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주말이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함께 먹은 후,
어머니는 마당에 빨래를 널고 계셨고,
아버님과 남편은 오늘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정원에 앉아 의논하고 있었다.
한국에 다녀왔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6주
그동안 보지 못할 시간이니
두 사람은 무언가 ‘함께’ 하기를 원했다.
아버님이 마당을 향해 어머님께 큰 소리로 물으셨다.
“너는 오늘 뭐 하고 싶어?”
잠시 후, 빨래를 널던 어머니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우리 둘만 조용히 시간 보내고 싶은데.”
그 말 한마디로 공기가 바뀌었다.
화가 난 아버님,
그 대답에 당황한 남편.
설명도, 질문도 없이
남편은 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둘러 집을 나와 우리 가족만 교회로 향했다.
교회 안에서도 남편의 얼굴은 어두웠다.
곧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꾹 눌러 참는 표정이었다.
“할 얘기가 있어.”
남편은 밖으로 나가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에게 느꼈던 섭섭한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어머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아까는 내가 잘못 말했다. 미안하다.
집으로 다시 와라.
남편은 답장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직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더 불편해지지는 말자고.
일단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고 계셨다.
토스트, 베이크드 빈, 계란 프라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한 점심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가 끝나고 남편은 말했다.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직접 꺼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그래서 내가 대신 말을 시작해달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께 말했다.
아침도 함께 먹었고
저녁도 같이 먹을 예정이었으니
중간에 두 분만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고.
그건 어머님의 의견인데 잘못된 행동을 하신건 아니라고.
그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황급히 밖으로 나가야 했는지
설명해달라고.
그는 말했다.
엄마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엄마를 힘들게 하는 자신이 미안해서였다고.
그래서 최대한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날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각자의 성향과
각자의 배려 방식이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