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의 실재계
대상 a란
Evans, D, 의 라캉 사전( An Introductory Dictionary of Lacanian Psychoanalysis, New York: Routledge. (1996) pp. 124-126) 에 따르면 대상 a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라캉의 대상 a objet (petit) a, object (little) a는 이론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개념으로서 그의 이론적 변화에 따라 진일보한다. 대상 a, 오브제 아, 타대상 등으로 표기 및 번역되는 이 용어는 엄밀히 '대상 (작은) a'로서 '소타자'와 '대상'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1955년 L도식과 관련하여 처음 소개된 이 개념은 1957-1958년 「세미나 5]의 환상 공식 ($◇a)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하면서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 이후 1960-1961년 「세미나 8」의 '아갈마agalma, 1963-1964년 세미나 11」의 '욕망의 대상-원인', 1969-1970년 『세미나 17]의 '잉여 향유a surplus enjoyment, plus-de-jouir'로 변화하면서 점차 상상적 측면에서 실재적 측면의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이 개념은 1974-1975년 「세미나 22』에서 실재 · 상징계 · 상상계가 모두 교차하는 보로메오 매듭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1975-1976년 세미나 23」에서 생톰sinthome과 동일시된다. 대상 α에서 α의 소문자 이탤릭체 표기는 '대상'의 상상계적 측면을 나타내는 것과, Autre (Other)에서 A와 구분하여 '소타자'를 지시하기 위함이다". (라캉 정시분석 실천 라울 몬카요 지음, 이수진 옮김)
라캉의 이론적 전환을 보여주는 일례로 환상의 수학소($⬨a)가 있다. 이 수학소를 처음 생각했을 때 여기에 표시된 a는 상상적 타자를 의미했다. a는 autre의 머리글자이다. 그것은 주체가 거세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가리기 위해 타자의 이미지로 덮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중에 환상이 실재계와 결부되면서 a는 실재계 차원에 있는 것으로 대상 a로 불리게 된다. 대상 a는 결정 불가능한 것이다.
주체의 심적 구조도 이와 같이 결정 불가능인데, 대타자의 결여 (S(/A))가 바로 이 점에 해당된다. 대상 a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상징계의 찢어진 곳을 의미하고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또한 그것은 상징계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하나의 모순된 성격을 가진 요소이다. 환상의 공식(($⬨a))에서 대등하게 마주하는 두 요소($, A)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바로 이 대상 a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라캉의 대상 a는 수학의 그러한 문제와 유사한 것으로, 그것은 대상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주체의 상징적 구성이 찢어진 곳인 실재계가 나타나는 지점이다
대상 a를 파악하는 것이 곤란한 것은 그것이 대상이라고 명명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상성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성이 없는 대상'이란 역설적 표현이지만 이는 대상 a가 실재계를 나타내는 대상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원래 우리에게 대상이란 눈에 보이는 것, 언어로 표시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적 대상을 파악하려고 할 경우 우리는 앞에 있는 대상을 상상적 차원과 상징적 차원으로 추상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이후 남겨진 것이 대상성이 없는 대상이 된다.
환상의 공식(($⬨a))에서 대등하게 마주하는 두 요소($, A)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바로 이 대상 a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상 a는 아래와 같이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1.라캉은 대상 a에 이러저러한 기능을 부여했는데, 그중 하나가 '응시'이다. 파도가 나를 보는가 내가 파도를 보는가,
2.이 대상 a는 주체에 의문을 던지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의미에서 주체에게 가장 근본적인 대상 a는 어머니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주체에게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체의 모든 행동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라캉은 대상 a를 대상=원인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주체의 눈앞에 있으며 주체의 욕망을 야기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가 의미하는 것처럼 주체 뒤에서 주체를 욕망으로 몰아세우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3.또한 대상 a는 폐기물처럼 다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모든 상징적 기능과 상상적 기능을 상실하고 남은 것이라곤 그것이 본래 갖고 있는 물질성뿐이다. 페기물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문자도 하나의 대상 a가 될 수 있다.문자의 그러한 이중성을 설명하려는 것이 『에크리』 서두에 나오는 포의 '도둑맞은 편지'에 대한 세미나」이다.
4.대상 a 개념은 프로이트의 논문을 이해하는 데서도 대단히 유용하다. 일례로, 프로이트는 우울(멜랑콜리)을 대상의 상실, 그리고 잃어버린 대상에의 동일화라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5.그것은 하나의 잉여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상징계에서 말로 표현될 경우 언제나 상징계에서 말해진 것은 (아직 언어화되지 못한) 잉여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의 구토에 서술된 마로니에 나무뿌리에 대한 체험의 글에서 이와같은 잉여를 느낄 수 있다.
