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왔다. 큰 아들이 대학교, 작은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내 마음속에 정해두었던 "홀로서기"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훌훌 털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나! 그토록 변화를 원하면서 한편으로는 변화에 맞설 용기가 부족한 것일까? 두 아들이 내 생각에 다 동의를 하고 지지하고 있는데, 난 왜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외국인으로서 홀로서기가 두려운 것일까?
경제적으로 불안해서?
언어가 딸려서?
큰 아들이 태어나고 돌이 되기 전부터 떠올린 두 글자. 17년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이혼”이라는 생각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내 잠재의식 속에 깊고도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젠 이혼을 둘러싼 슬픔도, 분노도, 괴로움도 사라진 채 사고의 챗바퀴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해 이런 삶을 지속해야 하나?
훌쩍 커버린 두 아들을 위해서라는 말도 이제는 우스꽝스러운 말이 되어버렸다. 내가 힘든 만큼 그 사람도 힘든 시간임에 틀림없다. 한 지붕 아래에서 남남처럼 산다는 것은 서로의 심신의 건강을 좀먹게 하는 것이다.
드디어 2023년 9월 중순에 나는 별거를 선언했다. 되도록 충격을 덜하면서 서서히 각자의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혼이 아닌 별거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남은 생은 다르게 살고 싶다.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을 보상해주고 싶다.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나를 보살피며 하고픈 걸 하면서 지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날에 너무 후회할 것 같다. 내가 내 삶의 주연으로 살지 못한 날들을.
그렇게 해서 나는 작년(2023년) 10월 1일에 15년간 살아온 집을 나와 작은 아들과의 삶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지난날을 곱씹으며 괴로움이나 분노를 토해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되새김질하며 다시 한번 과거로 나를 데려가고 싶지 않다. 그 보다 홀로서기한 후의 내 일상을 담고 싶다. 50대에 선택한 나의 길, 그렇게 갈망하던 이 삶에 집중하며 느끼는소소한 행복들을 나눌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고 했다.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 했다.
우리는 불행하기 위해 결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시간들과도 안녕하고, 오로지 오늘 여기에 집중하며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늦은 것 없다. 늦다고 생각하는 오늘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르다는 걸, 나는 다시 한번 체험하려 한다. 그리고 이 체험기를 헛되이 하지 않고 모두와 나누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용기를 얻는다면 나의 하루는 값진 시간이 된다.
이 책에 담는 글들은 독자분들에게 한 줄기의 긍정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