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실체하지 않는 두려움
침대 밑의 괴물이 무서운 이유는 그 존재의 유무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침대 밑을 마주하는 것은 어린 나에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잠든 동안 괴물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함 속에서 밤새 뒤척이며 상상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실체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 상상 속 공포는 어릴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마치 우리에게 영원히 따라붙는 그림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막연한 공포는 자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침대 밑 괴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 공포는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미래를 두려워했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교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했지만, 그저 막연하고 실체 없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마치 침대 밑에 숨어있는 괴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두려움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했고, 그때의 불안은 그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시절 내게 미래는 교실 안에서 그려볼 수 있는 2~3년 후의 모습에 불과했다. 그때는 실체 없는 미래를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미래는 결국 마주해야 실체가 되는 법이고, 오늘의 내가 경험하는 이 순간이 실체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건 결국 오늘을 잘 살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 내 삶을 더 잘 꾸려가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결국 미래는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도 하고, 더 일찍 잠에 들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미래를 조금씩 실감하게 되고, 또 두려워하기도 한다. 오늘도 잠들기 전 미뤄둔 일을 할지 고민하는 나는, 어쩌면 침대 밑 괴물을 두려워하던 일곱 살의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기록을 시작했다.
내 마음속 불안은 생각이 많아서일까? 나는 항상 많은 생각에 잠기곤 했고, 그러다 보니 불안도 점점 커졌다. 오늘보다 내일을 더 많이 생각하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을 자주 놓치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자주 깜빡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케줄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을 종이에 적어두고, 시각적으로 확인하면서 머릿속 불안이 조금씩 줄어드는 듯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의 두려움과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막연했던 두려움이었지만, 종이 위에 실체화된 두려움은 그저 작은 요소에 불과했다. 마주해보면 별것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나는 침대 밑 괴물을 확인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침대 밑의 괴물을 찾아보듯 내 불안과 두려움을 글로 마주하며, 조금씩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오늘 밤, 침대 밑의 괴물을 찾아보듯 두려움을 적어보라. 그 존재를 마주하면, 생각보다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