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지키는 조용한 파수꾼<올빼미 기사>

-그림책 사색-

by 천혜향

"어둠이 내려앉을 때, 나의 시간은 비로소 깨어난다." -



아이들 수업을 준비하다가 재미있는 그림책을 발견하였다. 올빼미가 기사옷을 입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뭔가 다른 관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이 세상에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존재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저녁형 인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형 인간을 긍정적이고 부지런한 사람, 건강한 사람이라고 많이 평가한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였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이런 저녁형 인간을 올빼미형이라고 부른다. 이번 주인공은 바로 이렇게 밤에 활동하는 한 마리의 올빼미 이야기다.

동물들도 낮에 활동하는 동물과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 존재한다. 동물 역시 밤에 활동하는 동물을 부정적인 의미로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밤의 동물들에게는 참 억울한 일이다. 이런 올빼미에게 간절한 꿈이 있다. 다른 동물들이 알면 비웃을 꿈이다. 바로 기사가 되는 것이다. 올빼미는 자신이 기사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상상만 할 뿐이다. 자면서도 기사 꿈을 꿀 정도로 간절한 소망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들이 자꾸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올빼미는 기사 학교에 미달로 덜컥 합격해 버린다. 기사가 모자라서 운이 좋아서 합격한 것이다. 올빼미는 훌륭한 학생이 된다. 올빼미의 꿈과 열정이 열심히 노력하게 했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미달로 들어가면 실력이 모자라고 별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열정이 있으면 열심히 하게 된다.

올빼미는 기사 학교에서 일등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칼과 방패가 무겁고, 남들과 달리 낮에 자야 해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끝에 무사히 졸업한다. 그리고 자신의 적성에 맞게 밤에 성을 지키는 일을 맡게 된다.

어느 날 밤 푸드덕 소리를 내며 용 한 마리가 성을 침입한다. 그 용은 배고프다며 올빼미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올빼미는 용과 무력으로 싸우려 하지 않고 지혜를 발휘한다.


"너처럼 커다랗고 대단한 용은 더 맛있고, 더 든든한 야식을 먹어야 할걸!"

그러면서 피자를 나누어 먹는다. 갑자기 피자가 나오는 게 좀 생뚱맞기는 하다. 아마도 피자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올빼미는 공감 능력이 높다.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안다. 용이 나타났을 때 전통적인 기사처럼 무작정 경계하고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용 앞에서 기사라고 거드름 피우지도 않는다. 대단한 용이라고 상대방을 치켜세운다. 다행히 용도 피자를 아주 좋아한다.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니 용과 올빼미의 공통점도 발견된다. 공통점이 있으면 관계가 더 친밀해지는 법이다.

음식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음식을 통해 주인공이 마음을 열게 된다.

여기서도 피자라는 음식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고 친구가 된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올빼미가 밤마다 성을 지킨 후에는 기사가 한 명도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친구가 많아졌다. 마지막 그림에 올빼미의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올빼미의 갑옷이 날개를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새의 가장 강점은 하늘을 나는 날개인데 그걸 무거운 갑옷으로 채워서 날지 못하게 해 버린 것이 안타깝다. 하늘을 날면서 성을 지키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다.

올빼미는 밤에 성을 지키는 조용한 파수꾼이다. 따라서 저녁형 인간은 세상을 빛나게 하는 조용한 파수꾼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저녁형 인간이라고 한다. 그들은 많은 예술작품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우리 사회에도 주인공 올빼미처럼 밤을 열심히 지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군인, 경찰 등... 이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것이 아닐까?

keyword
이전 19화세상에 믿을 게 없어 웃을 뿐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