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패턴

by p id

소비자가 스스로의 통제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있는데, 바로 '다크 패턴'이다. 다크패턴이란 눈속임 설계라고도 불리며, 사용자를 속여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비를 이끌어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주변에서 쉽게 다크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 정보를 숨기거나, 자동 결제를 유도하거나, 서비스 해지를 방해하거나, 초조하게 만들거나, 사용자를 바보처럼 만드는 등의 예시들이 있다. '불편하지만 모바일 웹으로 볼래요.', '혜택 포기하기'같은 문구, 클릭하기 어렵게 만든 닫기 버튼, 실수로 들어가도록 만든 광고 배너 등 다들 일상에서 몇 번씩 마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해 보면 좋다.


다크 패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사용자의 통제감을 훼손한다. 첫 번째는 직접 통제력을 빼앗는 방식이다. 다크패턴은 그 자체로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일을 수행하게 된다. 구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구매하게 되고, 광고를 클릭할 생각이 없었는데 클릭하게 되고, 보고 싶은 것 대신 보기 싫은 것을 보아야 한다. 최근 등장한 광고 배너의 형식 중 배너를 스와이프 하면 사이트를 이탈해 광고 페이지로 연결되는 형식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웹페이지를 스크롤할 때, 대개 손가락이 수직으로 이동하지 않고 대각선으로 이동하는데, 이 광고 배너를 만나면 교묘하게 좌에서 우로 스와이프가 되어 광고 페이지로 이동한다. 나는 한 페이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다섯 번 가까이 이 수법에 당한 적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내 의도가 무시당하니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전에 모조품을 주제로 설명했을 때처럼 소비자가 다크 패턴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소비자는 악한 생산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돈은 더 높은 지위를 보장한다. 악행으로 이익을 본 자들이 권력을 쥐면 더 많은 악의적인 서비스를 생산하고, 최악의 경우 다른 선한 서비스들을 잠식해 소비자는 사용할 서비스의 선택지를 잃고 그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통제력을 빼앗길수록 상대는 더 많은 통제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와 공동체는 실효성이 있는 규제를 통해 소비자가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크 패턴 설계는 명백히 악의를 가지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므로 국내에서도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 이슈로 자리 잡은 만큼 UX 디자이너라면 몰라서는 안 되는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다크 패턴이 만연해 있다. 심지어 모두가 아는 대기업들도 뻔뻔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러한 행태를 보고 있자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서비스 운영 주체가 다크 패턴 설계가 나쁜 행동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왜 계속 사용하는 걸까? 이는 실제로 소비자로부터 돈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이고, 사용함으로써 얻는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소비 주체로서 악의적인 수법을 인식하고 이러한 서비스의 사용을 지양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생산자의 신념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으려면 잘못된 행동에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어떤 행동에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을 옳다고 여기게 된다. 소비자의 통제력을 갉아먹는 행동이 올바른 일이라는 신념으로 형성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옳지 않은 것들에 제대로 된 피드백이 있어야만 우리 사회에 옳은 것들이 바로 설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을 기만하는 행태에 어떻게 대응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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