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초점

by p id

소비자로서 무언가를 경험할 때 운영하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제품의 소개 글, 서비스의 광고 카피, 설립자의 인터뷰 등을 보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상품을 만들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있고, 경험을 할지 말지 선택함으로써 결국 우리의 통제감을 보존할 수 있다. 말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를 드러낸다. 말은 생각에서 비롯되고 생각은 관점을 통해 발현되며 관점은 신념에서 탄생한다. 고로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보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제시하고 싶은 모습을 꾸며내 보여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치관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계속해서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표현한다.


말 몇 마디로 어떻게 사람을 판단하느냐, 혹은 겉을 보고 속을 판단하는 일은 오만함을 방증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신념 체계에서 비롯한 관점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같은 말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서는 예측이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추론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놓인 인지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다면 예측의 효용성을 높일수는 없을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매순간 타인을 바라보며 예측하며 살지만 신뢰도 있는 심리학 도구를 가지지 않았다면 잘 들어맞는 순간은 드물다.


이럴때는 일관성을 살펴보는 일이 가장 도움이 된다. 길 가의 아름다운 꽃을 보고 꺾어서 가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단순하게 바라보자면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음 행동이 옆에 있는 이성에게 꽃을 건네주는 행위라면 자기중심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만약 이성이 자신은 꽃을 함부로 꺾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한다면 자기중심적이기 보다 상대를 향한 마음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힘을 얻게 된다. 단 한 마디로 많은 면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여러 번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게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한다면 판단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말 한마디는 실수할 수 있지만 하나 이상의 맥락은 대개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신뢰도 높은 예측을 얻을 수 있다면 말 몇마디의 너머 깊은 곳에는 알고리즘과도 같은 사고 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제감 있는 소비를 원하는 사람은 창립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하는지만 눈여겨 보아도 자신에게 잘 맞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왜 이런 형태인지, 컬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들의 말에 공감하고 감화될 수 있다면 적어도 스스로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는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데, 잘 모르겠다면 이 시리즈에서 소개하는 통제감을 보존하는 소비의 기준만 생각해봐도 좋다. 그럼 적어도 신경쓰는 부분이 오직 마진 뿐인, 팔아치우기만 하면 소비자의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는 피할 수 있다.


생산자의 말에서 드러나는 의도가 실제로 제품에 잘 반영되었는지는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검증할 일이지만, 적어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노력하는지 명확하다. 말을 통해 생산자가 추구하는 본질된 요소를 이해하고 선택하기 시작하면 유행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더 많은 통제감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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