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깜짝놀라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6월에 나와 단둘이 유럽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신 것이다!
이번 여행은 무려 12일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영국까지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 아버지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니 설렘과 기대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들떠서 학교 친구에게 바로 말해 버렸다. 친구는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 반응에 내 마음은 더욱 두근거렸다.
이번 여행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될 것 같아 브이로그로 처럼 영상기록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서툴지만 에세이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여행 1일 전 부랴부랴 짐을 쌌다. 옷을 챙길 케리어는 아버지와 공용으로 하나를 챙겼고 나머지 짐들은 개인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낭만(?)을 기대한 나는 읽지도 못할 책과 그림 그릴 공책과 물감을 꽉꽉 눌러 담았다.
(막상 여행을 가면 여분 시간이 많을 줄 알았나 보다...)
출발 당일, 아직 캄캄한 새벽에 아버지와 나는 조용히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도착 후 첫 번째로 포켓 와이파이를 가지러 갔고, 두 번째로 아주 어렵게 멀미약과 고산병 약을 샀다.
(공항엔 고산병 약을 잘 파지 않으니 미리 사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융프라움 에선 꼭 필요하더 군요. +립밤)
마지막으로는 가이드 분과 연락해 언제 어디서 만나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공항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유롭게(?) 수속을 마칠 줄 알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표를 뽑을 때 자리를 확인했는데, 자리 예약을 잘못하여 서로 완전히 반대편에 앉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놀란 아버지는 얼른 다녀오겠다며 승무원을 찾아가셨고, 나는 캐리어 위에서 기다렸다.
다행히 자리가 남아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비행기 표를 뽑고 면세점으로 갔다. 우리는 면세점에서 사고 싶은 것이 없어 한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거기서 유독 눈에 띄는 책을 집은 순간, 가이드분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 오세요? 다들 도착하셨어요.”
아, 시간을 착각하고 말았다. 우리는 급히 1번 출구로 뛰어갔다. 그런데 실수로 반대로 가버려 더 늦어버렸다;
도착하니 판다처럼 생긴 한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상이 좋으셨지만 정말 다크서클이 진했다..)
아버지와 나는 가이드분께 사과를 하고 대기줄에 들어섰다.
대기줄에 들어가니 동행하게 된 사람들이 보였다. 나와 또래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학생조차 없었다. 거기서 가장 젊은 사람은 20살 중반 나이였다. 조금 실망했지만 유럽여행에 학생이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나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모습을 눈에 담아두며 출발을 준비했다. 20명과 함께하는 유럽 4개국 여행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약 13시간의 비행은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나는 메뉴를 고민하며 각자 좋아하는 것을 골랐다. 나는 소고기를, 아버지는 닭고기 요리를 선택했다. 기내식 트레이를 받고 보니 음식 향이 은근히 좋았다. 실제 식당보다 더 맛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런데 아버지의 닭고기가 더 맛있어 보여 아버지 것을 조금 뺏어 먹었다.ㅎㅎ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와 나는 기내 영화 목록을 보며 함께 볼 영화를 골랐다. 아버지가 추천한 판타지 영화가 있었지만, 멀미가 너무 심해 그냥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 보니 아버지는 영화를 보고 계셨다.‘많이 시간이 지났을까’ 하며 비행지도를 켜 보니 4시간이 밖에 안 지나 있었다. 아직 9시간이 남아 있다니... 한숨이 나왔다. 그제야 13시간 비행이 정말 힘들다는 걸 알았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목베개를 가지고 주물럭 거렸다. 그러다 멀리 있는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정말 목베개를 가지고 가기 잘했다.. 여행 갈 때 꼭 목베개를 챙겨가는 걸 추천드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창가 쪽 보다 화장실 가기 편한 복도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잠시 풍경을 구경하다 스쿠도 게임을 하며 1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는 먹고 자고 영화를 보는 것을 반복했다. 크게 기억이 나는 것은 라면을 끓여달라고 요청했는데 거부를 받고 정말 맛있는 간식을 주신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비행기 라면은 꿀맛이라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그렇게 우린 정말 긴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가이드분의 얼굴은 더욱 판다 같아졌고, 다른 사람들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탈리아의 공기를 마시며 활짝 웃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잘 잔 덕분이었다. (그래도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케리어를 찾으러 가는 길은 신기했다. 한국과는 다르게깔끔하지 않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공사가 덜 된 흔적(?)까지.. 이탈리아 공항에서 한국 공항이 좋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걸 다들 느낀 눈치인지 동행분이 가이드분께 질문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