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생들 중에는 목표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훗날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나 자신은 어땠을까? 20살의 나를 돌아보면, 나 역시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방황의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좋겠지만, 그렇다고 목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과연 꿈이 있어야만 우리의 인생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만 바라보며 직진하다가 결국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한 번 죽도록 몰입해 보라고 조언한다. 몰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길이야말로 내가 오래도록 붙들고, 인생을 걸어 나아갈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내 대학 동기 중에는 대학 1, 2학년 때부터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1학년 때 전 과목에서 A를 받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었다. 한국에서 이미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이 달라 일본에서 다시 대학부터 공부하던 친구였다. 시험 기간이 되면 그녀의 노트는 우리 한국 유학생들에게 소중한 참고서가 되었다. 몇몇 일본 학생들도 그녀의 노트를 참고하기도 했다. 일본어로 모든 과목을 이수하면서 100여 명이 듣는 교양 과목의 노트를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런 그녀가 석사 과정에 들어가고는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할 수 없다고 하며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그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전진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지쳐버렸던 것 같다. 대학 1학년 때 박사학위라는 목표가 얼마나 멀게 느껴졌을지,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오면서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을지 상상할 수 있다.
흔히들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목표가 없더라도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길이나 잠재적으로 그리던 길이 내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였다.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20대에 설정한 목표가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20대는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현재 목표가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대의 목표는 경험을 통해 재평가되고 수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표를 서둘러 세우려 애쓰지 말고, 현재 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몰입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