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함피로 가는 일정에 일행이 한 명 늘었다. 혼자 여행 다니시는 나이가 좀 있으신 여성분이었다. 우리 셋은 함피에서 같은 방에서 지냈는데, 나부터 슬슬 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아무리 보아도 방은 깨끗한데 왜 다들 가려운지 알 수가 없었다.
같이 여행하는 언니는 피부가 예민해 종아리가 온통 멍 자국으로 변했다. 그래서 우리는 비닐을 깔고 자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비닐 위에 이상한 벌레들이 잔뜩 있었고, 검색해 보니 그것은 빈대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빈대를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빈대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컸고. 어린 빈대들은 투명한데 내 피를 먹고 빨개져 있었다. 빈대는 주로 밤에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자고 있던 깨끗해 보이는 침대는 빈대의 소굴이었고, 몸이 고통스러우니 함피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고, 빈대박사가 되어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 중간에 합류했던 여성분은 목적지가 있어 다른 곳으로 가시며,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살면서 결혼 안 한 것도 후회가 안 되고 아무것도 후회를 안 하는데 딱 한 가지 아이를 안 낳은 것이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 여자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는데 그 기회를 본인은 놓쳤다고, 나에게는 놓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그분보다는 나이가 어린 나이지만 이제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가 지나가고 있는데 결혼도 안 한 내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이었을까?라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살면서 후회의 연속이었는데 생각을 해보면 무엇이든 하면 해서 후회하고, 안 하면 못해봐서 후회를 한다.
어차피 후회할 바에는 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았는데, 나에게는 아이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