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가치

by p id

우리는 주변을 가득 채운 이 수많은 재화들을 왜 마땅히 존재해야 한다고 여기는 걸까? 사물의 존재를 위한 당위성은 쓸모에서 온다. 실용적이든 정서적이든 또는 지식을 위해서든 어느 면에서 하나라도 쓸모를 입증하지 못하면 잊힌다. 상업 프로젝트의 존재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입증되기 때문에 우리가 소비를 할 때 통제감과 관련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개인의 범주를 넘어 큰 규모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생산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 발생한다.


공공 시설물 분야가 대표 예시이다. 세상에는 필요를 고민하지 않은 인공물이 넘쳐나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사치와 같은 풍조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생겨난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나 너무 급한 경제 성장을 이룬 사회에서 더 문제가 두드러진다. 우리 사회에서 예산, 세금 낭비라고 지적받는 사례들을 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 즉 사용자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심지어 이전에 없던 불편함이나 위험을 만들어내는 조형물이나 시설물들이 있다.


오로지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된 프로젝트라든지, 지도층이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하지 않고 임기 내에 업적을 쌓기 위해 실행한 프로젝트라든지, 그저 관습이라는 이유로 이루어지는 행태라든지, 사용자를 사려 깊게 고민하며 발견한 문제에서 시작하지 않은 모든 프로젝트가 문제를 일으킨다.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지 않았는데 가치가 있길 바랄 수 없는 법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조악한 인공 폭포, 앉기 불편한 괴상한 모양의 벤치, 통행에 방해만 되는 기괴하게 생긴 조형물 등, 이 모든 것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생산되었는가? 시민은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 자연이 아니라 진짜 자연을 찾아가고 싶어 하고, 지친 몸을 기대앉아 편히 쉬길 바라며, 자연스럽게 조성된 상징물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가 드러나길 원하지 형이상학을 들먹이며 불쾌함을 야기하는 예술을 강제로 주입당하길 원하지 않는다. 생산 주체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로 가치를 주장하지만 정작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공감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를 생각하지 않고 방향을 잃은 채 만들어진 것들은 소비자의 통제감을 훼손한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일수록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선택권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강제로 그러한 공간을, 물건을, 서비스를 강제로 경험해야 한다면 얼마나 지독한가. 우리의 통제감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자에게 올바른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잘못된 것들을 거부하고, 사용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소비자의 통제감을 보존하는 것들은 존재에 당위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공공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실제로 우리를 위해 만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가치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부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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