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힘들다.
남의 귀한 자식에 관하여 학부모에게 얘기할 때 느껴지는 체감이 다르다.
실컷 얘기 잘해 놓고 마지막 찰나의 순간, 단 한 번의 실수로 기분이 상해 학원을 끊을 수도 있다.
말하는 입장에서나 듣는 입장에서나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이다.
나는 원어민 포지션이어서 (간혹, 이 학원 저 학원에서 있긴 했지만) 따로 학부모와 상담할 일은 별로 없었다.
한국인 선생님들이 가끔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정말 버거운 진상 스타일의 학부모와의 기나긴 상담은 수업을 몇 개 이상한 것보다 체력, 감정 소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대부분...이라고 하기엔 좀 많고, 적어도 절반 이상은 좋으시다.
수고가 많으시다고 격려의 말씀을 주시는 부모님은 정말 너무 땡큐다.
차라리 과제나 교재에 관하여 꼼꼼하게 질문 주시고 상의해 주시는 것도 땡큐다.
때론, 별의별 말들을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저희 애가 이제 다닌 지 두 달이나 됐는데 왜 아직 영어를 못 하는 거 같죠? 어느 정도 대화는 할 줄 알았는데..."
-두 달 만에 영어가 확 트일 거 같으면 학원비를 몇 백배는 더 받아야...
"이 번 중간고사 때 옆 반 00 이는 100점 받았던데... 저희 애는 왜 85점 이죠? 선생님이 다르게 가르치거나 차별하는 건 아니겠죠?"
-똑같이 가르칩니다. 아이가 다른 거죠...
"걔가 뭐 수업이나 똑바로 듣겠어요? 그냥 딴 데 안 새고 학원에만 붙어있어 줘도 감사하죠."
-그냥 차라리 집에 있게 하심이...
"아니, 웬수 같은 남편은 출장이라고 해놓고 또 친구들이랑 골프 치러 간 거 있죠? 그것도 해외로.."
-부부 클리닉을 찾아보심이...
"저희 애가 내일 치과를 가야 해서 수업 절반을 빠질 거 같은데... 혹시 수업료 절반만큼 환불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건 총무과에... 네. 아마 안 될 겁니다.
"학원에 비싼 돈 주고 보냈으면 당연히 내신은 100점 나와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툭하면 수업 빠지고, 숙제도 안 해오고, 보강을 잡아도 안 오고...
"혹시 다른 영어 학원 추천해 줄 만한 곳 아세요? 여기도 좋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워하는 거 같아서요."
-생각이란 걸 좀 하시는 게...
"그 반에 있는 00 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른 반으로 좀 옮겨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애 소문이 좀 안 좋아서..."
-그 엄마는 그쪽 아드님에 대해 똑같이 말씀하시던데...
교육 관련해서 상담을 하는 게 업무의 일부이기는 하나, 때론 콜센터로 본의 아니 게 탈바꿈을 하기도 한다.
남편 욕, 남편 자랑, 자식 욕, 자식 자랑, 친구 욕, 자기 자랑, 돈 자랑..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평소에 답답한 것들, 누군가에게 뭐라도 털어놓고 싶은 그 마음.
그래도, 강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