6. 모든 주체적 구조는 부정 Verleugnung의 메커니즘을 갖는다. 공포증자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 신경증에게서는 환상, 정신병의 망상 체계 같은 것이 모두 부정의 메커니즘인데, 거기에는 대상 a가 내포되어 있다. 상징계는 실재계와 분리되어 구성되지만 이 두 세계는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상징계에는 실재계가 남긴 흔적이 남아 있다.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또한 팔루스의 시니피앙인 파이 (Φ)는 그 자체로 존재하며, 다른 것과 연결되지 않는 시니피앙으로 실재계와 상징계의 접점을 표시한다. 대타자 자리에 있는 빈 공간을 라캉은 대상 a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현실계와의 접점을 나타낸다. 주체는 이 대상 a에서 진정한 자기 존재를 발견한다. 『동일화』 세미나에서 라캉은 그것을 하나의 동일화로 취급하지만 그것은 본래 시니피앙에 대해 이루어지는 동일화라고 여기는 것보다는 환상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a).
7. 크로스 캡의 절단에 의해 얻어진 또 하나의 부분은 중앙부에 하나의 점인 A를 품고 있다. 이 점이 크로스 캡의 역설적 구조를 특징짓는 것으로, 그곳은 하나의 비어 있는 점이다. 이 비어 있는 점에 올 수 있는 것은 라캉이 파이 ((Ø))로 표시하는 팔루스의 시니피앙으로, 그것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는 특수성을 지니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니피앙이다. 라캉은 이러한 점을 품고 있는 원판이 대상 a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체는 시니피앙의 효과로서 생기는 존재의 결여이고 시니피앙의 세계에 있는 한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주체는 시니피앙 외부에 있는 대상 a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통해 존재를 얻으려고 한다. 제1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무의식과 전이라는 두 개념이다. 전자는 시니피앙을 망라한 것으로 시니피앙 효과로서의 개폐 운동이며, 후자는 분석의 기본 원리인 자유연상의 효과로 이 두 개념은 상징계와 연결되어 있다.
제2의 범주는 반복과 충동에 관한 것으로 전자에서는 실재계와의 조우가 문제가 되며, 후자는 대상 a와의 관계를 나타낸다. 이 두 개념은 실재계와 연결되어 있다.
사랑은 예술작품과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타자가 결여의 장소(a)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는 것이다. 분석에서는 자유연상에 의해 탄생하는 '안다고 가정된 주체 (SsS)'가 이 a의 장소에 나타난다. SsS는 a의 의상이 되고 사랑의 대상이 된다.
S1은 최초의 만족 체험 또는 향락의 마크(흔적, 표시)로 다른 것과 연결되지 않아도 단독으로 존재한다. 라캉은 이 S1을 하나의 표식 혹은 하나의 선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프로이트가 말한 단 하나의 특징에 해당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최초의 만족 체험을 반복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이 S1인 하나의 표식을 재현하려는 것과 연결되어 반복이라고 명명된다. 그것은 향락을 재현하려는 운동인 셈이다. 반복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S1이 있는 그대로 재현되는 것으로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SI을 다른 시니피앙 S2와 조합해 의미로 재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후자가 채택되어 주체는 언어의 세계에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S1 - S2의 구조에서는 S1의 향락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고, 양자 사이에는 반드시 틈이 생기고 S1이 가진 향락은 일부를 잃어버리게 된다. 엔트로피 증대와 같은 것으로 그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라캉은 그것을 잃어버린 대상으로 간주한다. 일종의 상실된 부분이다. 이렇게 상실된 부분은 그것을 벌충하는 것을 찾게 된다. 그것이 대상a 이다. 따라서 대상 a란 음성적 존재인 동시에 양성적 존재이기도 하다.
정신분석가는 에이전트로 대상 a의 외관을 갖게 된다.
대상 a는 최초의 상상적 타자autre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그것을 물 das Ding과 연결해 실재계와의 관계를 여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현실계의 외관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나의 외관인 대상 a를 통해 실재계로 접근하는 것이 불충분하다고 간주한 라캉은 어떤 것을 통해 현실계를 포착할 수 있을까를 궁구한다. 보르네오 매듭 같은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상 a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는 어디일까? 어디에서 우리는 대상 a를 발견할 수 있을까?
참으로 모호하다. 라캉은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게 사람들은 상상계와 상징계 사이 어디 쯤에 있지 않을까 추측을 할 따름이다.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은
대상 a를 본 사람이 아마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