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화꽃이 피었더라' 어머님의 한마디에 남편과 아이들이 금요일밤 9시에 익산으로 갔다. 엄마의 진짜 마음을 모르는 아이들은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안아주고 뽀뽀세례를 한다.
주 6일 근무이라고 툴툴거릴 때가 많았는데 오늘만큼은 마음이 편하다. 시월드에 가지 않아도 된다. 시댁에 가도 늦잠 자고, 어머님 드라마같이 보고, 밥도 안 하고 시켜 먹거나 사 먹고 온다. 그래도 시댁이다. 2박 3일 동안 자유다. 얼마 만에, 나만의 시간인가를 생각해 본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지만 때론 혼자이고 싶다.
몇 년 전 추석을 며칠 앞두고 남편과 대판 싸웠다. 처음으로 시댁에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남편과 싸워서 이번 추석에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 왜 싸웠어? 그 지랄 놈이 우리 며느리를 왜 속상하게 했어?" 남편은 한순간에 지랄 놈 되었다. 팔은 안으로 굽을지언정, 마음이 안 좋았을지언정 우선 다독여주셨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3박 4일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명절인데 못 내려가서 죄송스러움이 컸지만 나만의 자유를 누리기로 했다. 혼생영화를 2편 보고, 언니를 만나 고급 뷔페에 가서 맛있는 밥도 먹었다.
명절이라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차례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었고, 화장실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다. 며느리, 엄마, 아내도 잠시 내려놓은 시간이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가 되어 늦잠도 자고, 뒹굴뒹굴했다.
익산에서 천만 송이 국화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어머님은 국화꽃도, ,아들도 보고 싶으셨나 보다. 축제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출렁다리도 가보고 싶으셨는데 가셨나 보다. 오후에 남편이 사진을 보내왔다. 어머님께서는 멀미를 심하게 하신다. 그동안 축제 및 여행을 안 다니셨다. 가끔 외출 하실 때는 새벽부터 멀미약을 드시고는 다녀오셔서는 약에 취한 듯 정신없이 주무셨다.
추석 때다. 하루 종일 집에만 계셔서 빛 축제를 다녀왔다. 어머나!! 멀미를 안 하셨다. 15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 놀랐다. 올해는 어머님께서 제주도에 가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지금껏 한 번도 어디 가자고 하시지 않았기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토요일 오후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도서관에 가본다. 책 한 줄로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발걸음을 마트로 향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날짜가 임박한 것을 할인을 한다. 서울우유 1.8킬로 유통기한 11월 4일까지다. 50%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앗싸!! 득템 하면서 얼른 집었다.
요즘 우유를 일주일에 6리터 이상 먹는 것 같다. 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며 유통기한이 써져 있는 부분을 뒤쪽으로 돌리고 할인 스티커를 뗐다.
고요함이 가득한 가을밤이다. 혼자 있어서 설거지도 쌓아 놓고, 밥도 내 마음대로 먹는다. 둘째 서은이가 영상통화를 한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한다. '엄마 혼자 있어서 엄청 좋거든!!' 하고 얼굴에 써져 있는 것 같아서 얼른 전화를 끊고 싶었다.
하루해야 할 루틴을 한다. 만보 걷기를 하며, 강의를 듣고, 블로그 글쓰기를 한다. '아직 국화꽃이 피었더라'로 어머님은 가을 나들이를 하시고, 나는 오롯이 혼자가 되어 자유를 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