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표정의 한국 유학생

by 이경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의 이야기다. 내 강의에 한국 교환유학생들이 다섯 명쯤 있었다. 1학년 한국어 수업이었다. 종이 울리고 강의실에 들어가 평소처럼 강의 자료를 나눠주었다.


오늘도 그 유학생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강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고개 숙여 자료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그런 표정을 지었기에 신경이 꽤 쓰였다. 내 강의 자료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런데도 개인적으로 찾아와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없어서 두 달가량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 한국 유학생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맞이했지만, 속으로는 무슨 문제일지 걱정이 되었다. 내가 내온 우롱차를 천천히 마시며 그 교환 유학생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교수님, 제 꿈이 바뀌었어요.”

“어떤 꿈이죠?”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 계속 생각해 봤어요. 강의 자료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 감동이 내게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였던 것이다.

“교수님, 졸업 후에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정말 뿌듯할 거 같고, 보람찬 일이 될 것 같아요.”

나는 그 학생에게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교사양성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고,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현지 외국어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라. 도전이 곧 기회가 된다.

(헬렌 켈러)


그 학생의 그런 마음은 다른 유학생에게도 전염이 된 듯, 그 학기가 끝날 무렵 또 다른 유학생이 나를 찾아와 말했다.
“교수님 강의 들으면서 진로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만에서 대만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을 뿐인데,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이런 반응이 뜻밖이었고,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한국 교환유학생이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내게 보낸 문자가 떠올랐다.

“교수님, 학생들을 아끼시는 마음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감동적이에요. 교수님은 우리의 자랑이에요.”




과장된 표현이지만 몰래 기뻐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내게 큰 힘이 된다. 자매교에서 오는 한국유학생들도 내 학생이다. 그들의 대만 유학 시절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소중한 순간이 되고, 그 과정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꿈을 찾는 데 내가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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