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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요?

by 현주영

요즘 나는 웬 남자랑 같이 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10년 넘게 쭉 혼자 독립해서 생활해 왔다. 그런데 일평생 전혀 모르고 지내 온, 그것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지 다소 얼마 되지 않은 남자와 살려니 하나부터 열까지가 실험이자 고민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 이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둘 다 30대를 넘어선 나이고, 상견례 끝나고 양가 부모님께 이야기도 드린 상황이라 합치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내가 이 새로운 형태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있다.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나 자신을 더 우선시하는 성격인데, 모름지기 결혼이라 하면 나보다 상대를 더 배려하고 생각하고 아껴줘야 하는 일 아닌가. 과연 내가 나보다 저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30년 넘게 나만 보고 살다가?


20대 때는 20대 다운, 나를 위한 어설프고 이기적이지만, 뜨겁다 못해 화끈한 연애를 몇 번 했었더랬다. 그렇지만 결혼은 또 20대 때 했던 그런 설익은 감정과는 다른,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사건이므로 신중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는 선택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키우기 어려운 귀한 나무를 가꾸듯, 상대에게도 정성과 예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상대를 향한 작은 행동 하나, 슬며시 올라오는 감정 한 올부터 길을 들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고민이다. 항상 이론은 완벽하다. 행동이 어려울 뿐.




작은 것부터 해 보자.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서부터. 그리고 거창한 습관이 아닌 간단하게 지킬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 보는 거다. 계속 한집에 같이 있는 사이더라도, 막 눈을 뜬 따끈따끈하고 꼬수운 상태에서 간밤 상대의 안부를 물어봐 주는 것 ‘굿모닝’, ‘잘 잤어?’. 바쁜 아침 출근 시간 일분일초가 급하더라도, ‘으아악!’ 소리가 날 만큼 격하게 안아 주면서 기지개 켜 주는 것. 출근하는 전우를 보며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 돌아오자고 뜨겁게 손 흔들어 주는 것. 누군가는 ‘신혼이라서, 다 그때뿐이지’라고 할지라도, 그 ‘그때’ 동안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길을 들여놔 본다. 사소하고 작지만, 가장 기본적인 습관부터 말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연애나 사랑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겪으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엄청난 갈등과 감정의 연속을 꽤 세련되고 짜임새 있게 보여 준다. 하지만 우린 러닝타임이나 총페이지에 갇힌 찰나가 아닌 일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 현실 커플이다. 소설의 발단 부분처럼 정제되고 화려하진 않지만, 시작부터 다져보자. 아침에 할 수 있는 것부터 고민해 보는 것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하고 쉽게 할 수 있지만, 애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모닝 루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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