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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음 Nov 02. 2024

경고


경고


책을 펼치자마자 이런 단어를 보게 될 줄은 몰랐을 거요.

하지만 이 단어 말고는 딱히 어울릴 만한 단어를 찾지 못했지.

물론 내가 사는 세계의 말로는 표현할 단어가 무수히 많지만, 당신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거요.

때문에 깊은 고심 끝에 선택한 단어니…….


이제 그만 책을 덮으시오.


내키지 않는다면 이 책을 펼친 것에 대해 유감을 전해야겠지.


왜냐고?


이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 에르테아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이기적인 마법사들이 득실대는 그 우울한 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소년의 삶이 담긴 아주 지루한 책이거든.

그러니, 재미를 추구한다면 책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조용히 넣어 두길 바라오.

당신에게 주어진 그 짧디 짧은 시간이 소중하다면 말이지.


         

하지만 내 진심 어린 경고에도 계속해서 이 글을 읽어 내려간다면 글쎄…….

고집이 보통은 아닐 거요. 바로 그놈처럼 말이ㅈ/  제기랄! 그놈만 생각하면 난 조심성이 없어진다오. 경고장에 마저 이런 오점을 남기다니!


하, 그놈만큼 고집불통인 당신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위해, 짧게나마 이야기를 해주겠소.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을지라도, 뜻하지 않은 슬픔과 고통이 찾아와도 어떻게든 나아가는 당신들처럼, 마법과 함께 떵떵거리며 살아갈 거 같은 그들도 막중한 삶의 무게를 지닌다오.

그리고 늘 박진감 넘치는 일들이 아닌, 가끔은 소소한 행복으로 우연과 인연에 기대 보기도, 소망을 품으며 희로애락을 그려보기도 하며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도 하지.


참 별거 없지 않소?


그러니, 당신의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환상적인 마법세계나 지팡이만 휘두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존재 할 수 없는 마법 따위가 전해 줄 짜릿한 자극을 원한다면 이 페이지의 다음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하오. 세상에 그딴 건 없소. 그렇기에 이 책은 절대 자극적일 수 없지.


          

그럼에도 두 번의 경고를 모두 무시한 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건 호기심이오?

호기심이라... 사랑만큼이나 순수하지만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강력한 욕망이지.

이딴 두서없는 글 따위로 제어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겠어…….

    

당신은 호기심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을 목격한 적이 있소?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난 있소. 그건 아주 놀랍고 경이롭지.


흠…… 그래, 좋아. 마음을 바꿨소.

당신에게 이 책을 펼칠 기회를 줘보도록 하지. 뭐 사실 내 경고 따위 신경도 안 쓰고 있었겠지ㅁㅏ 젠장!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삑사리 내는 건 영 고쳐지지 않는군!

크흠, 어쨌든 이 대서사시의 끝을 향해 달려갈 마음이 생겼다면 좋소.


용기와 인내를 갖고 이야기의 흐름에 올라타시오!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시오!


그럼, 당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겠지.


지금 이 순간에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에르테아를……!

그 누구보다 당신과, 당신의 삶을 동경했던 그 소년을……!


하지만 그걸 깨닫기까지 이 멍청하고 게으른 소년이 무척이나 답답할 테니 성미가 급하다면……지금이라도 당장 책을 덮으시오. 내 경험상 급한 성격엔 약이 없거든.

그러니 잘 생각해 보고 장을 넘기도록.

진짜 마지막 경고요.


진심.



눈치 없는 당신을 위해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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