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글이 술술 써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부족한 내가 글이랍시고 적었던 것들을 다시 살펴본다. 나도 모르게 겉멋만 많이 들어 필요없는 형용사들이 넘쳐나는 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끝없이 길어지기만 하는 문장들, 말하려고 하는것이 무엇인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주제에 출렁거리는 글자들. 보고 있자니 답답할 따름이다.
글 잘 쓴다는 소위 대가들은 어떨까? 니체는 자신의 생각과 글을 위해 매일 하루 7시간을 전심전력을 다해 산책을 했고, 무라카미하루키는 "나는 아무리 많이 퇴고를 해도 원하는 글을 적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라고 이야기 했으며, 톰소여의 작가 마크 트웨인 역시 그가 글을 잘 적지 못한다는 것을 15년이 지나 깨닫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미 유명작가가 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 글을 적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글'이랍시고 그저 글밥만 늘어나는 재미에 타자를 치고 있는 나, 괜히 죄없는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머리에 떠오르는것은 없다.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내가 중심이 잡혀있지 않다는것을 반증한다. 그래, 글쓰기가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깊이 생각했던 것, 말하려고 했던 것, 글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저 멋있게 글을 쓰고자 하는 생각만 있었기 때문에 나는 죄없는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던 것이다.
한평생 책을 읽기만 하던 아버지가 말했다. "니가 요즘 글을 쓴다고 하는데 글은 그냥 쓰는게 아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써야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꾸미거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것은 좋은 글이라 볼 수 없다. 마음으로 우러나는 진정성 있는 글을 써라." 또 아버지 잔소리가 시작되었구나 했는데 그 잔소리가 내 귀를 잔잔히 후려친다.
얼마 전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 '아들 둘. 하나는 의사, 하나는 교사' 가 조회수 6만을 넘었다는 팝업이 핸드폰에 떴다. 신기했다. "왜 그렇게 조회수가 많았을까?", "정말 잘 쓴 글일까?" 라는 고민을 수도없이 하면서 여러번 읽어 보았는데 역시나 잘 쓴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 글이었다. 아니, '내가 그 글이고 그 글이 나였다.' 조금은 자극적이었던 제목,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소재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 스토리 자체가 내가 20년을 생각하고 느끼던 나의 모습 그대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진정성이며 꾸밈없는 진실된 마음이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머리를 쥐어 뜯는다. 진정성있는 '내가 보이는 글'을 위해 노트북 위에 손을 올리고 타자를 친다. 글만 술술 써진다면 다시 자랄 그깟머리 뭐가 그리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