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말에 장단 맞추기
오늘은 왼손으로 밥을 먹었다.
나는 오른손잡이다.
동료 중 한 사람이 자기는 AB형이라 머리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왼손으로도 젓가락질을 잘한다며 왼손으로 반찬을 집어 높이 올린다.
“머리 나쁜 사람은 이거 못해요.
내가 AB형이라 머리가 좋아서 양손을 다 쓰잖아요.”
그는 AB형이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는다.
나는 속으로 AB형 중에는 유난스러운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도 왼손으로 젓가락을 집어 야채샐러드를 제법 그럴듯하게 올려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는 어떠냐고 묻듯이 짓궂게 웃으며 동료를 쳐다본다.
"나는 AB형 아닌데~
AB형 중에는 또라이가 많다지 아마~“
그 동료는 질세라 궁채를 집어 들어 흔든다.
나도 지지 않고 궁채를 집어 들고 고개를 흔들며 약을 올렸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며 낄낄 웃는다.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지만, 그는 유난히 독특하고 순진하다. 꾸밀 줄도 모르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좋으면 좋은 티를 숨기지 않는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투박하고 이상하고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무척 순수하고 여린 사람이다.
그리고 외로운 사람이다.
말을 한마디 붙이면 아주 자세하고 길게 설명한다. 일의 과정과 문제점, 자신이 고민했던 생각들을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결론만 듣고 싶은 나는, 말을 중간에 자를까 하다가도 그냥 듣는다. 그러다 너무 길어졌다고 느껴질 즈음에야 묻는다.
"응, 그렇구나! 그래서 최종 결론이 뭐야? 언제까지 된다는 거야? "
그제야 결론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섬세한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길게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단순하고 명료한 답을 원한다. 나도 그렇다.
그는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낸다.
약속한 시일보다 먼저 일을 끝내고 휴가는 거의 쓰지 않는다.
취미도 없다. 집과 회사만 오갈 뿐이다. 급여가 조금 오르던 많이 오르던 불만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다른 회사를 이직하려는 생각도 없다. 어쩌면 자신감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저 현재 주어진 과제들을 묵묵히 해나간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친절히 대한다. 상처받지 않도록 단어를 고르고, 말의 결을 낮춘다.
묵묵히 해나가는 그 일이 조금이나마 덜 버겁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묵묵히 제 할 일 다 하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뭔가를 바라지도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라면 좋을 텐데.... 사회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대한다. 손을 들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으면 대접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조용한 사람을 대신해 챙겨주고, 묻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봐 주는 누군가가.
나는 그 누군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