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야근과 주말에도, 집에서도 일하는 나, 아이 곁에는 엄마 대신 항상 아빠나 이모님이 계셨다. 그러다 보니, 내 역할은 가방 모찌.. 아이는 아빠와 손 잡고 앞에서 걸어가고, 나는 아이 뒤에 가방 들고 따라가고; (내 손은 거부당해서 ㅠ), 동네 걸어 다니기가 참.. 창피했더랬지..
괌 다녀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이번만큼은 기필코 옆자리를 사수해서 가까워져야겠다 !
(아빠 자석에 이끌려 아빠한테 가려는 아이)
엄마 : 수아야, 엄마 옆에 있자 ~
수아 : 싫어. (단칼에 ㅠㅠ, 그래도 엄마 포기 안 할게.)
엄마 : 오늘만 ~
수아 : 대신에 집에 가서 놀게 엄마랑 (고..고..맙다..)
엄마 : 그래도 지금도 같이 놀자 ~ (한 번만 더 앵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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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 아, 짜증 난다, 진짜.
ㅋㅋㅋ 아, 너무 당황하고, 미안하고, 복잡한 감정에 할 말을 잃고 시무룩했던 기억. 정말 짜증 났나 봄.. 엄마가 너무 질척거렸구나, 미안하다. ㅎ
(침대에서 토닥토닥 엄마 재우는 중)
수아 : (재우다가 몰래 나가려는데)
엄마 : (고렇게는 못 보내지) 수아야, 어디가?
수아 : ?! 아직 안 자?
엄마 : 응, 아직 안 자. 재워줘.
수아 : 아우 !! 너무 오래 걸린다.
ㅋㅋㅋ 현실 엄마 모드 ㅋㅋ 결국 그녀는 나를 내버려 두고 방을 나갔다. ㅎㅎ
인내심의 단계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져요.
수아 : 줘!
엄마 : 예쁘게 말해야지, 엄마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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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 줄래?
엄마 : (ㅋㅋㅋ 귀여워서 웃느라 대답 못 함)
수아 : (못 기다림) 엄마야, 그래서 줄 거야, 안 줄 거야?
'주세요' 를 생각했는데, '줘'보다는 '줄래'가 예쁘긴 하구나. ㅎㅎ
수아 : 엄마, 이거 뭐야?
엄마 : …
수아 : 이거 뭔데?
엄마 : …
수아 : 권!수!진! 이거 뭐야? 나 지금 화낼 거야, 나 화낸다 !
ㅋㅋ 성까지 붙여서 이름 부르면 무섭다는 걸 언제쯤 자각했을까.
기다림의 미학은 저 멀리 어딘가에.
(전자렌지에 우유 데운 후)
엄마 : 뜨거우니까 좀 있다가 먹어.
수아 : 물로 식혀.
응? ㅋㅋㅋ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 건 왜이지 ㅋㅋㅋ
(교회선생님 아프셔서 같이 기도 후)
엄마 : 수아랑 같이 기도했으니까 선생님 괜찮아지실 거야 ~
수아 : 지금?
그러면 좋겠다 ~ ^ ^ 아이의 순수한 기도는 더 귀 기울여 잘 들어주실 거니까.
내로남불 인내심
수아 : 엄마, 내가 아까 잘 때 작게 불렀는데..
엄마 : 왜?
수아 : 음, 이따 얘기해 줄게, 아니면 내일이나
ㅋㅋㅋ 왜왜왜 ~~ 너는 못 기다리면서 나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냐구 ㅋㅋ
세 살의 인내심이 발휘되는 순간도 있다.
엄마 : 수아야, 엄마랑 아빠랑 얘기 좀 할게. (싸울 때였던 듯)
수아 : 알았어, 수아는 그동안 기다릴게
갑자기 관전모드 돌입? ㅋㅋ
프랑스에서 잠시 살게 되면서 가방모찌 신세는 벗어났습니다. 이모님도 안 계시고, 아빠도 회사 가거든요. ㅎ 잠시 생각해 보니, 지금은 아이가 저를 참고 많이 기다려 주는 것 같네요. 오늘만큼은 제가 더 기다려줘 보렵니다 ~ ♥