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나눔'이라면

- 도서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를 읽고

by 준 원 규 수

전성실 저 / 착한책가게 / 2024년



조카 녀석이 제주 여행을 갔다 오면서 선물해 준 책이다. 입소문이 났다는 독립서점에 갔다가 사 왔다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포장된 책이었다.

'우리 삶의 재구성하는 나눔의 발견'이라는 부제목을 단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눔'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가 나눔이라는 말에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물질, 봉사, 불쌍함 등등을 넘어 근본적인 '나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쉽고 다정한 표현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여러 편의 영화들과 기사나 뉴스에서 나온 실례를 통해 나눔의 다양성과 이유, 나눔을 할 때 유념해야 할 법칙과 나눔이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어서 가볍게 읽기에도 좋았다.



이 책을 읽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눔'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예전에 저소득층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여러 문제를 가지고 가출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청소년들을 품어주는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몇몇의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주다 그 지역의 저소득층 지원을 받는 아이에게 수업을 해주었었는데 교통비조차 지원이 없었다. 더구나 그 아이는 대안학교 소속은 아니었기에 카페에서 만나 수업을 했는데 모든 경비는 내가 감당했었다. 그럼에도 그 아이와 2년 여 가까이 관계를 이어나갔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그 친구는 내게서 부족한 학업을 채울 수 있었고, 나 역시 그 친구를 통해 보람을 느꼈으니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나눔'의 관계였다.

그러다 그 친구가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장학재단에 지원서를 넣게 되었다. 그곳에 보낼 자소서를 썼으니 한번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그 친구의 글을 읽다 마음이 무척 불편해져 버렸다. 자신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쓰고, 학교 생활을 더 알차게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친구가 자신의 상황을, 그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주는 일을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 애는 왜 이렇게 타인의 도움이 당연한 걸까.

이게 맞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떤 태도를 원하는 걸까...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자원봉사는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이 책에서 '나눔'의 이유는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알리고 싶어서, 누군가와 존재와 존재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이 세계는 불평등하기 때문이고('총, 균, 쇠'를 떠올리며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를 생각해 보자) 공감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제대로 나누기 위해서는 문제 너머에 있는 존재를 보아야 하며, 경험도 나눔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봉사가 아닌 관계 맺음을 목적으로 하고, 상대의 욕구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 그 아이의 욕구를 몰랐고, 그 아이에게 경험을 나눠주는 것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의 자소서에는 앞으로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자신이 현재 학생으로 돈이 없어서 채우지 못하는 학업적 부분은 무엇이고, 자신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노력을 하고 그 꿈을 이룬 후 어떤 나눔을 할 것인지 그 아이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리한 아이여서 자신에 주어지는 학업적 지식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경험이 그 아이에게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가난 을 인정하고, 그 가난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으레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감사히(어쩌면 당연하게) 받았을 뿐 그것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었을까.

또, 한편으로 나 역시 그 아이에게 어떤 '다움(답다)'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그 아이와 호혜의 관계에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받기만 하는 사람이 보일 만한 마음의 상태를 상정해 두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이유를 '사회'에서 찾는다면 이 책의 제목대로 살아있는 자체가 나눔이 될 것 같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관계를 맺고, 그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그 감정의 교류를 통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눈짓'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면 참 쉽고도 어려우며, 힘들면서 따뜻한 게 나눔이구나, 싶었다.


공원의 길냥이들

오늘 산책 중 만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었고, 그 아이들은 내게 흐뭇함을 주었다.

나는 산수유에게 눈길을 주었고, 산수유는 내게 감탄을 주었다.



오늘도 알게 모르게 받고 주었던 나눔들...

언젠가는 예전처럼 다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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