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중요하긴 하지만...

by 이삼오

전형적인 어학원엔 영어 내에서도 세 가지 교과 과목으로 분류된다.



문법, 독해, 스피킹. (혹은 라이팅이나 리스닝)



내가 오랜 시간을 보낸 학원은 문법과 독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원장님, 부원장님, 또 그 외 선생님들의 평균 연령대가 일반 어학원 보다 훨씬 높았다.



여기엔 장단이 있다.



아이들을 케어하거나 수업에 있어서 노련한 부분이 돋보인다.



반면 본인들이 해왔던, 소위 '옛것이 좋은 거야'가 우선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고인물들이다.



즉, 재미없게 영어를 가르치는데 특화되어 있다.



특히 문법은 갈수록 더 재미없고 지루하다.



가뜩이나 대다수 아이들이 싫어하는 문법을 재미있게 가르치기도 쉽지 않다.



문법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법(法)은 어렵다.



초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때 파닉스를 시작으로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기 시작하던 아이들이 레벨업을 하면서, 문법을 제대로 시작하면서부터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나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책에 다 설명이 되어있는데 왜 이렇게 못 알아먹을까?"



우선 용어들 자체가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문해력이 많이 부족하고 뒤쳐진다.



이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국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의 나라 말의 문법을 분석하려니까 될 리가 있나...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냐고?



물론 있다.



일반적으로 잘하는 아이보다는 뒤처지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



진도가 나가야 한다는 명목아래 어느 정도 익숙해 지려 하면 다음 단계, 또 다음 단계...



레벨업은 하지만 정작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문법 교재는 정말이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출판사도 그렇고 레벨을 쪼개 놓은 것도 그렇다.



결국 내용은 다 뻔하고 거기서 거기이지만, 구성이 살짝씩 다르게 되어있어서 마치 전혀 다른 내용을 공부하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적어도 학부모 눈에는)



많은 학생들은 교재만 다른 표지, 출판사일 뿐이지 같은 레벨의 문법을 반복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양심 있는 학원은 정말 문법 실력이 없는 아이들을 무조건 레벨업을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주야장천 반복만 한다고 뭐가 나아지나?



안 되는 방법으로 반복하면서 언젠가는 학습이 되겠지라는 희망만 품고 있다면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반복학습과 복습의 효과를 홍보하고, 또 이게 효율적이라고 믿고 있는 강사, 학부모, 학생은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머리에 공식만 주입시키는 '인풋'만 있을 뿐 이를 응용해야 하는 '아웃풋'은 상대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자연스레 법을 익히기 마련이다.



영어 문법은 마치,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러한 법들이 있으니 미리 다 숙지하고 인생을 살아라는 것과 같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게 진짜 효율적이라면 모든 아이들은 사법고시를 거뜬히 통과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축구나 게임, 요리나 악기 연주를 시작할 때도 모든 규칙을 알지 못한다.





이 건 케바케이긴 하지만 내가 상대해 본, 문법으로 날고 긴다는 선생님 (특히 옛날 분) 중에 다수가 회화 실력이 꽝인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발화를 하지 않고 철저히 공식을 분석하고 가르치는 게, 또 성적으로 결과를 내는 게 가장 우선순위이니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말하는 게 문법적으로 틀리는 데 있어서의 두려움이다.



시간이 한 참 지나 성인이 되어 만난 학생들과 얘기해 보면 당연하게도 문법의 대부분의 내용은 머릿속에서 삭제된 지 오래다.






왜 비효율적인 방식을 계속 고수하며 바꾸지 않을까?










*감기 몸살에, 연휴다 뭐다... 처음으로 연재 마감일을 어겼네요 ㅠ

이제 하루도 남지 않은 연휴, 모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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