 넣더니 뭔가를 꺼내고 말했다.
“배고프지! 이거 먹어!”
그건 빈대떡이었다. 빈대떡은 덕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반쯤 먹었는지 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비, 빈대떡!”
고소한 향기에 신우의 눈이 번쩍 커졌다. 빈대떡을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배가 고팠다.
“야! 참 맛있다.”
신우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빈대떡을 맛있게 먹자 이를 지켜 보고 있던 덕대가 군침을 삼켰다.
“그렇지! 참, 맛있지!”
덕대가 흐뭇한 표정으로 신우를 바라봤다.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살아 돌아온 거야?”
덕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간의 사정을 물었다.
“모르겠어. 정신을 차려보니 마을 어귀에 와 있었어.”
신우가 처참한 어제의 일이 떠오르지 않는지 말을 흐렸다. 그러다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괴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큰 숨소리와 함께 신우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혹, 아빠가 어떻게 됐는지 아니?”
“그게, 좀 ….”
덕대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빨리 말해줘! 아빠는 어디에 계시는 거야?”
신우가 덕대의 어깨를 꽉 잡고 세게 흔들며 소리쳤다.
“일본군이 아저씨 시신을 어디로 끌고 갔다고 들었어.”
덕대가 개미 목소리로 답했다. 신우의 눈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뭐라고! 어디로!”
“그게 …, 시신을 불태웠다고 하더라고.”
덕대의 말을 듣고 신우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부모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신우만이 홀로 남겨졌다.
“신우야! 기운을 내! 분명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덕대가 안타까운 마음에 신우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따뜻한 기운이 신우에게 전해졌다.
신우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 부모님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이 피맺힌 원수를 갚고 싶었다.
“하하하!”
신우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눈빛에서 분노가 끓어올랐고, 웃음소리는 섬뜩했다.
“왜 그래?”
신우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덕대가 깜짝 놀랐다. 신우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큰 충격을 받아서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신우가 어느 때보다 차분했고 차가웠다.
“시, 신우야, 괜찮아?”
덕대가 울먹이며 신우를 불렀다.
신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괜찮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신우가 말을 마치고 덕대의 손을 꽉 잡았다. 차디찬 손이었다. 팔팔 끓는 뜨거운 분노와 달리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덕대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신우가 어서 충격을 이겨내고 괜찮아지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둘이 손을 꼭 잡고 황량한 벌판에 서 있을 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신우를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
“신우야!”
사람들이 달려왔다.
신우와 덕대가 그 소리를 듣고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명호, 기철, 길동이 아빠였다. 셋이 신우를 향해 달려왔다. 길동이 아빠 손에는 보자기가 있었다.
“아저씨!”
신우가 길동이 아빠를 보고 크게 외쳤다.
“신우야!”
길동이 아빠가 신우를 보고 눈물을 철철 흘렸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친구가 생각나는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길동이 아빠는 엄마가 싫어하던 아저씨였다. 걸핏하면 아빠를 불러서 술 한잔하자고 해서 엄마가 싫어했었다.
신우가 길동이 아빠를 보고 반가움에 넙죽 절을 했다.
“우리도 왔어!”
명호와 기철이 신우에게 달려왔다. 넷이 함께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신우가 살아 돌아왔어, 정말 잘 됐다!”
명호와 기철이 신우를 붙잡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길동이 아빠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어다. 그리고 먼 산을 쳐다봤다. 차마 하기 힘든 말을 하려는 듯 힘들게 입을 뗐다.
“신우야, 미안하지만 … 마을로 들어올 수 없단다.”
“네에? 지금 뭐라고 하셨죠? 마을로 못 ….”
신우가 깜짝 놀라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길동이 아빠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 너를 의심하고 있단다. 독립군이 몰래 구해줬다고 의심하고 있어. 그래서 받아 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
기가 막힌 말이었다. 신우는 독립군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당장 반박하고 싶었지만, 흙구덩이에서 땅이 꺼진 이후, 어떻게 땅 위로 올라왔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신우가 낙담한 듯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아저씨.”
“말을 해봐! 신우야!”
신우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살아서 마을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땅속으로 떨어졌을 때 가슴에 엄청난 고통을 느낀 것만 어렴풋이 떠올랐다.
“맞아!”
신우가 급히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가슴팍을 이리저리 살폈다.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때, 총에 맞았던 기억이 났다. 우측 어깨였다.
옷에는 그날의 참상이 고스란히 있었다. 피와 먼지가 뒤엉켜 처참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깨는 멀쩡했다.
총에 분명 맞았는데 아무런 상처도 통증도 없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신우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무나도 괴이하고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상처 하나 없고 아프지 않은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신우가 몸을 떨었다. 불안감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덕대가 울상을 짓다가 길동이 아빠에게 말했다.
“아저씨! 신우가 마을로 못 들어오면, 어디에서 먹고 자요?”
“그건, 신우 아빠와 엄마와 친했던 우리가 해결해 줄 거다. 덕수 부부를 잃었는데 그 아들마저 잃을 순 없지.”
길동이 아빠가 말을 마치고 손에 들었던 보자기를 신우에게 건네줬다.
신우가 보자기를 받고, “이게 뭐지?” 하며 길동이 아빠를 쳐다봤다.
“신우야! 새 옷이란다. 빨리 피 묻은 옷을 벗어버리고 이 옷으로 갈아입어라.
비록 우리가 소수라서 마을 사람들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네가 다 클 때까지 보살펴 줄게. 버팀목이 돼 줄게.”
길동이 아빠가 말을 잇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친구 부부를 생각하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 아저씨!”
신우가 커다란 고마움을 느끼고 길동이 아빠를 부둥켜안았다.
“신우야 걱정하지마! 나 많이 먹잖아! 내가 반만 먹고 나머지는 너 갖다 줄게. 그러면 넌 먹을 건 걱정 안 해도 돼!”
덕대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신우와 길동이 아빠를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다.
“신우야 내가 있잖아! 반드시 너를 지켜줄게!”
명호가 두 손을 불끈 쥐고 크게 소리쳤다. 신우도 이제 그처럼 고아 신세였다. 자기는 삼촌이라고 있지만, 신우는 그마저도 없는 천애 고아였다.
자기 처지보다 더 불쌍한 신우를 보고 명호는 신우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마석에게 부모 없는 아이라고 놀림 받을 때, 자기를 지켜준 신우를 위해 그가 앞장서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기철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울고만 있었다. 신우가 너무나 불쌍했다. 속으로, 신우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비록 다섯밖에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신우와 길동이 아빠, 친구들의 뜨거운 눈물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은 신우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했다.
촌장을 비롯한 대다수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신우는 마을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길동이 아빠를 비롯한 몇몇 어른의 간곡한 호소로 마을 밖에서 살 수 있었다. 단, 어떤 경우라도 마을로 들어오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신우는 비록, 마을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아빠, 엄마의 친구들 덕분에 마을 인근 산 중턱에 조그마한 오두막에 지어서 거기에서 살았다.
그 오두막은 신우와 친구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신우는 그들의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