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보 Oct 31. 2024

생각하는 대로 된다!

묘한 느낌이다. 

그이와 지낸 대만에서의 17년이란 시간들이 아주 오래전 옛 일처럼 희미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지금 이 새로운 생활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 오히려 아주 오래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달력을 보니 홀로서기한 지 1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집에서 살면서 종종 홀로서기 생활을 상상 속에서 그리면서 살고 있었다. 상상 속의 집에 있는 나는 꽤나 행복해 보였고, 활기에 차 있을 때가 많았다. 나는 그런 상상 속에서 잠깐씩 현실을 망각하며 지내온 듯하다. 


그렇구나! 그래서 이 생활을 시작한 지 1달이 될까 말까 할 뿐인데 전혀 낯설지 않은 거였구나! 상상 속에서 오랫동안 같이 했던 삶이기에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 거구나! 현실의 육체는 그 집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 집을 떠나 살고 있었기에 그 집, 그와의 시간들이 아주 먼 얘기가 되어 버린 듯했다. 


우리의 뇌는 상상과 실제를 구분 못 한다고 하니 터무니없는 해석은 아닐 게다.




아이들이 어릴 적 피곤한 심신을 달래려고, 한 2년간 밤에 30분 정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지냈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모두가 저마다 아픔을 안고 사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지혜로운 가르침에 작은 깨달음도 있었다. 하루는 불효하는 아들을 둔 어느 할머니의 하소연에 법륜 스님께서 조언을 하셨다. 자신의 아들을 "남의 집" 아들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러면 그 어떤 기대도 없을 거고, 그 어떤 슬픔도 뒤따르지 않는다는 말씀이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남편을 "이웃집 남편"이라고 내 뇌에다 주입시켰다. 그랬더니, 정말 효과가 확 나타났다. 남편을 보면서 그 어떤 불만도 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웃집 남편이니 나와 상관없는 존재이고, 그와 마주할 때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실의 육체는 그 집에 있었지만 나의 정신은 종종 육체를 이탈하여 상상의 집에서 지내기도 하고, 이웃집 남편과 가끔 마주치며 한 지붕 아래에서 지냈던 시간들. 




나폴레옹 힐은  "마음이 상상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라고 했고. 얼 나이팅게일은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 오늘의 나는 오랫동안 내 안에서 숙성된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 멋있는 훗날의 나를 상상하며, 오늘 이 순간 상상의 모습으로 느끼며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러면 지금의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02화 끝과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