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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수 Nov 07. 2024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을때 해결법

기록으로 행동의 본질 찾기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게 많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걱정이 다 다르듯 나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방향 없이 헤엄치는 기분. 세상이 불투명도 80%로 흐릿하게 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많은 활동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체험학습은 모조리 신청했고, 문화센터에서는 그림부터 가야금까지 안 배운 게 없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더 심해졌다. 전공과 상관없이 코딩, 연극, 음악까지 배우고, 혼자서 영상 편집 도구를 공부하기도 했다. 여러 플랫폼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첫째,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다. 이것저것 일을 벌리거나 배우다 보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모든 일이 다 중요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가장 집중해야 하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쏟기가 어렵다.


둘째, 모든 걸 다 잘해낼 수 없다. 내가 배운 것들을 다 잘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론에서 실전으로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불타는 실행력으로 여러 곳에 도전해 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가능한 영역들이 있다. 무엇보다 '지속하는 힘'이 가장 큰 재능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는 "시작이 반"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남은 반은 지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쉽게 다른 관심사로 이동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매함의 봉우리'라는 말이 더 익숙할 텐데, 초반에는 내가 아는 게 전부인 것처럼 자신감이 올라가지만, 곧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고 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때를 참고 견디면 절망의 계곡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어려움이 오면 쉽게 포기하고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찾곤 했다.


넷째, 결국 남는 게 없다.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남는 게 없었다. 뭐든 조금씩 할 수는 있지만, 그걸 전문가 수준으로, 돈을 받을 정도로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너무 슬펐다. 언제나 바쁘고 열심히 살았는데, 내 지난 삶이 헛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마치 퍼즐 조각들이 뒤섞여 흩어진 채로 펼쳐져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하고 싶어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왜'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전부 적어 보았다. 세계 일주하기, 패러글라이딩 하기, 앱 만들기, 영상 제작하기, 스몰 브랜드 만들기, 소설 쓰기, 광고 제작하기, SNS 계정 운영하기 등 50가지가 넘는 목록이 나왔다. 


하나씩 천천히 읽어보며 각 행동의 본질을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어, '세계 일주'와 '패러글라이딩'의 본질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것이었고, '앱 만들기', '영상 제작', '광고 제작'의 본질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소설 쓰기', 'SNS 계정 운영', '스몰 브랜드 만들기'는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도식화 해보았다.


이렇게 정리하니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수많은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며, 내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제작하는 능력을 갖고 싶었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할 기준이 생겼다. 직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갈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 이후 새로운 배움이나 경험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고, 목표가 생기니 더 열심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결심 이후에도 나는 여러 도전을 했다. 남는게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이전에 배웠던 모든 것들이 다른 도전에 도움이 되거나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다. 


나처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내가 해결했던 방법을 적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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