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발음이 중요한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중요하다.
그러나 '아주' 중요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는 중요하다.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 발음은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인도사람의 영어나 중국 광둥 지방 사람의 영어는 온 집중을 하지 않고서는 놓치기 쉽다.
발음이 문제라기보다는 '억양'의 차이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부산 사투리가 정말 센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알아듣기 어려운 게 좋은 예이다.
학원에서도 발음에 유독 민감하신 학부모들이 있다.
원장님과 지인이기도 한 세영이 어머니는 자녀 교육에 상당히 적극적이시다.
세영이의 숙제, 외워야 하는 단어를 매일 체크하신다.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영이 어머니는 학창 시절에 영어에 대한 로망이 매우 깊어서 영문학과 진학과 유학을 꿈꿨으나 IMF로 집이 망하는 바람에 모든 걸 포기하고 빨리 취업을 택했어야 했다.
덕분에 보험왕 타이틀을 거의 항상 따놓다시피 한 커리어를 쌓아온 당찬 여성이었다. (원장님과 가족의 모든 보험을 책임지고 계셨다.)
어느 날, 회식.
다들 술이 한두 잔씩 몸에 적셔주니 긴장이 슬 풀리고 입은 좀 더 자유로워졌다.
저 멀리 다른 테이블에 낯익은 모습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세영이 어머니...
고객들과 한 잔 하고 계시는 듯했다.
어느새 우리 쪽 테이블에 합류...
"선생님들!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제가 특별히 폭탄주 한 잔씩 말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기만 할 줄 알았던 술자리는 세영이 어머니의 귀여운(?) 꼬장으로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다.
"쌤... 궁금한 게 있는데... 쌤 진짜 캐나다에서 오래 사신 거 맞아요?"
"네, 학교를 다 거기서 졸업하고... 대학은 미국에서..."
"그런데 세영이 말로는 쌤 발음이 좀 이상하다던데..."
"어... 네?"
"물을 영어로 해보세요?"
"워~털."
"에휴... 세영이가 맞았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미국이나, 캐나다는 '워털'...이라고 안 하고 '워뤌'...이라고 하지 않나요?"
테이블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
쌤들 표정이 황당하다 못해 넋이 나가 보였다.
지금, 설마 개그인가? 진짜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건가?
이 걸 뭐라고 어찌 해명해야 하나? 그런다고 알아들으시기나 할까?
원장님이 수습에 나서셨다.
지역마다, 다른 영어권마다 조금 다르 게 얘기 할 수 있지만 워털이나 워뤌이나 다 맞다고. 우리네들도 사투리나 이런 거 있지 않냐고.
"아니, 그래도 가르치는 입장에서 표준적인 걸 사용하셔야죠.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하려면 미국식 영어로 가야 하는 게 올바른 방향 아닌가요?"
영어가 영어인 이유는 영국의 언어이기 때문일 텐데.
영국에서야 말로 아주 찰진 '워터' 혹은 '우와타'로 발음될 때도 있는데...
게다가 영어는 미국의 국어도 아닌데. (공식적으로 미국엔 국어가 없다.)
(원장님이 잠시 어머니를 원래 테이블로 보내고 돌아오셨다)
"선생님이 이해해 주세요. 요새 또 실적 시즌이다 뭐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요."
네 원장님. 저도 저런 헛똑똑이 때문에 스트레스받네요.
별 걸로 다 시비야 참나.
다음 날 아침, 숙취로 잠이 일찍 깼다.
물부터 두어 잔 순식간에 들이켰다.
그놈의 '워~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