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특히 저학년을 상대하다 보면 특이한, 혹은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간혹 가다가 아직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부모들도 있다.
난처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아이가 그 학원 건물에서 폰을 분실한 거 같은데... 좀 찾아 주시겠어요.
(학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폰은 막상 아이 가방에 있었다.)
-저희 아이가 밥을 못 먹어서 그런데... 컵라면 사서 올려 보낼 테니 물 좀 받아주세요. 뜨거운 거 잘 못 먹으니까 조금 식혀서 주세요.
(학원에서 학생 취식은 안 되는데요... 게다가 수업 시작했는데...)
-제가 아이 가방에 엉뚱한 책을 챙겼네요. 복사 좀 해주세요.
(댁이시라고 했는데... 걸어서 2분 거리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제 애가 감기가 심한데요, 정 힘들어하면 그냥 엎드려 있게 해 주세요.
(오 마이갓, 열이 39도인데... 빨리 병원에 데려가던가 집에서 쉬게 하심이...)
-오늘은 기사님한테 00으로 와달라고 해주세요.
(학원 버스 기사님이십니다. 개인 기사가 아니고요.)
-우리 애 수업 마치고 학원에 남아서 학습지 좀 풀고 있게 하면 안 될까요?
(네, 그래도 되죠.)
-그런데 모르는 거 있으면 옆에서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다들 수업에, 상담에, 채점에... 그 외 다른 업무에...)
-저희 아이가 부끄럼이 많고 긴장도가 높아서요... 단체 수업을 따라가는 걸 힘들어해요. 매번 수업 마치고 따로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냥 과외를 알아보심이...)
이 정도는 기본이다.
이 외에도 정말 기발한(?) 요구들이 많다.
그럼 이 요구사항들을 단칼에 잘라서 안 들어주느냐?
어지간한 건 들어준다.
왜?
서비스 직종이니까.
학원은 '교육'서비스업, 엄밀히 따지자면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많은 이들에겐 그냥 종합 서비스업체로 보이나 보다.
그렇다고 감사의 인사말을 자주 듣는 것도 아니고, 부탁 들어주고 욕 안 먹으면 다행이다.
정기 회의 때 원장님의 무리한 요구 사항을 들었을 시 대처법은 현실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솔선수범이 되질 않으니까...
전반적으로, 원장님도 학부모와 한 편으로 보는 게 맞다.
잔뼈가 굵은 선생님들은 잘 안다. 애초에 원장에게 큰 기대가 없다.
한편으론 어린아이를 보내고 걱정되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래도 선은 좀 안 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