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기꾼이라고?

by 이삼오

난 두 개 국어 능통자다.



영어와, 당연히 한국어.



제법 괜찮은 타이밍, 10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한국어도 알만큼 알고, 영어라는 낯선 언어를 새로 익히는 데에도 (물론 초반엔 꽤 고생을 했지만) 큰 이질감이 없었다.



내가 영어를 할 때에는 내가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티가 안 났고, 반대로 한국어를 할 때, 내가 영어를 한국어만큼이나 할 줄 안다는 사실은 남이 들었을 때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자랑이라기보다, 자라온 환경이 그랬다.



현지 캐나다 친구들도 있었고 한국인 친구들과도 어울렸다.



한국인 중에는 교포인 2세, 나와 비슷할 때 이민 온 친구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유학생들로 참으로 다양한 부류들과 어울렸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통번역 할 일이 많았던 것도 나의 언어학습에 도움이 됐고 한글학교도 꾸준히 다닌 덕에 한국어 능력도 꾸준히 유지하고 업그레이드를 해 나아갔다.



학원에서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외모는 120% 찐 조선인이라 수업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 순간 내 정체성은 어린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나와 한국어로만 소통하려고 할 것이기에...



어떤 학원은 나에게 회식 자리에서도 나의 한국어 사용을 지양했고, 학원 반경 2km 이내에서는 한국어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으려고도 했다. (어이가 없어서... 물론 이 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보고 있을 수도 있기에...



뭐가 그리 대수인가?



캐나다에서는 2개 국어, 혹은 그 이상 하는 이들이 새고 샜는데.



문화적 차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넘어갈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러던 어느 날...




유독 내 정체에 관심이 많던 초등학생 5학년 M군이 있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공부도 보통 정도로 하는 여느 또래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아이였다.



수업 때마다, "캐나다 사람 맞아요? 아무리 봐도 한국 사람인데?"



여러 번 친절히 이민의 개념, 동포, 교포의 개념, 혈통의 개념 등을 쉽게 설명해주려고 해도 도통 알아듣질 못했다.



여기까진 좋다 이거다.



어느 날 M군의 어머니가 학원에 찾아왔다.



나를 찾더란다.



학원비 결제 때문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서 확인해 볼 게 있다 하신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M군 어머니."



"하아... 참나... 진짠가 보네. M이 얘기한 대로 사기 치는 게 맞네."



바로 M군 어머니 앞에 있던, 나를 비롯해 원장님과 총무님은 너무 벙쪄서 어쩔 줄 몰랐다.



"원어민이라면서...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면서 못 하는 척 속이고, 이게 선생이 할 짓입니까?! 우리 M이 맥도날드에서 선생님.. 아니 당신을 봤는데 한국말 엄청 잘한다면서."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일부러 "저, 항쿵말 쟐 멀라여. 한쿠거 마니 어려워 열..."



이렇게 말했어야 했나?



한국어를 잘해도 문제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원장님이 거의 1시간 동안 M군의 어머니를 설득하여 돌려보냈다.



"선생님도 난감하셨죠? 하튼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



그런데 그다음 말이...




"선생님, 그런데... 가급적이면 밖에서든 어디서든 한국말은 좀 자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런 엄마들이 또 있을 것이기 때문에..."



( 하아 ㅅ발... ㅈ까라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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