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을 떠나자, 우리는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한국에 가서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설레기 시작했다.
6주간의 휴가.
정리해야 할 삶과 적응해야 할 일상이 잠시 멈추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규칙도 없는 쉼을 주고 싶었다.
서울에서의 일주일.
대구로 내려가기 전,
우리 셋만의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종로였다.
오래된 골목길, 숨어 있는 식당,
관광객보다 로컬이 많은 거리.
시장에서 먹는 칼국수와 빈대떡,
길거리에서 먹는 호떡,
오래된 식당에서 먹는 해장국.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는 그날의 기분이 정했다.
영국에서의 하루가 계획과 루틴으로 움직였다면,
한국에서의 하루는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자유를 누구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자
뜨거운 태양 아래 후덥지근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언니가 역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아이는 이모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었다.
친정집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오늘은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도 되는 날.
아니,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푸짐한 음식이 곧 사랑인 집.
정해진 양도, 남겨야 할 눈치도 없는 식탁.
나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는 행복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많이 먹어.”
그날, 남편은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