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올까?!

by 이경보

어느 날, 나는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온다’는 말에 동의하나요?”

강의실에는 약 30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동의한다'에 손을 든 학생은 6명, '동의하지 않는다'에 손을 든 학생은 7명이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어디에도 손을 들지 않았다.


'동의하지 않는다'에 손을 든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중 한 명은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는데,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예로 들며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열심히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교수님이 자신보다 덜 열심히 한 학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만 학생은 수능 준비에 열심히 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 한국 유학생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음성학 관련 수업이었는데, 그 교수님은 시험 2-3주 전에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주셨다. 우리는 문제에 대한 답을 자료를 찾아 미리 작성해 두고, 시험 당일에 그 답을 보면서 답안지에 옮겨 쓰면 되는 방식이었다. 문제 항목은 많았고, 내용도 어려웠다. 혼자서 전부 답을 찾기 어려워 조를 짜서 함께 준비했다. 시험이 가까워지자, 우리는 각자 찾은 답들을 모아 모범 답안을 만들었다.


시험 당일, 내 옆에서 시험을 본 친구와 나는 같은 답안을 작성했다. 그런데 성적은 달리 나왔다. 그 친구는 A를 받았고, 나는 B++이었다. 등급 차이는 약간이었지만, A와 B라는 등급의 차이가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A를 받은 친구는 글씨를 잘 쓰기로 모두가 인정하는 학생이었지만, 내용은 똑같았는데도 결과가 달랐다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교수가 되어 보니, 그때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교수님의 입장이 이해되는 것 같다. 손으로 쓴 작문 시험지를 채점할 때, 때로는 이게 한글인지 외국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인 글씨를 보면 화가 은근히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한국인보다 더 정갈하고 정겨운 한글을 보게 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설령 내용이 같더라도, 두 학생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불쾌한 감정으로 들여다본 시험지와 정겨운 마음으로 바라본 시험지의 평가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노력의 대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때로는 노력이 우리를 배신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노력을 적게 했다고 해서 전혀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보상은 언제나 노력에 비례해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으며, 때로는 노력한 만큼 적게, 혹은 더 많이 주어지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보상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20대의 나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공평한 사회와 내 처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시간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어떨까? 삶의 중반이 되어 돌아보니, 노력의 성과는 때로 즉시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1년 후, 10년 후, 아니면 훨씬 더 나중에 나타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내 자식이 내 과거의 노력의 대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내가 50대가 되어 깨달은 것이다. 젊었을 때는 노력이 나를 배신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성과가 예기치 않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 때로는 그 성과가 이미 나타났는데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고정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자신도 몰라보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 그 노력의 대가가 수면 위로 올라와 내 품에 안겼을 때, 그것은 내 삶의 행복의 한 조각이 되고, 삶의 보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므로 더디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때가 되면 그 결과는 반드시 나타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꾸준히, 과감히 하는 것뿐이다.




열심히 리포트를 작성해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속상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비록 그 순간에는 성적으로 보상받지 못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적 재산은 본인의 것이며, 즉각적인 성과인 성적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노력이 여러 형태로 언젠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당신에게 돌아온다.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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