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뒤 면이 다 익은 것 같았다. 여차저차 세면대에 봉지를 들고 가 물을 버렸다. 그런 후 차가운 물을 어디 있는지 생각해 봤다... 냉장고, 편의점.. 없다. 없다.. 차가운 물이 없다! 으으.. 냉장고, 편의점 모든 곳엔 탄산수만이 있었다.
그럼 탄산수 비빔면을 먹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건 좀 별로였다. 그렇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뜨거운 비빔면을 먹어야 했다.
소스를 붓고 젓가락으로 비비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내가 먹으려 침대에 앉는 동시에 아빠의 호로록 소리가 들렸다. 내 것을 먹기 전 아빠의 라면을 한 입 하고 싶었지만, 일단 뜨거운 비빔면을 먹어보았다.
“... 오?”
진짜 대박 맛있었다. 뜨거운데 싱겁지 않았고 한국에서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리운 맛이었다.
“아빠! 진짜 대따 맛있어! ”
(ㅋㅋ지금 이걸 쓰면서도 내가 왜 이리 기뻐했는지.. 너무 웃기다. )
나는 비빔면을 허겁지겁 먹다 말했다.
“ 나 한 입만”
아빠와 나는 라면 봉지를 바꾼 후 먹었다. 그 후 남의 떡이 더 커 보인 다였던가? 우리는 아예 바꾸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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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지나 아빠는 잠에 들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의 일을 차차 정리했다. 비행기에서 있던 일, 차에서 봤던 풍경, 밥아저씨.. 정말 많은 일들이 나의 하루를 꾸며 주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더 기쁠 내일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다.
-이탈리아 1일 차 끝-
-못 한 이야기-
[사실 저는 아빠와의 여행을 들었을 때에 막상 반갑기보단 오히려 거부했습니다. 유럽여행 자체는 너무 좋은 경험이 될 거지만, 막 사춘기가 왔을 저에겐 조금은 불편하고 버거운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에게 아빠는 최대한 맞추어 주셨으며, 항상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저의 아빠에게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여행 중에도 불편한 상황이 종종 있었지만, 먼저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ㅣ(1인당 약 500만 원 여행이라 거절하지 못한 건 비밀?) ]
-이탈리아 2일 차 시작-
눈을 뜨니 이른 아침이었다. 해는 보일락 말락 갈등하고 있었고 밤새 식은 공기도 점차 생기가 생기는 듯했다. 아빠는 먼저 옷을 갈아입고 조식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스럭거린 걸 본 나에게 아빠는 아침 인사를 꺼냈다.
"벌써 일어났어? 이따가 깨우려 했는데, 일찍 일어났네. 일어나서 얼른 옷 갈아입어. 조식 먹고 8시쯤 버스 타야 하니까-"
나는 무의식 속 아빠의 말을 따랐다. 옷을 가져와 화장실에서 빠르게 갈아입은 뒤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 문을 열었다. 내가 나가자 아빠도 따라 나왔다.
문 바로 앞엔 엘리베이터와 둥글게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눌렀지만 올라올 기미는 없어 보였다. 결국 아침 운동 겸 계단으로 내려갔다. (신나서 뛰어 내려갔다)
식당은 지하 1층인데 2층부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 한 칸씩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지하 1층에 다다른 순간 얼굴이 구겨졌다. 사람이 너어---무 많았다. 그 사람 5명이 들어갈 좁은 공간에 몇십 명이 들어가 있었다.
"하........"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줄을 이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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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우리는 조식을 받을 수 있었다. 규모는 작았으며 담을 수 있는 매뉴또한 적었다. (몇 개의 빵, 우유와 커피, 시리얼, 햄..등)
그리고 왜 이리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지 알아보니, 커피기기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왔을 때 빠르게 해결되었다.
조식을 받은 후 아빠와 나는 복잡한 식당을 벗어나 한적한 자리를 찾았다. 다행히 창문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이 있었고,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앉아 아침을 즐길 수 있었다. 그곳은 마치 작은 베란다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투명한 창문을 통해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 분위기가 아늑했다.
내 접시 위에는 바삭한 크루아상과 다양한 종류의 빵, 달콤한 잼, 그리고 작은 우유컵이 올려져 있었다. 다 먹지도 못 할 거면서 맛있어 보이는 것은 다 가지고 왔다.
아빠는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크루아상을 뜯어먹었다. 나는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아빠, 여긴 진짜 조용해서 좋다. 식당 안에 있었으면 아침 먹기도 정신없었을 것 같아."
아빠는 웃으며 나의 말의 말장구를 쳤다. 그렇게 조금 떠들던 중 창문 너머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회색 털과 날카로운 눈을 가진 고양이가 느긋하게 풀 속을 산책하는 모습은 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크루아상 조각을 살짝 뜯어 유리창에 톡톡 두드리며 고양이에게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고양이는 고개만 살짝 돌리고 다시 느긋하게 걸어갔다.
"고양이 너무 귀엽다. 우리 집에도 저런 고양이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
하고 중얼거리자, 아빠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고양이 키우면 네가 밥 줄 거야? “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음... 글쎄. 나중에 크면 생각해 볼게."
그렇게 고양이와 함께한 조용한 아침이 끝난 후,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기 위했다. 밖으로 나가니 상쾌한 공기가 느껴졌고, 아빠와의 여행 2일 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준비가 된 듯했다.
2일 차 밤도 똑같은 숙소에서 보낼 것이라 케리어는 두고 내렸다. 그런데 문을 나와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1분 남았었다. 우리는 허겁지겁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버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시계를 보았다. 1~2분 정도 늦는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었다. 버스 시계는 5분이 더 빨랐다.. 뭐, 결과상 1~2분 지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시계가 맞다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첫날부터 대 지각을 했다.
나와 아빠는 미안한 표정과 함께 죄송하다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타자 가이드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미리 오시는 분들은 귀한데.. 대단하시네요. 물론 한 분 지각하셨지만. 허허 "
버스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으윽..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로, 절대로! 지각하지 않을 것이다.
얼굴이 빨개진 나는 빨리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를 빌고 있었다. 동시에 가이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저희가 모시고 갈 곳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폼페이 유적지를 간단히 본 후에 쏘렌토를 갔다 오면서 나폴리 항을 볼 예정입니다. 거기서 첫 자유시간도 있을... 겁니다. "
와 드디어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람들도 신나는지 가이드님의 말씀을 듣자 함께 환호했다. 그리고 약 5초 동안 나와 거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박수를 쳤다. 이때 처음으로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인식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