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드는 이유
나의 커리어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데이터를 적재하고 공급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었고 플랫폼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로 창업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게임을 하지도 않았다. PC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내 마지막 게임이 롤이었는데 롤도 금방 질려했다. 우선 잘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노력이 들었다. 그만큼 시간을 들이기도 힘들어했고 쉽게 질려했다.
그나마 내가 게임을 많이 했었던 시기는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정말 게임을 많이 했었다. 근데 하나의 게임을 심도있게 하기보다는 정말로 많은 게임을 즐겼다. 당시 유명 퍼블리셔였던 넷마블, 피망, 넥슨에 깔려있던 RPG 게임 절반은 다 해봤다. 퍼블리셔가 없는 중소형 FPS 형 RPG 게임부터 IP 기반의 RPG 게임인 열혈강호, 디지몬 RPG 등등 뭔가 키우는건 다 해봤다. 또한 PC 게임도 많이 했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은 환세취호전이다. 이 게임 초등학생때 이미 다 깼었는데 수능 이후 대학교 진학때까지 매일마다 플레이하며 다시 깨기도 했다. (근데 엔딩을 봤는지가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게임에 푹 빠져살고 게임과 관련없이 살아왔다. 내 커리어의 중심은 사실 창업이었다. 뭔가 사람들에게 큰 임팩트를 주고 싶었다. 그게 고객이든 팀원이든.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고 최대한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인 개발 역량을 기르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내가 왜 갑자기 게임 제작에 꽂힌걸까.
사업과 게임의 가장 큰 공통점은 경험이다. 사업은 고객 경험이 가장 중요하고, 게임은 게이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즉, 어떤 경험을 선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이 같다고 생각했다. 차이점은 사업은 완전한 고객 중심이 되어야 하는 반면에 게임은 개발자의 철학과 관점이 드러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은 고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 반면 게임은 개발자가 만든 세계에 게이머를 초대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 조금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제한했던 자유와 창의를 표현하기에 게임을 만드는 것 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되던 못되던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표현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도 필요했다. 그러므로 게임을 개발하는 일은 나에게는 엄청난 취미생활이다. 내가 만든 규칙속에서 경험을 전달하게 하는것. 그것이 0순위 목표다.
그러나 게임은 책과 같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책은 가치가 없듯이 아무로 플레이하지 않는 게임은 가치가 없다. 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게임을 개발하지는 않으려한다. 게임은 상업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즉, 돈을 낼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내가 만든 게임의 경험이 돈을 지불하고서라고 누리고 싶은 경험이길 바라면서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다만, 게임 제작은 나의 본 업이 아니므로 무조건 돈이되는 양산형 게임 또는 사용자를 광고로 괴롭히는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나도 게임을 하면서 종종 광고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게임을 보게 되는데, 그때의 경험이 썩 좋진 않았다. 사용자를 괴롭히기 보다는 적절히 선택받는 게임들을 만들길. 그래서 충분히 많은 선택을 받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하나의 게임에서의 총 매출이 10억이 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게임 제작의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