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의미

카르모 수도원에서 갑자기 게임 생각

by 김대엽

최근 2주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곳 중 한 곳이 바로 카르모 수녀원이었다. 카르모 수녀원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무너진 수녀원을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둔 유적지다.


1755년 11월 1일은 일요일 만성절이었다. 수녀원과 성당에서 만성절은 순교자와 성인들을 기리는 날이다. 그날도 많은 성도들이 수녀원을 방문했고 예배를 드렸다. 대지진은 오전 9시 40분경에 발생했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예배를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예배 중이었을 시간이다. 대지진으로 인해 카르모 수녀원의 벽돌 천창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그 자리에 기둥만 남아있었다.


카르모 수녀원은 다른 박물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사건의 현장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기둥이 그날에도 이 자리에 서 있었고 그날은 유난히 많이 흔들렸을 것이다. 기둥은 버텼지만 금이 간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천장이 없어 기둥 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나는 계속해서 그날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카르모 수녀원을 북구 하지 않고 보존한 이유는 대지진 이후에 리스본 당국에 돈이 없어서 종교 시설의 복구는 후 순위로 미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구되지 않았기에 내가 그날의 흔적을 따라서 이 공간에 서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또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카르모 수녀원에 대해서 느낀 것들은 그곳에 남아있는 기둥들과 벽들 그리고 설명문을 통해서였다. 나는 사실 그날의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그날을 상상하고 또 경험했다. 경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참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금 간 기둥을 만져보고 설명을 읽으면서 그날에 참여해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경험의 의미이자 게임의 의미일 수도 있다. 무형의 공간에서 다른 상황에 참여해 보고 생각해 보는 것.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경험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드라마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